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정부와 한인여러분들에 정말 감사합니다.”
강일출 할머니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가슴속 깊이 평생을 고통스럽게 따라다니던 기억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버지니아 페어펙스카운티 정부 청사에서 미국 지방정부 청사로는 1호, 미주 전체로는 7호인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이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함은선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막식과 함께 한인 학생들의 소고춤과 북춤 공연, 살풀이 공연 등의 축하 행사도 이어졌습니다.
제막식엔 샤론 볼로바 페어팩스카운티 의장과 한국계인 마크 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그레이스 한 울프 헌든시의원 등 정치인들과 워싱턴정신대대책협의회 김광자 회장, 위안부기림비 건립위원회 황원균 위원장 등 위원 등 한인들과 주민들 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지난 2007년 연방하원 위안부결의안 통과의 주역(主役) 마이큰 혼다 하원의원은 제막식에 앞서 열린 기념식에서 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피해자 강일출 할머니(86)가 함께 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위안부 기림비 옆에 마련된 나비 형상의 철제 벤치에 앉아 제막식을 지켜본 강일출 할머니는 제막식 직후 스무마리의 나비들을 방생하는 순서를 지켜보며 감회가 어린듯 눈물짓는 모습이었습니다.
두 개의 나비 형상은 위안부 희생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날개짓을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의자 안쪽에 ‘2차대전 위안부 희생자들을 기리며’와 ‘2차대전 위안부 희생자들께 헌정(獻呈)’이라는 영어 문구가 각각 새겨졌습니다.
강일출 할머니는 나비 방생후 기림비 옆에서 ‘즉석 나비춤’을 추어 큰 박수를 받았는데요.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서 모든 희생된 분들이 고통스런 과거의 억압(抑壓)과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의 날개짓을 하는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강일출 할머니는 “미국 (버지니아) 정부와 이곳에 있는 동포들이 이렇게 훌륭한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일본정부는 빨리 사과하라. 그래야 우리가 세상을 뜰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재미언론인 문기성씨는 “버지니아주에서 동해병기법안이 통과되고 정부청사내 위안부기림비가 건립된 것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오늘의 일본에 두 번의 치명타를 안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재미한인들이 앞으로도 미국을 통해 일본을 무릎꿇리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행사엔 일본 기자들이 열명 가까이 모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히려 한국기자보다 더 많은듯 했는데요. 일본의 TV 방송은 워싱턴 정신대대책협의회 김광자 회장과 인터뷰하고 현장에서 중계를 하는 등 아주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한편 행사 전날까지 버지니아 페어펙스 정부는 위안부 기림 평화가든을 정성껏 단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틀전만 해도 위안부기림비를 둘러싼 원형 화단엔 흙만 고른 상태였는데 이날 장미를 비롯한 꽃들을 심어 한결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알려진대로 기림비는 2010년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도서관 앞에 1호가 세워진 것을 비롯, 뉴저지 버겐카운티 청사 앞, 뉴욕주 낫소카운티 현충원에 두 개 등 뉴욕, 뉴저지에 4개의 기림비가 있고 캘리포니아에선 2012년 2월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에 위안부기림비에 이어 이듬해 7월 글렌데일에 미주 최초의 위안부소녀상이 건립된 바 있습니다.
특히 페어팩스카운티 기림비는 백악관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사실상 미국의 심장부에 건립되는 효과를 가질 전망입니다. 이곳에 기림비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2년 전부터 워싱턴정신대대책협의회(회장 김광자)를 중심으로 위안부기림비 건립위원회(위원장 황원균)가 만들어진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들 한인들은 일본의 방해 공작을 피하기 위해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와 극비리에 일을 추진, 모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지난 4월 말에야 관련 사실을 알리게 됐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들어선 버지니아의 기림비는 역대 가장 아름다운 풍광속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운데 기단위에 폭 1.8m, 높이 1.3m의 바위 전면과 후면에 동판(銅版)이 부착된 기림비가 있고 양 옆에는 벤치를 겸할 수 있는 두 마리의 나비 형상이 설계됐습니다. 위안부 희생자들이 억압과 폭력이 없는 세상에서 훨훨 날아가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나비 형상 안쪽에 ‘2차대전 위안부 희생자들을 기리며’와 ‘2차대전 위안부 희생자들께 헌정’이라는 영어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기림비 동판 전면(前面)엔 일본제국주의군대에 의해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강제로 끌려와 성노예로 유린(蹂躪)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중 인신매매에 의해 여성과 소녀들이 인간의 기본권, 존엄성을 유린당하며 명예가 짓밟혔습니다.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네덜란드와 동티모르에서 2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위안부)로 강제로 끌려와 희생된 여성들이 영원한 평화와 정의를 찾기를 기원하며, 이분들이 여성과 인간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의미로 기억되기를 기원합니다.’
후면엔 2007년 미 연방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때 최초 발의자인 마이크 혼다 의원이 “일본 정부는 1930년대부터 2차대전까지 식민통치 하에서 ‘위안부’들을 ‘성노예’로 삼은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뚜렷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언한 내용이 표기됐습니다.
버지니아는 올해 미국 50개 주에서 처음으로 동해 병기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한데 이어 최초로 정부 청사안에 위안부기림 공원이 조성되는 등 한인사회 이슈를 선도(先導)하고 있습니다. 페어펙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살기좋은 톱10 카운티중 선정된 곳으로 한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DC에 약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지요.
같은날 인근 센터필의 스파월드에선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회장 피터김) 주최로 동해탈환 기념식이 열려 한인사회가 경사가 겹쳤습니다.
기념식엔 데이브 마스덴, 리차드 블랙, 팀 휴고 의원 등 동해법안 통과를 주도한 의원들과 수잔 숄티(공화당), 존 파우스트(민주당) 연방하원의원 후보 등 20여명의 정치인들과 한인사회 각계 대표 등 약 5백여명이 참석해 동해병기법안 통과를 축하하고 그 의미를 다졌습니다.
이날 기념식에선 동해법안(SB2)을 발의한 데이브 마스덴 의원이 통과한 법안과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가 서명한 펜을 한인사회에 증정하는 특별한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이상 photo by 윌리엄 문>
모쪼록 위안부 기림비가 미국의 주요 도시 모든 곳에 건립되고 공립학교 교과서의 동해표기 또한 미주 50개주로 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10:47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