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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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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총장 기름장어 대통령?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4-11-10 (월) 05:19:13


 

알려진대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별명은 ‘유만(油鰻)’입니다. ‘기름장어’라는 뜻의 유만은 2006년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후 ABC-TV 등 외신에 의해 널리 소개됐지요. 영어로는 ‘Slippery eel’, 우리말로 재해석하면 ‘미끄러운 뱀장어’인 셈입니다.

이 별명은 반총장이 외교관 시절부터 민감한 질문에 매끄럽게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붙여진 것입니다. 내로라하는 수많은 베테랑 언론인들이 아무리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도 반 총장은 고도의 외교적 수사(修辭)로 대응합니다. 

지난 2006년 취임을 앞두고 ABC-TV 앵커는 반 총장이 예민한 질문들을 솜씨좋게 피해나가자 “당신이 왜 ‘미끄러운 뱀장어’로 불리는지 알겠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약이 오르겠지만 192개 회원국을 이끌어가는 사무총장으로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야 하는 반총장으로선 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2006년 말 모교인 서울대 강연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192개 회원국 입장이 다 다르고, 우리나라 입장과 사무총장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말 한마디로 나라를 좌우할 수도 있어 외교적인 답변을 하다보니 그런 별명이 생긴 것 같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이 기분 나쁘지 않고 좋은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총장은 2007년 1월 11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각국 취재진의 다양한 질문에 예봉을 피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기름장어'의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반 총장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이라크 전략과 미군의 소말리아 직접공격, 유엔 고위직 인사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 유엔의 역할과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모범답안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답답했지요. 미군의 소말리아 공격의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예, 아니오로 대답해 달라는 한 기자가 질문하자 예, 아니오로 대답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

사실 반 총장은 총장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 전직 CNN 기자 등이 포함된 유엔 미디어 전문가들로부터 '특별훈련'까지 받아 언론 상대 요령을 집중적으로 습득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기름장어’라는 옛 명성만 믿고 언론을 대하기엔 사무총장의 위치가 너무나 크기때문입니다.

종종 유엔 사무총장을 ‘세계의 대통령’으로 칭하지만 그보다는 ‘세계 외교관의 대통령’으로 부르는게 마땅합니다.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을 비롯, 생각과 이해가 다른 모든 회원국들을 상대하는 사무총장이 화끈하게 ‘작심발언’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기름장어’는 가히 ‘외교수사의 달인’이라는 헌사에 다름아닙니다.

반 총장은 온화하고 유머러스하며 남을 잘 배려하는 성품입니다. 그런만큼 주위사람들에 인기가 많고 적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부드러운 이미지가 전부는 아닙니다. 반 총장은 무엇보다 세계인권과 평화를 위한 미션앞에서 강직한 소신발언을 멈추지 않습니다. 취임초기 유엔 일각에서 흠집내기가 시도된 것도 유엔내부의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지요.

반 총장의 외유내강(外柔內剛) 이미지를 말해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충주고 시절 권투부에 스카우트 된 적이 있습니다. 반총장과 복싱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지만 사석에서 스스로 털어놓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탁월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학우들을 잘 가르쳐줘 ‘반선생’이라는 별명도 있었던 그는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권투부를 고사했지만 유일한 취미스포츠인 골프를 비롯하여 종종 축구와 농구 시범에서 녹슬지 않은 운동감각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두 번이나 대권에 도전한 이회장 전 한나라당 총재 또한 젊은 시절 복싱을 했습니다. 지난 8월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권투 예찬론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는 중국 권투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후 “나도 젊은 시절 권투를 연습했다. 권투 훈련에는 반격능력과 운동능력, 링 지배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신의 권투론을 설파해 중국 네티즌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2010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기를 운반하는 세리머니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단 입장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개회 선언, 세바스찬 코 대회 조직위원장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환영사가 끝난 뒤 다른 여덟명과 함께 올림픽기를 경기장 안으로 들고 들어왔습니다. 사회자는 "인류의 소망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때 함께 나온 사람들이 세계적인 지휘자 아르헨티나의 다니엘 바렌보임,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황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영국 인권단체 리버티의 샤미 샤크리바티 사무총장, 201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라이베리아의 레이마 보위, 보스니아와 코소보 등에서 봉사 활동을 벌인 영국의 샐리 베커, 인종 차별주의자에게 살해당한 영국인 스테판 로렌스의 어머니 도린 로렌스, 브라질의 환경 운동가 마리나 시우바(브라질)가 올림픽기 운반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또한사람이 권투 선수 출신 무하마드 알리(미국)였습니다. 그러나 알리는 파킨슨병 때문에 함께 걷지 못하고 따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www.en.wikipedia.org

그런데 반총장을 국내 정치판은 복싱선수로 생각했을까요. 자꾸 링 위로 끌어들이려는 짓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꼽히는 그에게 먼저 입질을 한 것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입니다. 그러자 야권도 나섰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3일 “반 총장 쪽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좋겠다는 의사를 나한테 타진했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권노갑 고문은 “측근들이 6개월전쯤 (반총장이) 여당은 안 가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분들의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들이다”라고 이어가 논란을 키웠습니다.

반기문 총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반총장의 측근’은 사실이 아니거나, 자신을 측근으로 착각하는 이들의 희망섞인 의견이라는데 한 표를 줄 것입니다. 사무총장 임기가 2년이상 남은 싯점에서 반 총장이 무엇이 아쉬워 국내 정치판에 입질을 한다는 말인가. 백보 양보하여 대권에 도전하고 싶은 의사가 있다 해도 심중을 드러낼 반기문 총장이 아닙니다.

정치권에선 여당과 야당 공히 구애한다고 하여 ‘반반총장(半半總長)’이라고 농담합니다. 얼굴이 반반하다는게 아니라 절반 반씩 반반이라는 거죠. 여당도 원하고 야당도 원하고, 여기에 가도 좋고 저기에 가도 좋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색깔이 없고 두루뭉슬하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반총장이 원한건 아니더라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댄다는 별로 안좋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반 총장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농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반총장을 놓고 여당과 야당에서 번갈아 반총장에게 추파를 던지자 반총장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며칠전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결집된 대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사무총장을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국내정치인들에 면박을 주었습니다. 반기문총장이 누구입니까. 대한민국 건국이래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배출하고도 다른 곳도 아닌 모국의 사람들이 흔들어대는 한심한 소극(笑劇)이 작금의 정치판 수준입니다.

반 총장을 자꾸 링위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좋은 이미지를 훼손시키려는 반대파의 전략적 의도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좋든 싫든 재야에서 높은 지지를 받던 인물들이 정치판에 들어와서 맥없이 스러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 고건 총리가 그랬고 정운찬 총리가 그랬다. ‘신드롬’에서 ‘시들음’으로 시세가 추락한 안철수 새정치 상임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을 외부에서 영입한다고 그 정당이 저절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외교의 대통령’으로 어렵게 키운 반기문 총장을 자꾸 흔들어서는 안됩니다. 이른바 잠룡으로 불리는 차기 대권을 희망하는 주자들은 도토리 키재기를 하지 말고 국민에 대한 진정성있는 자세로 스스로의 가치를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반 총장의 ‘유만’은 지금 한국 정치권에 대해 느끼는 ‘유감천만’의 줄임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의 구애가 계속된다해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유만부득’이라구요, 만가지 수가 있어도 그것을 취할 수 없다는 사자성어지요. 요즘 말로 하면 ‘깨몽’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만일 반기문 총장이 대권에 도전한다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지금처럼 여야의 극심한 대립아래 호불호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80%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통합의 지도자이자, 통일 코리아의 초석을 다지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2006년 서울대 강연에서 남긴 반 총장의 말을 끝으로 소개합니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한자로 바꾸면 기름 유(油)에 뱀장어 만(鰻)을 쓰는데, 이제 이 유만을 호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유만’이라는 말을 보다 좋은 뜻의 한자로 바꾸면 움직일 유(趡)에 일만 만(萬)을 써서 '세상 사람을 움직인다'는 뜻이 됩니다. 앞으로 ‘유만(趡萬)’이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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