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가는 길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판문점 방문을 마치고 개성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한 상점 앞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것이다. 얼핏 ‘정보통신기재 판매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김선생에게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냐’고 물었더니 “아, 손전화기(휴대폰) 사는겁니다. 신형 손전화기 사려는 줄이에요”하는게 아닌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에서도 우리처럼 신형 휴대폰이 나오면 먼저 구입하기 위해 長蛇陣(장사진)을 이룬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나의 충격도 따지고보면 북에 대한 偏見(편견)일 것이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우리는 당연하고 이들에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인지..그만큼 우리가 북에 대해 모르는게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선진제국이 향유하는 테크놀로지를 어디든 적용하지 못할게 뭐 있겠는가. 북은 2017년 수소탄 실험을 끝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고 이젠 핵억지력을 갖춘만큼 경제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경제의 상징은 지금 자고 일어나면 세워지는 평양의 건설 붐과 어지간한 사람들이 손에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이다. 북한에 스마트폰은 ‘평양’, ‘아리랑’, ‘진달래’ 등의 브랜드가 있는데 만경대기술정보사가 제작한 진달래 3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디자인을 반씩 섞어놓은 듯 꽤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였다.
photo by Jean Chung
북한의 스마트폰은 ‘조선식 운영체제’라는 자체 OS를 갖췄고 ‘봉사시장’이라고 불리는 자체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인터넷은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월드와이드 www 대신 자체 인터넷망인 인트라넷을 쓴다. 이름하여 ‘광명망’이다. 자체 인트라넷을 쓰는 이유는 물론 외부와의 차단 통제 때문이다.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을 안쓴다고 북한의 스마트폰 문화를 낮추어 볼 필요는 없다.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 따라 유엔이 총대를 맨 안보리의 제재를 수십년에 걸쳐 받았다. 통상을 제한하고 무역 창구를 봉쇄하며 철저히 고립시킨 것은 유엔과 서방인데 북이 스스로 문을 걸어잠근 채 이조말기 쇄국정책을 한 양 몰아붙이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이다.
북한을 진정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하고 싶다면 대북제재를 하루빨리 풀고 정상적인 통상 수교를 맺어 지구촌 시장에 편입하도록 해야 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의 폭파 등 선도적 조치를 취한 북이 종전선언후 평화협정을 맺자는 것은 지구촌의 일원으로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증거로 봐야 한다. 미국이 북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소한의 제재를 풀면서 신뢰를 준다면, 북한도 더욱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스마트폰은 하나의 혁명이다. 손전화기 보급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기때문이다. 불과 1년도 안되는 사이에 남북정상의 만남을 세 차례, ‘철천지원쑤’라는 미국의 대통령과 두번이나 만나는 ‘천지개벽’이 전개되면서 북한 주민들도 큰 기대감속에 외부 소식에 목말라 하고 있으며 손전화기는 상당 부분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의 기자들은 전에 볼 수 없던 취재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왕왕 보여주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뉴스를 전달하는 등 서방의 TV를 방불케하는 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서 변화는 대세다. 다만 그 빠르기가 어떤 속도로 펼쳐지느냐의 차이일뿐이다.
(11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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