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평양 시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달라진다’는 말을 한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대형 빌딩과 초고층 살림집(아파트) 공사로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다. 휴대전화는 오래전부터 필수품이고 출근시간 일부 구간엔 교통체증이 벌어진다. 대동강변이나 거리에선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멋쟁이 젊은 여성이 거리를 활보하고 휴일 유원지엔 화사한 옷차림의 가족 나들이도 익숙한 풍경이다. 십수년에 걸친 최악의 경제제재속에서도 오히려 살림살이가 나아진 오늘의 북한. 시민들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까지 보인다. 대체 북한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난생 처음 북녘 방문이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다. 처음에 북한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은 물론 가까운 이들도 특별히 놀라거나 하지도 않았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매일 쏟아지는 빅뉴스에 익숙해진 탓일게다.
북의 대표적 언론사인 로동신문사가 지척에 있으니 기자로서 한번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로동신문은 쉽게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었다. 조선 로동당 관할의 로동신문은 북녘 사람들도 함부로 드나들기 어려운 국가보안 시설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당국은 ‘남조선 기자’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 사상과 이념이 투철한 북의 ‘언론전사들’에 비해 남의 자유분방한 기자들이 얼마나 ‘요주의’로 보이겠는가. 일부 기자들이 북을 다녀간후 악의적으로 글을 쓴 경우가 많아 신뢰도(信賴度)가 바닥이었다. 그럼에도 나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자에게 비자를 내주었으니 상당한 호의를 보인 셈일까.
짧은 방북 취재였지만 그간 가진 의문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사람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북한을 꼭 한번 방문해보라’는 말을 한다. 미디어를 통해 본 북한, 막연히 알았던 북한과 직접 체험한 북한, 그곳에서 만난 보통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북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들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탑인 주체사상탑 꼭대기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평양시의 전경은 세계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멋진 풍광이다. 심야에 우연히 보게된 105층 류경호텔은 건물 전체를 화려한 네온사인쇼로 투사하는 장관을 매일 밤 연출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남조선 기자의 ‘홍보’를 원치 않았다. 충분히 자랑할만한 것들도 취재를 탐탁치 않아 했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했고 서방에 의한 ‘비정상’의 이미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또한 보려한 것은 화려한 외관(外觀)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었다.
(6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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