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합니다. 대한민국이 새 역사를 창조했습니다.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만들다니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여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기를 펴지 못하는 나라에서 여성이 헌정(憲政)사상 첫 대통령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대접이나 성평등 차원에서 멀찌감치 앞서 있는 미국도 감히 못 만든 여성 대통령 아닙니까.

야당에서는 “생물학적 여성”이네 어쩌네 하며 트집을 잡았지만 어쨌든 여성 대통령 앞에서 여성들이 좀 기를 펴고 살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이번 선거에선 여러 가지 의미있는 기록이 동시에 세워졌습니다.
개표결과 박근혜 후보는 51.6%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대선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가 53.2%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후 처음입니다. (박정희가 10월유신 선포후 체육관 대통령 선거에서 거의 100% 가까운 지지로 당선된 것은 규칙위반이니 빼자구요.)
박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사상 처음 박정희-박근혜 부녀(父女) 대통령의 진기록도 세웠습니다. 또 최초의 미혼 대통령이자 독신 대통령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왕조국가에서나 봄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 세습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는데 남한도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으니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으쓱할 만 합니다. 북한의 부자 통치와 남한의 부녀 통치가 맞대응하는 형국이니 남북 코리아가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모양입니다.
안그래도 남북한이 올해 로켓 발사갖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서도. 남한은 러시아 힘을 빌리고도 두 번이나 쏘지도 못하고 수리에 들어간 반면 북한은 자력으로 거뜬히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았습니다.
위성이 작동을 안한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므로 남한으로선 머쓱하게 되었습니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면 세계에서 10번째로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가 될 판이었는데 그만 북한에게 미역국을 먹고 말았으니 그것도 좀 배가 아픕니다.
북한의 로켓이 대륙간탄도탄의 전초단계로 핵탄두를 탑재하면 미 서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한국의 미디어는 겁을 주지만 정작 미국의 매스컴은 관심도 없는걸 보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는건 열폭하는것만큼 가능성이 없는게지요.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내년에 나로호를 쏘아 올려 사이좋게 남북한이 위성발사에 성공한 나라로 등재(登載)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지나간 일이지만 MB가 4대강인지 사(死)대강인지 엉뚱한 땅파기 공구리 대신, 수십조원의 재원을 우주개발에 투자했더라면 대한민국의 위상과 실익이 한층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MB 정권 초기에 "4대강 사업비로 달나라에 가자"고 주장한 것을 혹시 아시나요?
MB가 쓸데없이 강바닥을 파헤치는 노가다 십장 스타일대신 우주개발로 환치했더라면 그나마 한가지 공적은 인정받았을텐데 말이죠.
어쨌든 2013년 대한민국은 GH(근혜) 정권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5년전 MB는 '747공약'이라는 멋드러진 공수표(?)를 내놓았는데 GH는 뭘 내놓았는지 또렷이 잡히는게 없네요.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건 유신의 망령, 다카키 마사오의 부활, 이런 네거티브 단어들입니다.
그만큼 박정희의 그림자가 대한민국 사회에 짙게 드리웠다는 얘기겠지요. GH의 승리는 박정희의 승리입니다. 아무리 박정희가 일제시대 친일을 했고, 수구보수가 진저리치는 빨갱이 전력이 있으며, 군화발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부정선거로 3선에 성공한후, 유신독재로 수많은 사람들을 핍박했다 해도 과거와 절연치 않는 '독재자의 딸'을 떨어뜨리는데는 별무 소용이었습니다.

photo by 김정권
새누리 정권품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한 기득권층도 못되면서 그녀에 열공한 이들의 눈엔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한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의 DNA를 갖고 있는 단아한 영양(令孃)의 이미지였습니다.
북괴가 사주한 암살범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고 20대 처녀의 몸으로 ‘퍼스트 레이디’로 봉사한 착한 딸, 철권통치의 종식을 가져왔지만 아버지마저 심복의 총을 맞고 숨진 기구한 가정사, 평생 시집도 가지 않고 독신을 고수하는 외로운 여성이 안쓰러움을 가져온 것은 분명합니다.
솔직히 그것들은 50대이상 중장년층 뇌세포에 각인된 것이고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다르게 접근해야 했겠지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부동층 여성유권자들이 상당수 그녀에게 다가갔을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의 최대 공신은 두말할 것 없이 안철수입니다. 야당지지층은 물론, 새누리 성향의 건강한 보수를 상당수 끌어 올뻔 했던 그가 문재인의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고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결정적인 무게중심이 기울었으니까요.
비록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고 막판 선거운동을 돕기는 했지만 새로운 정치질서를 염원하던 이들에게 안철수의 정치적 선택은 큰 힘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던 일부는 박근혜쪽으로 선회했고 무당파는 다시금 투표에 대한 무관심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전체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당선에 결정적인 수도권 투표율이 떨어진 것은 안철수 낙마에 실망한 부동층의 투표 포기가 많았다는 반증입니다. 결국 문재인의 민주당이 민심을 내다보지 못한채 안철수라는 큰 인물을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하려다 헛물만 켠 셈이 되었습니다.

누을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랬다고 애당초 박근혜의 대항마가 아니었던 문재인을 통해 정권교체를 해보려던 민통당의 자충수(自充手)요, 자업자득(自業自得)입니다.
이로써 미국을 시작으로 격랑의 한반도를 둘러 싼 주변국의 새 정권이 모두 결정되었습니다. 다가오는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한반도 정국은 어떻게 요동칠까요.
북한은 로켓과 핵실험으로 벼랑끝외교를 계속할테고,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증대할테고, 일본은 노골적인 우경화의 길로 가겠지요. 그나마 오바마가 재집권한게 다행이긴 하지만 1기정부때를 반추(反芻)해보면 신통방통한 수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직 한 가지 정답은 주변국이야 어찌 됐든 우리끼리 잘해보는건데, 계층간 지역간 이념간 갈등이 그랜드캐년 만큼이나 깊은 대한민국의 1호 여성대통령이 안팎을 무슨 재조로 아우르고 북한에 다가갈지, 심히 걱정될 따름입니다.
<뱀다리>
아참, 한가지 기록이 더 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퍼스트 레이디, 아니 퍼스트 젠틀맨이 존재하지 않는 기록을 빠뜨렸네요. 달리 말하면 언젠가 또다른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 기혼자라면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05:54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