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 26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국(IHO) 총회가 동해병기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5년 뒤인 2017년 총회로 논의를 미뤘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IHO 총회를 통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본해’ 대신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안을 관철시키고자 했습니다. 지난 1953년 발간한 국제 바다지명 해도집 ‘바다와 해양의 경계(S-23)’의 개정판에 동해를 공식 용어로 채택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무위로 끝난 것입니다.
해괴한 것은 한국 정부가 이번 결과를 놓고 ‘일본해 단독표기 무산’, ‘절반의 성공’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지난 25일 일본이 “일본해’는 그대로 둔 채 부분적인 개정판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부결됐기때문이라고 합니다.
논쟁의 대상인 명칭을 그대로 두고 개정하자는 일본의 엉뚱한 제안은 시간끌기전략으로 동해병기안을 稀釋(희석)시키려는 꼼수였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본해 단독표기안이 무산됐다고 주장합니다. 국민들을 유치원생 정도로 아는걸까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습니다. 이튿날 재개된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기필코 관철시키겠다던 동해병기안을 제안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찬성표만 집계하는 표결 여건을 고려해 승리가 확실할 때까지 동해 병기안을 계속 남기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동해병기안이 부결될게 뻔하니 훗날을 기약하자는 겁니다.
일본의 안이 77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76개국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것은 대척점에 있는 한국의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제안조차 안했다면, 사면초가의 일본을 다름아닌 우리 정부가 기사회생시켜준 것이군요.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처럼 무조건 “안돼~”하면 웃기기라도 하지요. 청와대는 도리어 낯뜨거운 자화자찬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IHO 총회 결과는 일본에 최대의 타격이었을 것”이라면서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기 위해 표결을 부쳤지만 단 한 국가도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일본해를 단독으로 표기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제 채택 단계부터 封鎖(봉쇄)당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게 된 것도 성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이 최대의 타격을 입었다니?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온 국민과 해외한인사회가 총력을 기울인 동해병기안이 서류봉투에서 나오지도 못했는데 대체 누가 타격을 받았다는 말인가요?
청와대 관계자는 더욱 아리송한 말을 합니다.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한일 양국의 국력 차이로 국제사회에서는 대부분 `Sea of Japan'(일본해)이 통용됐기 때문에 동해를 함께 표기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특히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IHO 회원국을 상대로 동해를 함께 적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로비를 벌여왔기 때문에 동해를 병기하려는 우리 정부의 목표를 실현하기에 불리했다.”
슬그머니 꼬랑지를 내립니다. 혹시나 IHO 총회에서 소득이 있을줄 알았던 국민들이 역시나 헛물 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정부는 IHO가 관련 논의를 2017년에 다시 하기로 한만큼 동해 병기를 계속 추진하겠답니다. 별 수 없네요. 이제 똑똑한 국민들과 해외동포가 나서야 합니다. 해결방법은 한가지, ‘한국해’입니다.
동해의 영어 표기를 ‘Dong-Hae’라고 한다면 몰라도 ‘East Sea’는 일본해를 막기엔 너무나 소극적인 용어입니다. 제3자 입장에선 일본의 ‘서쪽 바다’를 ‘동쪽바다’로 부른다는게 ‘이상하게’ 보일 법도 합니다.
아다시피 19세기 이전의 고지도들은 동해 외에도 ‘한국해(Sea of Korea)’ ‘조선해(Sea of Chosun)’로 표기된 것들이 많습니다. 대체 왜 동해를 내세웠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 1830년 지도. <사진=유종구 뉴욕평화연구소장 제공>
혹자는 동해부터 찾은후 한국해로 가자는 말도 합니다. 글쎄요. 동해도 不知何歲月(부지하세월)인데 어느 천년에 한국해가 되겠습니까. IHO 회원국들도 동해/일본해보다 한국해/일본해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제 동해 타령은 그만 합시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목표를 한국해로 잡지 않는한 2017년에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해 속에 갇혀 있는 우리의 막내둥이섬 독도는 ‘한국이 불법점유한 다케시마’ 소리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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