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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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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왜 ‘매맞는 목사’가 됐을까(下)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5-23 (수) 06:54:21

 

김해성 목사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만큼 바쁩니다. 그이가 갖고 있는 직책만 해도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지구촌국제학교> 이사장 등 예닐곱개나 됩니다.

형편상 직접 챙겨야 할 일들은 직함보다 더 많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빈번합니다. 저를 만나던 날도 오후에 KBS에서 인터뷰가 있었고 사무실에선 상담을 하려는 분들이 찾아와 시간을 뺏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시설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한 이주민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이 분은 화상 사고를 입었는데 병원치료를 받을 수 없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환자분을 직접 대하니 김해성 목사의 지구촌사랑나눔이 얼마나 이들에게 긴요한 곳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육안으로 보아도 고통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모쪼록 조속한 완쾌를 빕니다.

 

이곳엔 슬픈 집도 있었습니다. 바로 안식의 집입니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한국에서 사망한 이주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유골이나마 정성껏 수습하여 안식처를 마련한 작은 납골당입니다.

 

이곳에선 '흑진주 3남매'로 잘 알려진 사연의 아이들 부모님 영정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한국인 아빠와 가나 엄마도 아이들의 후견인을 자처한 김해성 목사를 믿고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겠지요.

    

이날 시간이 없어서 인근 오류동에 있는 지구촌사랑나눔 사무국과 지구촌국제학교, 지구촌어린이집을 들르지 못했는데요. 지구촌국제학교는 일명 오바마학교로 불리는 한국 최초의 다문화 사립대안학교입니다.

김해성 목사가 아이들 교육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초등학교때 시골에서 서울학교로 전학온 첫날 놀림감이 됐을 때의 참담한 체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시골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천 보자기에 책과 도시락을 싸서 어깨에 메고 학교를 등교했죠. 서울에서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보자기를 어깨에 메고 갔더니, 다른 애들은 모두 책가방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런 촌스러운 외양에 사투리를 쓰는 저를 아이들이 놀리고 이를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급우를 시켜 뺨을 때리게 한 선생님의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어요. 그 때의 경험이 소외된 이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하는 감수성을 키워줬어요. 같은 인종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한 민족 간에도 이렇듯 차별이 만연한데, ‘이마저도 없는 이주민들이 견뎌야할 차별과 멸시는 얼마나 아플까.’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구촌국제학교에선 공교육에 적응하기 힘든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초등학교 교육을 실시하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로 ‘수업이 너무 어려워요(36.1%)’ ‘잡혀갈까 무서워요(30.2%)’ ‘아이들이 따돌려요(26.7%)’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 어린 자녀를 기르는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지만 이중언어 환경에서 크는 아이들은 또래보다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갖습니다. 다문화가정 아동역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말을 못하는 엄마와 있다보니 아무래도 한국말이 서툴게 됩니다. 그러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쉽지요. 더구나 피부색까지 달라보이면 그 놀림의 강도는 더욱 심합니다.

11살 명훈이는 지구촌사랑나눔에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고 한국음식을 먹고 아빠도 한국사람인데 사람들은 저를 한국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요. 아마도 저의 피부색이 검기때문이겠죠?’


 

김 목사에 따르면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또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자녀) 아이들의 학교 이탈율이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이탈율은 40%, 중학교 이탈율은 60%. 고등학교 이탈율은 무려 70%에 육박한다는군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학습력도 떨어지고,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갈등도 매우 크기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면서 함께 데리고 온 아동들과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들의 교육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김해성 목사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정부지원이 없어,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학교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오바마국제학교는 단순히 소외 아동들에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逆(역)발상으로 출발한 학교입니다. 장차 이들 어린이들을 다중언어전문가로 길러 건강한 한국사회의 인재로 길러낸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부모의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적인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두 개 언어는 기본에 영어도 재미동포 자원봉사자나 원어민 교사들을 채용해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뿐만인가요. 합창과 오케스트라, 예체능 교육도 다른 학교 못지 않게 특히 크리켓같은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운동부도 만들어 이 학교의 특화 스포츠팀으로 만든다는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지구촌국제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학부모의 체류조건에 관계없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입학시켜 무상으로 다문화 다중언어 특성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교육청으로부터 국내 최초 대안초등학교 인가를 받았지만 현행제도상 사립 대안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이를 알고 匿名(익명)의 기부자가 10억원을 지원해 주셔서 학교의 틀을 다질 수 있었는데요. 아직 갈 길이 먼만큼 뜻있는 후원자들의 도움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구촌학교는 지난 3월 2일 개교식과 입학식을 가졌는데요. 다문화 가정의 학생 50명과 중국, 미얀마, 가나 등 13개국 출신의 학부모 150명이 참석했습니다.

 

현재 한국내의 외국인은 140만명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많습니다. 김해성 목사는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 공동의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그이는 지난해 노르웨이 테러 사건에 대해 “다문화를 반대하는 범인이 한국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인종 사회에서 서로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문화 사회로 막 진입한 한국이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 다문화 아동 등을 방치한다면 이들은 우리 사회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김해성 목사의 지적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이는 외국인 체류자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게 국가백년지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해성 목사는 愛國者(애국자)입니다. 이주민에 대한 그의 조건없는 사랑이 그들을 감동시키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만들며 우리나라의 국격까지 높이니 말입니다.

연전에 스리랑카 대통령이 동물원 코끼리가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을 위해 아기코끼리 한쌍을 선물한 것도 김 목사가 스리랑카 노동자들에 베푼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던 것이 아니었나요. “이주민이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될지, 한국에 반대하는 사람이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김 목사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에필로그>

한가지 비밀아닌 비밀을 털어놓고자 합니다. 중간에 몇장의 사진을 보셨겠지만 김해성 목사와 몇몇 중년의 사내들이 어울린 모습이 있습니다.

사실은 모두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입니다. 제가 김해성 목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은 동창생 3명이 이날 인터뷰 중 합류했습니다. 수십년만에 만난 친구들이기도 했구요.

 

▲ 동창생 친구들이 매월 만명이 만원씩 후원하는 '만만세 운동 회원 가입'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다섯 사내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고교시절을 회상하였습니다. 사실 고교시절 김해성 목사와 저는 그렇게 친하게 지낼 기회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 다 말수가 별로 없었기때문이었습니다.

늘 조용하고 어진 심성의 친구가 목사가 되었다는 것은 대학졸업후 몇 년이 지나 동창모임에서 만났을 때 였습니다. 그로부터 십년 후 다시 만난 친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활동이 TV를 통해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지요.

 

▲ 모처럼 동창생들이 모여 인근 중국 동포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집없는 자의 설움이 어떤지를 잘 아는 한국에서 지금도 친구는 전셋집을 전전할만큼 내 것에 관심이 없고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利他主義(이타주의)의 전형입니다.

 

▲ 김해성 목사가 구석에 있는 목욕탕 의자들이 무슨 용도인지 아냐고 묻습니다. 글쎄, 이런게 대체 왜 여기 있을까요? 알고보니 중국 동포들이 방바닥에 앉는 좌식문화가 불편해서 이런걸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

  

김 목사의 두 딸 민하(21) 민영(19) 양도 참으로 대견한 여성입니다. 크레파스에 있던 살색을 퇴출시키고 연주황색(살구색)으로 바꾸게 하는데 공헌한 주인공이거든요.

살색이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 피부색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것을 거부감없이 써왔지만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겐 명백히 차별적인 용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령 미국에서 문구점에 가서 종업원에게 '스킨컬러 물감을 달라'고 말했다 칩시다. 얼마나 웃긴 상황이 벌어질까요.

특히 크레파스와 물감은 어린이들이 주로 쓰는 것인데 살색이란 용어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어린이들이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주입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2004년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었던 김목사의 두 딸을 비롯한 6명의 어린이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했고 아빠의 도움을 얻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 결국 이름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더니 옛 말이 틀린게 없지요? ^^

 

친구는 지난해 모교에서 주는 '자랑스런 졸업생'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동창중에는 출세한 이들도 많지만 저는 친구가 제일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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