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여러모로 서울과 비슷합니다. 때로는 교통규칙이 무시되는 혼잡한 대도시라는 것과 큰 강을 끼고 있는 정경(情景), 비슷한 날씨도 그렇습니다. 허드슨강의 리버사이드 파크웨이는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기분이고 반대편의 할렘리버 파크웨이는 어쩐지 강북강변로와 닮았습니다. 32가 한인타운에 들어서면 서울의 한 골목을 걷는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킵니다.
뉴욕이 서울과 다른 대표적인 것은 다리입니다. 한강엔 무려 31개의 다리들이 놓여있지만 허드슨강은 달랑 두 개(조지워싱턴, 베라자노 브리지)입니다. 물론 두 개의 다리가 1, 2층이니 두 몫을 하는 셈이고 두 개의 하저터널(홀랜드, 링컨 터널)이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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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시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입니다. 이 때문에 가끔 미국인들도 “뉴욕같은 대도시로 연결되는 허드슨강에 겨우 다리 두 개와 터널 두 개가 말이 되느냐?”는 불평을 합니다. (허드슨강 반대편인 맨해튼 동쪽 이스트리버엔 브루클린 브리지를 비롯한 많은 다리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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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은 일도 있었지요. 2009년 1월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여객기 불시착은 다리들로 촘촘한 한강이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워낙 통행량이 많아 늘 유지보수를 하는지라 뉴욕의 주요 다리와 터널들은 유료입니다. 가장 비싼 것은 뉴욕의 관문 역할을 하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로 한번 통과하는데 13달러(약 1만4천원)나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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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들어올 때만 돈을 낸다는 사실입니다. 복잡한 뉴욕으로 들어오는 혼잡통행료 성격도 포함된 셈입니다. 사실 통행료는 한인타운 플러싱과 브롱스를 연결하는 화이트스톤 브리지(왕복 15달러)처럼 뉴욕내의 다리들이 더 비싸지만 어쨌든 1회 통행료로는 챔피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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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다리중 가장 유명한 것은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스트 리버의 브루클린 브리지이지만 교량 본연의 기능을 따지면 뉴욕의 대표 다리는 세계 최대의 교통량을 자랑(?)하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입니다.
뉴욕에 오래 산 한인들은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조다리’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이름이 긴 탓에 미국인들도 줄여 ‘GW브리지’라고 합니다. 조지워싱턴 브리지는 1931년 8차로를 완공했고 1962년에 다리 아래 6차로를 만들어 도합 14차로의 1, 2층 다리가 되었습니다.

1950년대 1층다리때 모습 www.en.wikipedia.org
그러나 수많은 화물트럭을 비롯해 매일 30만대에 달하는 차량이 오가느라 툭하면 교통체증(交通滯症)에 시달립니다. 특히 톨게이트가 있는 뉴저지에서 뉴욕방향의 체증이 심한데 사고나 보수공사라도 있으면 포트리 타운의 안쪽 도로까지 차들이 밀려 그야말로 다리건너기는 악몽에 가깝습니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가 새해 벽두 ‘브리지 게이트’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지난해 9월 뉴욕방향의 차로 2개가 나흘간 통제되면서 일어난 ‘교통대란’이 치졸한 정치 보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자신의 참모와 고교친구인 뉴욕뉴저지항만청 관계자의 일탈행동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주지사선거를 앞두고 반대편에 줄을 선 포트리 시장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교통대란 음모가 신문에 보도될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을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뉴저지의 연방검사 폴 피시맨이 조사를 맡게 된 ‘브리지 게이트’에서 크리스티 주지사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 차기 대선 도전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주지사 직에서 탄핵(彈劾)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고작 한 타운의 시장을 응징하기 위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공모를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나온 이유는 포트리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이 주지사선거를 앞두고 크리스티 주지사를 지지하지 않았기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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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적의 소콜리치 시장이 같은 당의 바바라 부오노 후보를 제쳐두고 공화당의 크리스티 주지사를 지지하는 것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크리스티 주지사는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정치인이고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일개 시장의 지지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조지워싱턴 브리지의 교통체증이 발생하면 포트리의 주요 도로도 몸살을 앓게 되지만 주민들의 불평은 주무 당국인 뉴욕뉴저지항만청으로 향하기때문에 소콜리치 시장이 정치적 곤란을 겪을 일도 사실 희박합니다.
소콜리치 시장이 ‘표적’이었다면 단순히 주지사 지지여부가 아니라 심각한 앙심을 품게 된 또다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교통대란이 벌어져도 소콜리치 시장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힘들다는 점에서 진짜 타겟이 따로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미국민들은 정치의 세계에선 시민들을 볼모로 한 치졸한 공작과 음모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도덕한 정치인은 게으른 유권자들이 만든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참여정치의 일번지’ 미국에서 새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09:22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