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창현의 평양오딧세이(14)
남쪽에서 누리는 옥류관의 유명세에 대해 다소 떨떠름할 곳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청류관이다.
청류관은 평양시 중구역 동성동에 자리잡은 대형 식당이다. 옥류관은 평양시인민위원회 봉사관리국 산하이고 청류관은 금수산의사당경리부 산하로 운영되고 있다. 옥류관이 대동강을 끼고 있다면 청류관은 평양 도심을 휘감아 도는 대동강의 支流(지류) 보통강변에 있다. 옥류관이 옥처럼 흰 빛을 띄고 있듯 청류관도 이름에 걸맞게 푸른 강물처럼 청색을 하고 있다.
조총련 매체에 따르면 옥류관이 “물위에 떠있는 정자”라면, 청류관은 “물위의 맵시있는 유람선”이다. 평양을 대표하는 양대 식당으로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청류관은 옥류관보다는 다소 규모가 작지만 15인 테이블 등 300명을 수용하는 대형 홀을 비롯, 총 1600여 명이 식사를 할 수 있다. 결혼식과 환갑잔치 칠순잔치 등 대소사를 치를수 있는 연회장도 있다.
청류관 앞 보통강변에서 한가로이 정경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
청류관에선 랭면은 물론, 평양온반, 칠색송어매운탕, 신선로, 불고기, 남새(야채)비빔밥, 쇠고기장국, 녹두지짐, 각종 카레밥 등 서양식 요리도 인기리에 팔고 있다. 물론 주식은 북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랭면이다. 북에선 식음료 경연대회가 많은 편인데 해마다 열리는 음식경연대회에서 옥류관과 청류관은 늘 1위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랭면만큼은 번번이 옥류관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아무래도 1961년 평양랭면 전문점으로 문을 연 옥류관에 비해 20여년 늦게 1982년 개업한 청류관이 원조의 맛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음식들의 경연에서는 청류관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옥류관을 넘어서는 맛도 인정을 받고 있다.
어쨌든 북녘 사람들의 ‘국민 음식’인 랭면(국수)를 놓고 옥류관과 청류관은 자존심을 건 랭면 대결을 펼친다. 두 식당의 라이벌 의식도 강한만큼 평양 시민들도 ‘옥류관 파’ vs ‘청류관 파’로 나뉘어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번 1차 방북에서 옥류관을 맛본 터라 이번 2차 방북엔 청류관을 찾았다. 안내 리선생과 운전수 선생과 함께 청류관 2층 보통강의 버드나무 풍치가 아름다운 창가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안내 리선생이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카운터로 가서 뭐라고 얘기를 한다.
알고보니 이곳에선 선불 후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식당들을 다녔지만 선불을 하는 곳은 처음이었는데 이유를 물으니 우리가 들어온 홀은 하나로 길쭉한 형태여서 매출전표 관리가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일반 식당처럼 후불제로 하면 그냥 슬그머니 빠져나가도 모를 수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옥류관 랭면과 청류관 랭면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증이 일었다. 솔직히 랭면 전문가가 아니라 육수의 차이를 구별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눈에 띄는 한가지가 있었는데 양념장(다대기)이 작은 종지에 필수로 나온다는 것이다.
청류관 평양랭면의 특징은 양념장이 따라나온다는 것이다
운전수 리선생은 “(양념장도 있고) 난 옥류관보다는 청류관 랭면이 더 좋습니다”라며 청류관파 임을 자인했다. 여성봉사원이 청류관의 굴깍두기가 또 유명하다고 권한다. 시원하고 깊이있는 맛이 逸品(일품)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옥류관에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청류관에선 굴깍두기가 히든 카드인 셈이다.
평양엔 옥류관과 청류관 외에도 외화 결제를 하는 고급 식당들이 많다. 결혼식 등임 낳이 열리는 청춘관, 경흥관, 해맞이식당, 해당화관 등 유명 식당들이 15개 정도 있고 대동강구역 문수거리 등 여러 곳에 요즘 유행하는 결혼식 전문식당들, 지방특산물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회 닿는대로 평양에 갈 때마다 유명 식당들을 순례하고 싶은 생각을 하니 미리 침이 고이는 듯 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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