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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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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을 보고 달라이라마를 생각한다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4-08-20 (수) 11:28:58


 

가히 신드롬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교황이 한국에서 ‘록스타’와도 같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신에게 무릎꿇은 수사(修士)와 수녀(修女)들을 일으켜 세우는 겸손함과 장애아들에게 일일이 입을 맞추고 하트까지 그려보이는 따스함, 철저히 낮은 자세로 서럽고 소외된 자들을 보듬은 교황의 4박5일은 해일(海溢)과도 같은 감동의 시간이 아니었나요.

 

 

 

www.en.wikipedia.org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정감넘치는 모습에 대중은 도리없이 빠져들었고 100여년전 조선왕조가 모반(謀反)의 무리로 처형한 124위의 명예회복을 위한 광화문 한복판의 시복미사는 거대한 해원(解寃)의 한마당이었습니다. 또한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성소(聖所)이기도 했던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간구하는 강론이 펼쳐졌습니다.

 

 

 

<사진=뉴시스/국가기록원 제공>


 

30년전전 여의도광장에서 100만명 대미사를 집전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이후 한국 가톨릭이 급성장했듯, 이번에도 교세가 크게 확장되리라는 전망은 그래서 이상할게 없어 보입니다.

어느 종교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자(聖者)와도 같은 모습을 보일 때 대중들은 열광합니다. 덩달아 그 종교의 위상도 한껏 올라갑니다. 저토록 훌륭하고 존경스런 인물이 추앙하는 교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1993년 성철스님의 열반이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법어와 함께, 기워 만든 누더기 가사의 청빈한 삶,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참선 수행법이 세속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며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불자수 또한 증가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구촌의 눈과 귀를 모은 교황의 방한덕분에 우리나라도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챙기는 등 힘없는 약자에게 다가가는 교황의 ‘몸짓’이 상대적으로 박근혜정부를 왜소하게 만들었을지언정, 대한민국의 위상 자체는 올라간게 틀림이 없습니다.

 

 

 


 

필리핀같은 가톨릭국가가 있었음에도 교황의 첫 아시아 방문지가 한국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가톨릭신자들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교황을 친견(親見)해야 했던 아시아의 주교들은 교황의 방문을 앞다퉈 호소했고 이웃나라 중국에선 교황을 보기 위해 한국까지 날아오는 등 1500만 가톨릭 신자들의 부러운 눈길을 뉴욕타임스가 전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전하는 언론과 한국인들의 열광, 정부의 극진한 환대를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달라이 라마입니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현신(現身)으로 추앙받는 달라이 라마는 ‘환생하는 큰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현재의 텐진 갸초 달라이 라마는 600년이 넘는 세월 12명의 전생을 잇는다고 믿어집니다.

 

 

 

 


 

한때 ‘왕중왕’의 절대권력을 휘두른 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가톨릭의 교황은 바티칸이라는 독립된 도시국가를 통치하고 세계 177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구촌 12억 신자들의 구심점(求心點)이 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달라이 라마는 어떠한가요. 중국이 강제로 편입한 티벳의 독립을 위해 1959년 인도 동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후 지금까지 55년간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헌법을 세우고 학교와 공장, 예술학교 등을 설립해 티벳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www.en.wikipedia.org


 

특히 티벳의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도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 여론에 호소, 1959년과 1961년, 1965년에 걸쳐 UN총회에서 중국 정부가 티벳의 인권과 자치권을 존중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했습니다. 티벳의 무장 게릴라 조직인 캄바의 무력투쟁 노선을 반대해 해산시키는 등 세계평화를 위한 비폭력주의를 고수한 이가 달라이 라마입니다.


 

일제시대 중국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오매불망(寤寐不忘) 나라를 찾기 위해 헌신한 상해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주석과 철저한 무저항 비폭력을 내세운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를 결합한 듯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황토색 가사를 걸친 채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평화와 관용, 상호이해의 가르침을 펴는 달라이 라마는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숭모의 대상입니다. 종교 간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티벳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공로로 198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94년 루스벨트 자유상과 세계안보평화상을 잇따라 수상했지요.

 

 

 


 

달라이 라마는 최소한 티벳에 자치권을 줄 것을 세계 여론에 호소하지만 중국정부는 그가 다른 나라에 방문하는 것마저 불허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지난해까지 티벳의 자유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입멸(入滅)한 스님들이 무려 100명을 넘어섰지만 눈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소신공양(燒身供養)은 깨달음을 얻거나 세상을 구제하는 숭고한 희생이며, 불자로서 비폭력에 대한 신념과 초월적 자비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받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하라는 스님들의 숭고한 뜻은 그러나 중국정부에 의해 번번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티벳이 어떤 나라인가요. 한때는 중앙아시아의 강성한 왕국으로 당나라가 바치던 공납(貢納)을 중단하자 20만 대군을 이끌고 수도 장안(長安)을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1750년 청나라 건륭제의 팽창 정책으로 보호령이 되었다가 1912년 청나라가 망한 이후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중국과의 갈등은 1948년 모택동(毛澤東)을 수반으로 한 중공(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1945년 재차 독립을 선언한 티벳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1950년 10월 인민해방군이 무력 침공, 점령합니다. 이듬해 5월23일 티벳과 이른바 ‘17조협의’ 체결로 강제합병한 것은 우리가 일본의 강요로 맺은 을사늑약(乙巳勒約)과 어쩐지 닮지 않았나요.


 

아닌게 아니라 티벳은 질곡(桎梏)의 현대사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조선의 우국지사들이 탄압(彈壓)을 피해 중국으로 옮겨갔듯이 많은 티벳인들이 인도로 망명(亡命), 티벳의 국권회복을 도모했습니다. 1919년 3월1일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진지 정확히 40년 뒤인 1959년 3월 티벳에서도 중국을 반대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었습니다.


 

중국은 무려 12만여 명에 달하는 티벳인들을 고문 학살하는 등 무자비한 진압을 가했습니다. 3천여 개가 넘는 불교사원도 대부분 파괴되고 단 열세개만 남아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티벳 독립의 국제적 지원을 위해 인도로 망명, 정부를 수립한 것도 상해 임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티벳 수도 라싸의 포탈라 궁전

 


 

만일 우리가 지금도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 있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피맺힌 목소리로 세계인들에게 호소해도 불우한 우리 민족을 돕는건 고사하고 못본척 외면한다면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우리는 어쩌면 운이 좋아 티벳처럼 되지 않았을뿐입니다. 독립된 나라였다면 가톨릭 교황 못지 않은 존경과 사랑을 누리며 고결한 권좌에 앉았을 달라이 라마는 오늘도 팔십 노구(老軀)를 이끌며 세계 각지를 다니며 티벳의 현실에 눈을 돌려주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2007년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달라이 라마 www.en.wikipedia.org


 

미국은 중국의 노골적인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환영하는 나라입니다. 수년전 맨해튼의 라디오시티에서 달라이 라마의 법회강연이 열렸을 때 할리우드 스타 리차드 기어를 비롯한 유명인사와 학자들은 물론, 대중들도 그를 보기 위해 장사진(長蛇陣)을 이뤘습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과 환담하는 달라이 라마 www.en.wikipedia.org

 


 

매년 가을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에선 달라이 라마의 특별강연이 펼쳐집니다. 이 강연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입장하려면 추첨의 행운을 안아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의 설법과 즉문즉설(卽問卽說)의 강연을 접한 이들은 한결같이 크나큰 감동과 함께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낍니다.


 

 

 

 

자유를 속박당하고 여전히 고통 받는 티벳인들의 아픔을 복수로 되갚지 않고 부처님의 마음으로 자비와 관용을 베풀며 세계 평화를 힘주어 말하는 달라이 라마는 단순히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가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영적 스승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 달라이 라마가 왜 한국땅에는 한번도 오지 않은걸까요. 오지 않은게 아니라 우리가 못오게 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오래전부터 방한을 소망하였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부르지 않은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중국의 속국인가요. 불교계는 또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불교계 일각에서 90년대부터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입니다. 이는 정부를 비판하기에 앞서 불교계의 자존심 문제입니다. 정부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 처음부터 불교계 차원에서 당당하게 달라이 라마 초청을 공론화했어야 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땅을 처음 밟은 1984년엔 가톨릭신자가 지금의 5분의1인 100여만명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불교 신자는 1300만명으로 4대종교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지금도 1천만명 이상의 불자들이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굴종(屈從), 종교에 대한 자존감(自尊感)이 부족하기에 관세음보살의 현신으로 일컬어지는 달라이 라마를 여태 이 땅에서 만나지 못한게 아니었나요.


 

티벳의 아픔은 70여년전 우리의 아픔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독립된 나라의 체통으로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야 할 것입니다. 광화문 태평로를 교황의 124위 시복미사를 위해 아낌없이 제공하였듯 달라이 라마의 대설법을 위해 전면 개방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티벳인들을 비롯한 모든 고통받는 인류의 인권회복과 자유, 평화를 위한 기도의 간구(懇求)로 뜨겁게 채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면에 불교계가 서야만 2000년의 찬란한 불교역사와 문화를 자부할 자격이 주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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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10:4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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