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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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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와 안중근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4-02-15 (토) 11:31:22


 

 



기억속 최초의 발렌타인데이가 언제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70년대 중반 중학교 때였을까요? 발렌타인데이 자체가 생소한 무렵이니 이렇다할 감흥(感興)은 없었지만 단 하나, 이날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을 주며 사랑고백을 하는 날이라고 해서 '흠..재밋네' 하던 기억은 납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 그러한 풍습이 일본의 초콜렛회사가 퍼뜨린 상술(商術)이라고 해서 어이없었는데 아무튼 미국에 오고보니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hoto by Kimchinkon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과 캔디 등 달콤한 선물을 하는 것은 같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선물을 주고받고 굳이 성별을 따지자면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서양에선 연인들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사랑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풍습이 내려져 왔으니까요.


 


 www.ko.wikipedia.org

 

 


초콜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고 동양에서 이것이 퍼진 것은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발렌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한 것이 효시입니다. 그러다가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식 발렌타인데이가 정착된 것입니다.


 


 photo by Kimchinkon


 


한국에서는 80년대부터 발렌타인데이가 급속히 퍼졌는데 언제부턴가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라 해서 여자로부터 초콜렛을 선물받은 남자가 사탕 등으로 답례(答禮)하는 날이 생겼는데 일설에 화이트데이는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생겨난 신풍속도이고 달콤한 상술에 재미들린 우리의 제과업계가 11월 11일 빼빼로데이라는 것도 창조해냈지요.

 

 


 photo by Kimchinkon


 


올해의 발렌타인데이도 미 전역의 마켓엔 수많은 초콜렛 상품과 꽃다발들이 고객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드 코너엔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아내와 남편은 물론, 아들, 딸, 엄마, 아빠, 손자, 손녀용까지 나와 있더군요.

 

 





발렌타인 데이를 가장 먼저 일깨워 준 것은 구글입니다. 엊저녁 자정(子正)을 넘어간 시간 구글 홈페이지를 접속했더니 ‘GOOGLE’ 여섯 자 알파벳이 하나씩 터지면서 하트로 바뀌더군요

 

 




각각의 하트엔 ‘Crush’ ‘Mr.Right’ ‘First Kiss’ 등이 쓰여있고 그것을 클릭하면 1~2분 가량 나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발렌타인데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잔잔한 음악속에 감성을 자극하는 나레이션을 들으며 구글의 기념일이 갈수록 업그레이드하고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포탈사이트들은 어떠했을까요.



네이버를 클릭하는 순간, 맞아!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었네요. 검색창 오른쪽에 ‘정월대보름 부럼깨고 오늘도 건강하세요’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음력 1월 15일이 올해는 발렌타인데이와 겹친 것이었지요.


 


 


그럼 정월대보름을 기념하는 장식이라도 함직한데 다른 포탈들은 소치올림픽 격려문구나 눈에 띌까 전혀 표시가 안돼 있더군요. 사실 대보름은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중요한 우리 민족의 명절이었는데 근대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그 모습을 많이 잃고 말았습니다.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시며 줄다리기와 다리밟기 고싸움 쥐불놀이를 하던 날을 맞고도 이젠 대보름이 왔는지도 잘 모른 채 변질된 서양의 풍습이 주인 행세를 하니 처연(凄然)할 따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부터 2월 14일을 안중근의사를 기리는 날로 삼자는 캠페인이 벌어진 것입니.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었다는 사실을 전한 것을 계기로 네티즌 사이에 안중근데이로 하자는 여론이 확산(擴散)되고 있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환영군중에게 향하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3발을 명중시킨 후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이후 뤼순감옥으로 옮겨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1910년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처형(處刑) 당했습니다.



따지고보면 발렌타인데이의 기원도 마냥 달콤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전쟁에 나가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반대한 사제 발렌타인이 처형된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하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photo by Kimchinkon


당시 로마 황제는 원정에 징집된 병사들이 출병 직전 결혼을 하면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결혼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어느 남녀를 안타까워한 발렌타인 신부는 이들의 결혼을 몰래 허락하고 주례(主禮)를 섰다가 그만 사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photo by Kimcninkon


 


발렌타인 사제의 사형일과 안중근의사의 사형이 선고된 날이 공교롭게도 겹친 것입니다. 구태여 안중근의사의 사형선고일을 기리지는 않더라도 일제가 우리 민족사의 영웅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을 언도(言渡)한 날이라는 것쯤은 머릿속에 기억하고 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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