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뽑자면 두말할 것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반기문 총장은 유엔본부와 관저가 있는 뉴욕에 머무는 날이 일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왜냐구요? 지구촌을 구석구석 누벼야 하기 때문이지요. ^^
그런만큼 이동거리는 엄청납니다. 지난 2007년 1월1일 취임이후 두차례 임기 10년중 75%를 소화한 현재까지 출장 거리는 대략 200만 마일(약 320만km)로 추정됩니다. 잘 감이 안오시죠? 지구를 약 80바퀴 돈 거리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가시겠지요?
이동거리만 엄청난게 아닙니다. 순방하는 곳마다 만나는 장관급 이상과의 회담은 지금까지 3천회에 달합니다. 그런 반 총장이 숨돌릴 틈도 없이 가장 바쁜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유엔 총회가 개막하는 9월 중순입니다.
이 시기에 유엔본부를 찾는 국왕과 대통령, 총리 등 정부 수반급(首班及)이 줄을 잇기 때문이지요. 특히 올해는 193개 회원국 중 총리급 이상 대표만 140여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반 총장이 만나야 하는 숫자가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반 총장이 가장 많은 일정을 소화한 것은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입니다. 각국 정상과의 회동과 면담은 물론, 유엔 회의일정까지 하루 평균 30개의 약속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국왕과 대통령들도 반 총장을 만나려면 줄을 서서 분단위로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이런 인물들이 줄을 서서 만나야 한다니 대단한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민족은 조금 어깨를 으쓱해도 되지 않을까요? ^^)
▲ 전 대선후보였던 거물 존 케리 국무장관도 뒷전에 홀로 있을만큼 참석자들의 시선은 늘 반기문사무총장에로 향합니다.
각국을 대표하는 수반들이지만 워낙 쉴새 없이 만나야 하니 이름과 간단한 신상정보는 물론, 그 나라와 관련한 이슈들을 꿰고 있지 않으면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 총장은 깨알같은 정보들이 적힌 메모지를 수험생처럼 들여다보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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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왕과의 면담(왼쪽)과 하이레벨 미팅
지난 23일의 경우 오전 8시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막연설을 시작해 밤 10시까지 31개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회의 사이사이 만난 정상 중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19개국 수반이었지요.
▲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면담(왼쪽) 스페인국왕 펠리페6세 부처와 함께
총회가 열린 24일 스케줄은 슬쩍 일별(一瞥)하는 것만으로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데니스 사소우 잉구에소 콩고대통령, 핫산 세에크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 굿럭 에벨레 조나단 나이지리아 대통령, 압둘라빈 알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의 회동이 이어졌고 지난 6월 즉위한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체 왕비 부처도 접견(接見)했습니다.
▲ 오바마대통령과 대화하는 반기문총장. 오른쪽은 콩고대통령과 함께
케냐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에티오피아 하일레마리암 데살레근 총리, 남수단 살바 키르 대통령, 소말리아의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대통령, 우간다의 요웨리 카구타 무세베니 대통령 등 동아프리카 정상은 한꺼번에 회동(會同)하기도 했다. (정상 5명을 한두름으로 묶어 만났다니..ㅎㅎ)
▲ 아침나절 이용해 잠깐 만난 동아프리카 5개국 정상
이날 오전 유엔총회에서 정상들의 기조연설(基調演說)이 지연되는 바람에 사무총장이 베푸는 오찬에 30분 지각(遲刻)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길어진 이유도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반 총장이 오찬에서 사과멘트를 하자 오대통령(?)이 나서 “반총장은 잘못 없어요. 나때문이에요. 너무 오래 연설했거든요”하고 감싸주었습니다.
마침 오찬 헤드테이블엔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펠리페 스페인 국왕 등과 함께 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헤드테이블에 앉은 것도 다 한국인 사무총장을 둔 덕 아니겠습니까?
오후엔 오마바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리회의에 참석해 또다른 정상들과 총리, 장관들을 만났고 허먼 반 롬푸이 유럽연합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뉴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회의도 가졌습니다.
바늘 가는데 실이 안갈 수 없지요. 부인 유순택 여사도 각국 정상의 퍼스트 레이디들과 만나는 일들로 분주합니다. 이번 유엔총회 개막일 방청석에 유순택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셀 오바마 여사와 유엔총회 샘 쿠테사 의장의 부인 에디스 가사나 여사 등 퍼스트레이드들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잡혀 시선을 끌었습니다.
유엔 관계자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역대 어느 총장보다도 업무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출장도 잦다고 합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반 총장의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주말에도 업무 관련 자료를 읽거나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통화하며 일을 하는 등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지요.
▲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반기문 총장
반 총장의 기상(起床) 시간은 평일의 경우 오전 5시, 일요일도 오전 6시라고 합니다. 반총장의 멘트입니다. “지구촌 곳곳의 시차가 다른 세계 정상들과 수시로 통화를 해야 하기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일찍 일어납니다.”
반 총장은 올해 만 70세입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지난 7년반동안 거뜬하게 소화한 반 총장은 타고난 건강체질입니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그는 일때문에 건강도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 브라질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열린 기념식에서. 오른쪽은 유엔주재 브라질대사.
“마인드 컨트롤과 극도로 절제(節制)된 생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피곤하다는 이유로 온종일 침대에서 뒹구는 사람들이 있는데 건강에 오히려 해롭습니다. 차라리 쉴 새 없이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반총장은 못말리는 일중독자? ^^
반 총장이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이자 취미는 골프랍니다. 물론 그 마저도 일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반 총장은 별도의 골프회원권이 없어서 회원권을 가진 각국 유엔 대사의 초대를 받아서 즐기기 때문이지요.
▲ 유엔서 열린 한국음식의 날 행사
퇴근 후 관저에 들어가도 그의 업무는 계속됩니다. 그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검토해야 할 서류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가끔은 자정을 넘깁니다. 일이 밀렸을 때에는 새벽 4시나 3시30분에 일어나기도 하지요.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앉은 것처럼 일이 쉴 새 없이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이상 photo by UN>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10:4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