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마할을 둘러본 후 다음 목적지인 바라나시는 야간열차를 타고 간다. 사실 이번 인도여행에서 기대한 것중 하나가 야간열차 여행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야간열차를 탈 일이 없었다. 그런데 낯선 땅 인도에서 그것도 침대칸을 타게 됐으니 말이다.
물론 열악한 환경의 인도에서 편안한 여정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인도의 침대열차는 어떠할까라는 호기심이었다. 인도에서 침대칸은 사전에 예약이 필요한데 그러다보니 일행중 일곱명은 1등칸, 4명은 2등칸으로 나눠져야 했다. 우리가 타는 열차는 1등칸부터 3등칸까지 나눠져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는 아그라역에서 저녁 8시 40분에 기차를 타고 9시간을 달려야 한다. 문제는 지연출도착이 다반사라 운이 없으면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기차역 근처 노점에서 짜이차 한잔을 마셨다. 수미산여행사 김상길 대표가 “인도에 있는 동안 아주 많이 짜이차를 마시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노점 주인의 특별한 손맛이 가미된 덕인지 전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신 짜이차와는 비교가 안되게 괜찮았다. 황토를 빚어 만든 앙증맞은 토기(土器))로 만든 앙증맞은 1회용 컵도 인상적이었다.
짜이(Chai)는 홍차와 우유, 설탕에 몇가지 마살라(향신료)에 물을 넣고 끓이는 인도의 국민차다. 영국에서 흔히 우유와 홍차를 섞은 티가 인도 특유의 향신료 문화와 만나 오늘의 마살라 짜이가 탄생했다. 이날 생강과 후추 향이 가미된 짜이 차는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짜이를 마실 때 쓴 토기잔이 나온 배경도 애달프다. 쿨하르(Kulhar)로 불리는 토기잔은 아주 약하기 때문에 발에 채이기만 해도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 버린다.
이런 잔이 만들어진 배경은 인도의 계급제도중 가장 등급이 낮은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불가촉천민은 말 그대로 다른 계급과는 손길조차 닿으면 안되기때문에 한번 사용하고 나서 버리는 토기잔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짜이라는 단어는 꽤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몽골의 짜이도 내용물이 인도와 비슷하고 그리스에서도 차를 '짜이(Τσαί)', 터키에서는 홍차를 '차이(Cay)'라고 각각 부른다.
커텐이 쳐진 곳은 2등 침대칸이다
1등 침대칸의 모습
플랫홈에서 기다리는데 다행히 기차는 예정시간보다 20여분밖에 안늦는다고 한다. 기차가 도착하자 일행의 가방들을 머리에 두 개씩 지고 온 짐꾼들이 객차에 잽싸게 실어날랐다. 우리도 김상길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올라탔다.
1등 침대석은 4명이 1,2 층 침대가 두 개가 있어 4인실이 한칸이었는데 나를 포함한 3명이 탄 곳은 인도 남성이 한쪽 2층 침대에 자리잡고 누워있었다.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복도와는 차단이 돼 있으니 아늑했고 1층 침대옆엔 작은 테이블과 전원도 있어서 밀린 노트북 작업도 가능했다.
인도의 12월은 밤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에어콘은 또 왜 그리 강하게 나오는지.. 경험많은 김상길 대표가 에어콘 송풍구를 달력으로 막지 않았다면 감기가 걸릴 판이었다. 하지만 시차가 뉴욕과는 거의 정반대인데다 오랜 비행시간에 도착하자마자 이어진 여정에 보살님 한분이 몸살을 호소했다. 다행히 여행용 전기매트를 깔고 원각사 자비성보살이 한참 몸을 주물러드리며 돌본 덕분에 컨디션을 다소 회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안개였다. 기차는 달리면서도 쉴새 없이 기적을 울렸는데 기관사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철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나 동물이 많은 듯 했다. 한 절반쯤 달렸을까. 김상길대표가 오더니 예정보다 몇 시간 늦어진다고 하는거다. 안개 때문에 속도를 못낸다는 것이다.
처음 몇시간은 그런대로 견딜만 했지만 밤새 기차를 타고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명색이 일등칸이었는데도 이러하니 3등칸의 승객들은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결국 기차는 아그라를 떠난지 무려 15시간만인 11시30분 경 목적지 무갈사가이에 도착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여행에 대한 기대감일까 초롱초롱 눈이 빛난다


낯선 환경 탓이었는지 일행중 누구도 잠을 제대로 청한 이들이 없었다. 이날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무갈사가이 인근 바라나시였다.
짐꾼들이 머리에 두개를 지고 하나는 끌거나 팔에 건채 이동하고 있다. 머리에 진 짐만 40kg는 될텐데 돈받고 하는 일이지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무갈사가이 역
아그라에서 무갈사가이와 바라나시는 격일로 기차가 운행되는데 우리가 탄 날은 무갈사가이를 경유하는 것이어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워낙 교통혼잡이 심해 1시간이 소요됐다.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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