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한국음식박람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음식과 식재료의 미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2013 K푸드 페어’ 행사였지요.
9개 농식품 수출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13개 부스에서 한국 음식 시식과 샘플 음료가 제공됐고 한국수산물홍보관에선
전복과 굴, 김 등 한국 수산물이 홍보됐습니다. 야외무대가 설치돼 태권도와 K팝 공연, 사물놀이 등 한국 문화 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1천개의 음료 샘플이 반나절만에 동이 난 J업체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자평했지만 고금이래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장’치고는 손바닥만한 타임스스퀘어는 평소에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음식과 음료를 공짜로 맛보고
구경거리까지 있는 마당이 열렸으니 북새통인 것은 당연합니다.
이날의 풍경은 예외없이 한국 미디어에 의해 ‘한국음식 인기폭발’이라는 기사로 전달됐습니다. 해마다 뉴욕에서는 센트럴파크나
타임스스퀘어, 한인타운 등지에서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행사들이 열립니다. 500인분, 600인분의 초대형 비빔밥을 만드는 행사나 떡메를 치는
풍경도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중국음식 일본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리 음식을 알리겠다는 열정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홍보도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공짜’로 환심을 사려하는가요.
한국음식이 하도 공짜가 많은 탓에 ‘한국음식=공짜음식’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비단 음식만이 아니라 한국업체나 기관이
주도하는 홍보행사엔 각종 기념품 등 선심이 넘쳐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짜마케팅이 우리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한국의 서울역과 같은 뉴욕의 그랜드센트럴역 행사장에서 일본의 기차도시락 ‘에키벤(駅弁)’을 판매하고 일본관광을
홍보하는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뉴욕 일원의 9개 일식당이 제공한 기차도시락 ‘에키벤’은 역(에키)과 도시락(벤토)의 합성어로 교토(京都)와
고베(神戶) 히로시마(廣島) 후쿠오카(福岡) 등 일본의 향토색 짙은 도시락들이 판매됐습니다.
성게알밥, 오므라이스, 쇠고기덮밥, 주먹밥 등의 에키벤 값은 15~20달러로 꽤 비싼 편이었지만 뉴요커들이 앞다퉈 줄을
섰고 일부 도시락은 금세 품절되는 등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에키 벤 외에도 사케(술)와 미소 스프(일본된장국), 차와 과자 등도 있었지만
공짜로 나눠주는 음식은 찾을 길이 없었지요.
유일한 공짜는 홍보입체영상을 제공한 일본철도(JR)가 추첨으로 간단한 기념품을 주는 코너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1~2분
가량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었으니 엄밀히 말해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행사장에서 만난 한 한인은 “일본의 에키벤을 보니 옛날 한국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먹던 가락국수가
생각난다”면서 “일본 도시락은 내용물에 비해 값이 비싼데도 상당히 잘 팔린다. 반면 한국음식 행사에선 너무 공짜가 많은데 일본 사람들처럼 제
값을 받고 팔아야 한국음식의 가치도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걸핏하면 공짜요, 시식을 남발하다보니 한번이상 경험한 뉴요커들은 한국음식을 값싼 대중식으로 여기고 종류도 다양치 않고
맛도 심심한 일본음식은 고급요리로 우러르기도 합니다.
이번 K푸드 박람회에서는 한국식품 홍보가 맞는지 갸우뚱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습니다. ‘단무지 부스’와 ‘시타케 앤
머시룸’ 이라는 버섯 부스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단무지가 언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이 됐는지도 궁금하지만 표고버섯의 일본이름인 시타케가
버젓이 한국식품으로 홍보된 것은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전날 박람회 홍보 행사장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점심식사가 한식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와 향료가 가미돼 일부에선 “국적
불명의 한식”이라는 비아냥이 나왔습니다. 또 음식박람회 홍보를 위해 맨해튼의 관광버스에 붙인 선전물과 동영상에서 ‘로맨틱한 버섯(Romantic
Mushroom)’, ‘순수한 배(Pure Pear)’, ‘엄청난 미역(Fabulous Seaweed)’ 등 ‘억지영어’가 미국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영어를 몰라서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친숙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현지인 감수를 거쳐
집행한 광고”라고 해명했지만 저간의 불거진 문제들로 미뤄 한국음식의 글로벌 홍보 전략은 확실히 재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