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월초파일(양력 5월12일)엔 수많은 불자들이 가까운 절을 찾아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땅에 오신 의미를 기렸습니다. 이날은 북녘의 불자들도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정성껏 공양을 올린다고 하니 남북을 포함해 지구촌 많은 곳에서 부처님의 지극하신 자비광명이 깃들기를 축원하였을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석가족의 위대한 성자'라는 뜻입니다. 인도 카필라국의 고귀한 왕자로 태어난 싯달타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환경속에서도 인생은 고통의 바다임을 인식하였고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홀연히 깨우침을 얻어 부처(깨달은자)가 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누구나 깨우침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지요. 억겁의 輪廻(윤회)를 거듭하면서도 욕망과 집착을 놓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괴로움(苦)의 원인(集)과 소멸(滅), 소멸방법(道)에 대한 가르침(사성제四聖諦)과 해탈,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팔정도八正道)를 제시한 부처님을 기리는 것이겠지요.
부처님오신날 저는 동두천의 대도사를 찾았습니다. 집근처에도 큰 절들이 있지만 기왕이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고 싶었습니다. 대도사는 1955년 비구니 혜법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현재도 비구니 스님이 주지로 계십니다.
수려한 산줄기속에 자리잡은 대도사는 천불탱화가 있는 각황전(覺皇殿)이 중심 법당으로 범종각, 석굴속 와불전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지스님은 연세가 팔십이 넘은 고령이 믿기지 않을만큼 짱짱한 목소리로 두시간여의 봉축법회를 이끌었습니다.
제가 뉴욕에 있었다면 원각사에 갔겠지요. 30만평의 광활한 경내에 청동대불과 부처님진신사리탑을 위시해 1천년전 고려시대 공법을 재현한 세계최대의 기둥없는 대웅전과 무량수전, 동당, 서당을 차례로 짓는 대작불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수많은 불자들이 무명의 때를 벗기고 진리를 밝히는 부처님오신날, 슬픈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한국의 佛寶寺刹(불보사찰)로 유명한 경남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어이없는 차량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참변 말입니다.
사고의 원인이 70대 운전자의 부주의때문인지, 차량 급발진때문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류의 사고엔 늘 그렇듯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통도사는 경내로 진입하는 도로에 인도와 차도가 방지턱이나 가드레일이 없어 이번과 같은 사공네 보행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소에도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사찰 도로를 왜 그냥 방치한 것은 당국과 사찰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통도사 참사가 일어난 날 경북 영천의 은해사에선 야당 대표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라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법회가 봉행되는 동안 반배는 커녕, 합장의 예를 취하지 않아 불교계 비난을 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려진대로 황교안 대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이 많은 개신교 신자가 부처님오신날 절에 간 것은 사실 아름다운 일입니다. 불교의 최대 명절에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는 제스처이니까요. 대권을 노리는 그가 불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방편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지만 어쨌든 축하차 온 야당 대표를 은해사에서도 극진히 대접했을 법 합니다.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참석자들이 합장을 하고 스님의 독경과 목탁에 맞춰 중간중간 반배의 예를 올렸지만 황 대표는 두 손을 가지런히 앞에 하고 눈을 감고 있더군요. 참 안쓰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부처님께 대한 예를 우상숭배시하는 개신교 신자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그의 난처함(?)이 여실히 묻어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자들은 아연할 따름입니다. 대체 왜 부처님오신날 절에 와서 저런 희한한 모습을 연출하는지 말입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염불보다 잿밥이겠지만) 자진해서 봉축법요식에 와서 앞자리까지 차지해놓고 상대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니 말입니다.
더욱 어이없는 행태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기부처님상의 정수리에 물을 붓는 灌浴式(관욕식)에서 나왔습니다. 은해사측이 황 대표를 배려하여 가장 먼저 할 수 있도록 호명했지만 팔을 휘휘 저으며 안하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非禮(비례) 정도가 아니라 불교에 대한 侮辱(모욕)입니다. 잔칫상에 고춧가루 뿌리는 행위이니까요.
경건한 봉축 행사장에서 그가 이런 제스처로 은해사의 대중스님들과 불자들은 얼마나 당혹스럽고 어이없었을까요. 이런 짓을 하려면 절대로 오지 말았어야 하지만 설사 눈도장 찍으러 왔다해도 사전에 관욕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해 민망한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법요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가 손을 맞잡고 눈을 감고 있던 것도 절에 와서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참회(?)의 몸짓이었는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目不忍見(목불인견)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행차는 모자란 행동으로 인해 안오느니만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것 같습니다. 아다시피 자한당 지지율이 높은 경상도 일대는 불자들이 아주 많은 곳입니다. 명색이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웃종교를 배려하는 작은 예의조차 차리지 못하는 모습에 자한당을 지지하는 불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가 과연 이 나라를 이끌고 갈 깜냥이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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