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지하철은 우리보다 1년 빠른 1973년 개통됐지만 노선은 두 개로 단촐하다. 부흥역에서 다음 역인 평양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00m 이상 내려가야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자못 웅장한 분위기의 역 내부는 화려한 샹델리에가 걸려 있고 벽화도 그려졌다. 수년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봤던 모스크바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비슷했다.
역사 가운데엔 신문을 볼 수 있는 열람대가 있었다. 로동신문과 평양신문 두 개가 揭示(게시)됐는데 시민들이 서너명씩 모여 관심있게 읽고 있었다. 처음엔 신문도 면수가 많지 않은데 뭘 저렇게 열심히 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래로 엄청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터졌는가. 특히 북의 주민들에겐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그야말로 驚天動地(경천동지)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지도자가 그렇게 먼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예도 없었지만 ‘철천지원쑤’로만 여겨졌던 미국의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환담을 나누는 모습은 그야말로 꿈에서나 봄직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불과 1년 조금 더 되는동안 남북정상이 세차례 만나고 북미정상은 두차례 만났으며 지난 6월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금세기 초유의 드라마틱한 장면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큰 뉴스들이 연이어 터지다보니 북의 주민들도 뉴스에 목말라 할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전동차를 타면 양 끝에 특별한 자리들을 볼 수 있다. 우리네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임산부 보호석처럼 특별석이 있는 것이다. ‘전쟁로병자리’와 ‘영웅영예군인’ 자리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행중 여영난 화백이 ‘영웅영예군인’자라에 앉았다.
그런데 맞은편을 바라보니 ‘전쟁로병자리’ 자리에 젊은 여성이 앉아 있는게 아닌가. 설마하니 젊은 여성이 전쟁로병일리는 만무하고 평양시민들도 역시 빈 자리가 있으면 대충 앉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비슷한 법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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