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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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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기획> ‘히틀러’ 배에 타다(上) 뉴욕함대 퍼레이드 체험기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5-31 (목) 07:19:18

 

미국의 국경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 Day)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입니다. 한국의 현충일로 여겨지는 경건한 날이기도 하지만 연휴이고 계절적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뉴욕에서는 메모리얼 데이 전후로 한 주일을 ‘뉴욕함대 주간(New York Fleet Week)’으로 지정돼 허드슨강변에서 해안경비대와 해군의 선박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전투기의 축하비행도 가세하는 등 각종 이벤트의 볼거리로 넘쳐납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맨해튼 남단 하구에서 허드슨강을 따라 유유히 거슬러 올라가는 선박들의 풍경은 맨해튼의 마천루와 베라자노 브리지, 조지 워싱턴 브리지 등 명물다리와 어울려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연출됩니다.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항공모함박물관인 인트레피드호가 있는 90번 부두 등 주요 부두에 아침 일찍부터 모입니다. 볼거리 많은 뉴욕이지만 뉴욕함대주간은 정말 특별한 구경거리이거든요. ^^

 

그런 뉴욕함대 퍼레이드에 동참할 수 있다면, 부두에 나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배위에 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도 첫날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를 선도하는 배에 말입니다. 그런 행운이 제게 주어졌습니다. 아니 사실은 뉴스로 식구들과 독자분들도 해당됩니다. 창간 2주년 특집으로 취재할 수 있도록 조금 노력(?)을 기울였거든요. ^^

 

뉴욕함대주간 첫날 선도함인 이글호엔 뉴욕을 커버하는 외신기자 일부와 참전용사, 승조원의 가족 등 40여명이 초청됐습니다. 한국특파원으로는 저와 또한명의 기자가 전부였고 중국기자가 3명, 유럽 등 타대륙 기자 십수명이었습니다.

 

뉴욕함대에 승선하기 위해선 한달전부터 엄격한 신원확인 작업이 선행됐습니다. 배가 배이니만큼 까다로운건 당연했지요. 더구나 이곳은 세계의 수도 뉴욕 아니겠습니까?

 

 

뉴욕함대 퍼레이드는 23일 시작됐습니다. 이날 저는 함대에 승선해서 승조원들과 12시간을지내는 것입니다. 비록 간접체험이지만 독자분들게 최대한 실감을 드리고자 사진과 동영상을 쉼없이 찍었습니다. 귀가해서 체크하니 이날 하루 사진만 700장을 찍었더군요. 동영상은 적당한 기회에 올리도록 하구요. 마음같아선 모든 사진들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부득이 일부만 골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행사일 소집 시간은 오전 6시. 맨해튼 남단 배터리팍 인근의 노쓰 코브(North Cove)가 집결장입니다.

 

맨해튼만 해도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이곳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와 한때 이민자의 관문으로 많은 사연을 간직한 엘리스 아일랜드가 그림처럼 떠있고 건너편 뉴저지 저지시티의 풍광이 눈에 가득찹니다.

 

이른 아침 일찍 온 기자들이 군데군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 머리위로 돌아보니 프리덤타워 빌딩이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11년전 무참한 테러가 일어났던 그라운드 제로에 새로 짓고 있는 특별한 빌딩말입니다.

 

건너편 뉴저지 저지시티가 회색빛 하늘에 잠겨 있습니다.

 

6시 20분경 두척의 작은 해안경비선이 다가왔습니다. 대기하는 사람은 40명이 넘는데 우리가 탈만한 배는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하니 조막만한 배를 타고 퍼레이드를 할리는 없고. 대체 진짜 배는 어디 있다는 말인가요?

 

  

 

기자 등 일행이 모여들자 신분확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배를 타고 이동후 해안경비함으로 옮겨타는 것이었습니다.

 

확인을 하고 나니 구명조끼를 하나씩 건넵니다.

 

구명조끼를 입은게 이유가 있습니다. 이 해안경비정은 앉는 좌석이 없습니다, 난간도 제대로 없어서 자칫하면 바닷물에 첨벙하게 됩니다. 대서양과 허드슨강이 만나는 로워맨해튼 바다가 고요했기에 망정이지 파도라도 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비정이 출발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노쓰 코브'라는 부두 이름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제 손에는 스틸사진과 동영상을 각각 찍기 위한 두종의 카메라가 들려 있어서 촬영시에는 발로만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남들처럼 난간만 붙잡고 가면 좋으련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맨해튼의 기막힌 풍치를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침 이른 시간, 다소 흐릿한 날씨, 맨해튼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동쪽에서 비치는 검붉은 햇살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거든요.

 

 

 

쾌속 해안경비정을 타고 대서양 방향으로 5분쯤 달렸을까 오른쪽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와 '이민자의 섬' 엘리스 아일랜드가 가까워집니다.

 

 

어랏? 난데없이 캐리비안 해적선같은 것이 보입니다. 커다란 마스트가 세 개나 있는 배가 정지된듯 서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마치 배위에 실려가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배에 US Coast Guard라고 써있는데 ‘설마 저 배를 탄다는거야?’ 그러나 쾌속정은 속도를 늦추더니 서서히 그 배로 접근합니다.

 

 

 

고백하건대 제가 타기로 한 이글호가 어떤 배인지 사전에 공부를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저 뉴욕함대 퍼레이드를 이끄는 해군 함정에 탈 것이라는 가벼운 예상만 하고 있었습니다.

 

21세기 미국의 해군 함정은 그야말로 첨단으로 무장한 최신시설일테고 그런 배에 외부인으로 동승하는 것이니 신원조회 등의 작업이 까다로울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19세기 보물선(?)같은 배라니 이게 왠말인가요. 나중에 알았지만 이글호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배였습니다. 주위의 미국인들에게 이글호에 승선했다는 것을 자랑해도 좋을 정도였으니까요.

 

  

   

배는 공짜로 탔지만 식사는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점심식사비로 6달러가 책정됐는데요. 기왕에 태워주는 배에 점심도 주면 어때서 그리 야박할까 싶기도 합니다. 손님에 대한 접대가 극진하고 워낙 공짜에 익숙한(?) 나라의 기자여서일까요? ^^ 하지만 타는것과 먹는것은 또 다르니 미국식 합리주의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공짜가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했거든요.

 

고기와 계란도 넣은 베이글에 과일 음료 디저트까지 마음에 드는 브랙퍼스트였지요. 공짜가 이런데 돈 받는 점심은 꽤나 훌륭하겠네, 하는 기대감이 이글이글 타오르네요. ㅎㅎ

 

이글호는 미국해안경비대의 상징과도 같은 훈련함으로 지금도 훌륭히 임무를 완수하고 있습니다. 이글호의 사연은 이 배에 동승한 독일 기자로부터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월가에서 6년째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 기자는 이글호가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는데요.

 

처음엔 미국해안경비대의 배를 독일에서 건조했다는 말인지 갸우뚱했는데 사실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후 패전국 독일이 연합군에 전쟁배상책임의 일환으로 미국측에 양도된 것이었습니다. 이 배의 진수식엔 아돌프 히틀러도 참석해 축하를 했다니 가히 역사적인 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양도이지만 나쁘게 보면 빼앗긴 것인데, 역사는 승리한자에 의해 다시 쓰여진다는 말처럼 연합군이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더라면 도리어 미국의 배들이 독일의 차지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무튼 이글호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자세히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이글호의 아침 분위기를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

 

 

 

  


승조원들이 성조기를 게양한후 거수 경례를 하고 있습니다.

 

 

 

   

 

 

<中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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