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미국인에게 똑같은 퀴즈를 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생각나는 것은?”
한국인 “이용!”
미국인 “할로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용의 스테디셀러 ‘잊혀진 계절’을 적어도 40대 이상은 다 아시겠지요. 이젠 흘러간 가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시월 이맘때면 여기저기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바쁘다지요. ^^
한국인이 이용이라고 답 할 확률이 50%라면 미국인이 할로윈이라고 할 확률은 거의 100% 아닐까요. 미국에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신나는 축제를 든다면 바로 할로윈데이입니다.
할로윈데이 하면 떠오르는건 바로 호박인데요.
호박은 본래 북아메리카부터 남아메리카 북부에서 자라던 것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 오니까 호박에 대한 고정관념(固定觀念)이 깨지더군요. 한국에선 호박하면 한두가지 모양만 생각했는데 미국에 오니까 무슨 호박이 그렇게 다양한지 놀랐어요. 마켓에 가면 색색가지에 참외처럼 생긴 것, 표주박처럼 생긴 것, 오이나 가지처럼 생긴 것 등등 별난 모양의 호박들이 참 많더라구요.
호박을 영어로 보통 펌킨(Pumpkin)이라고 하지만 작은 호박들은 스쿼시(Squash)라고 불리고 스쿼시도 하니멜론 스쿼시, 발렌타인 스쿼시..등등 이름들도 제각각이었어요.
할로윈데이는 10월 31일이지만 최소한 한달전부터 마켓엔 각종 호박들과 호박 모양의 장신구 등이 진열되며 분위기를 돋구는데요.
90년대까지만 해도 할로윈데이는 한국에서 미국의 별난 축제 정도로 알려졌지만 요즘은 비교적 많이 대중화된 것 같아요. 어제 여의도에서 문재인정부 지지자들이 촛불 1주년을 기념한 ‘촛불파티’에도 할로윈데이 컨셉의 코스튬을 입고나왔다니 말입니다.
할로윈 데이는 원래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요. 켈트족은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사후 세계로 간다고 믿었는데요.
켈트족의 새해 첫날이 11월 1일이기 때문에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죽은자의 영혼이 혹시라도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도록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후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했고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해졌고, 10월 31일은 '모든 성인의 날 전야(All Hallows' Eve)'가 되었는데 이 말이 '할로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날의 할로윈데이가 된 것이지요.
시작은 무서운 날 액운(厄運)을 막기 위한 풍습이었는데 오늘날 신나게 즐기고 화려한 코스튬 축제가 되버린 것은 미국을 비롯한 후발국들의 복합적인 공로입니다. 성령들을 기리던 남미의 전통이 무덤으로 가서 죽은 친구나 친지들을 기리며 술을 마시고 노는 날이 되었고, 이것이 미국으로 전파되어 상업적인 마케팅과 결합되어 기괴한 분장과 만화 캐릭터, 별난 코스튬을 입고 즐기는 문화축제가 되버린거죠.
호박이 할로윈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것은 아일랜드의 민담과 관련이 있는데요. 할로윈에 빠질 수 없는 ‘잭오랜턴(Jack-O-Lantern)이 그것입니다. 호박 속을 파내서 악마 얼굴처럼 눈 코 입을 도려내 안에 초나 등불을 넣어 두는 것이죠.
잭오랜턴은 인간세상을 떠도는 영혼들의 길잡이같은 존재인데요. 아일랜드 민담에 욕심많은 구두쇠영감 잭이 죽어서 천국에도 지옥에도 갈 수 없게 되자 악마에게 캄캄한 밤에 길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지옥의 불덩이 하나를 던져주어 그것을 호박에 담아 쉴 곳을 찾아다닌다는 설화입니다.
원래 아일랜드에서는 순무 속을 파내어 잭오랜턴을 만들었는데, 미국에선 호박이 잘 자라고 얼굴 모양처럼 속을 파내기도 좋아 호박을 쓰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할로윈데이엔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난다고 믿고, 그것들을 놀려주기 위해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데요. 아이들은 이날 저녁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Trick or Treat(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칠테야)’하고 소리치며 다니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초콜렛이나 사탕을 미리 준비했다가 아이들이 문을 두드리면 몇 개씩 주고 ‘해피 할로윈!’하고 인사를 합니다. 일일이 주는게 귀찮으면 아예 집앞에 과자나 초콜렛 바구니를 놓아두기도 하구요.^^
마켓에 가면 먹거리도 할로윈 스페셜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과와 호박, 옥수수로 만든 사탕, 캬라멜, 스낵 등 할로윈에 먹는 과자들이 많거든요.
아무튼 할로윈 주말이 되면 뉴욕 등 큰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양한 복장과 분장을 하고 중심가에 몰려 축제를 즐기는데요. 해마다 맨해튼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할로윈 퍼레이드가 열립니다. 몇해전 한번 나갔다가 그야말로 인산인해의 물결에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평소엔 점잖게 다니던 어른들이 이날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채 돌아다니는 것이 처음엔 이상했는데요. 가만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 입장에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는 것이니 잠시의 일탈(逸脫)일지언정 천진난만한 동심(童心)으로 보여 빙그레 미소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