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은 대동강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서울 한강의 뚝섬과 이름도 모양도 비슷한 섬이다. 당초 쑥섬의 과학기술전당은 일정에 없었다. 2년전 이곳을 다녀온 미국의 지인이 북에 가면 꼭 가보라고 추천을 했는데 미리 신청할 하지 못했다.
도착후에 일정에 없길래 이곳에 갈 수 있냐고 부탁했는데 다행히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이곳을 방문하면서 대체 왜 북 당국이 일정에 넣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한마디로 이곳은 오늘날 북의 과학기술의 精髓(정수)를 유감없이 과시할만한 곳이었다.
솔직히 기자인 나를 통해 자연스럽게 북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선전할 수 있었을데 왜 그런 홍보효과(?)를 굳이 마다했을까.
사실 이번에 나의 방북신청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북의 과학기술은 이미 인공위성과 로켓 엔진 시험으로 충분히 입증이 되었는데 뭘 새삼스럽게 알리겠냐는 판단 같았다. 과학기술전당은 수유치원 소학교부터 중고대학까지 수많은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양은 물론, 전역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견학을 오고 현장학습도 하고 있었다.
본관은 원자핵 모양의 거대한 빌딩이었고 주변에도 여러동의 대형 건물이 있었는데 이걸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걸릴 것 같았다. 1층 홀을 통과하면 둥근 원형크리스탈이 돌면서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보여진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북이 자랑하는 은하3호 로켓이 실물크기 모형으로 우뚝 서 있다. 수십미터의 로켓은 지하부터 지상 10층 규모 높이로 솟아 있고 원형의 각 층마다 다양한 시설물과 전시관이 있었다.
이날 이 건물에서 목격한 데스크탑 컴퓨터만 수천대였는데 모니터와 마우스, 패드 등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3층에선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만화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전당엔 아시아 최초로 화학섬유를 발명한 ‘비날론의 아버지’ 리승기 박사의 코너도 있었다. 리승기 박사는 1967년 영변원자력연구소의 초대소장으로 북핵의 기초를 일군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밖에 공룡 모형과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실험하는 학습장, 위성통신 체험실, 거북선과 화차 모형 등 우리 민족의 과학기술 사례들, 문화유산 코너 등 다양한 전시관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 영화관들도 있었는데 가령 률동영화관은 3D 입체영화관으로 의자까지 흔들리며 스릴 넘치는 영상을 체험할수 있는 곳이다. 또한가지 인상적인 곳은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었는데 컴퓨터를 키면 농아들을 위한 수화 영상이 나오고 맹인들을 위한 점자 키보드와 점자로 출력되는 프린터도 있었다. 북에선 장애인들을 볼 수 없고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없다는 잘못된 偏見(편견)을 깨뜨리는 순간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귀여운 아이들과 마주쳤다. 원산소학교에서 현장학습온 1학년 어린이들이다. 우리를 보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길래 함께 사진도 찍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은 귀엽고 예쁘다. 하물며 우리의 북녘 형제들의 아이임에랴.
쑥섬은 본래 쑥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1948년 우리 민족의 분단을 막기 위해 백범 김구와 김규식, 조소앙 선생 등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남북지도자연석회의를 했다. 쑥섬 한켠엔 그 역사의 현장이 보존되고 있다.
쑥섬이 이젠 북이 자랑하는 과학기술의 상징이 되었다. 앞으로 또 많은 세월이 흐르면 역사는 이곳을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쑥섬에서 차가 오길 기다리는데 강변에서 낚시를 즐기는 60대 남성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갔다. 중년의 남성이 먼저 말을 건다. 해외동포라고 소개하니까 자신들은 낚시협회(동호회) 회원이라고 한다. ‘평일인데 낚시를 할 시간이 있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나라에 공로 세우고 은퇴해서 시간이 많다”며 웃는다. 고기가 잘 잡히냐고 했더니 ‘지금은 고기가 잘 잡히는 철은 아니고 봄이 되면 많이 물 것“이라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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