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5월24일, PM 08:41:51 파리 : 5월25일, AM 03:41:51 서울 : 5월25일, AM 10:41:51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103)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97)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7)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50)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410)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44)
·훈이네의 미국살이 (115)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총 게시물 497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네거티브가 뭐길래..정치판의 페어플레이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10-19 (수) 00:33:55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補闕選擧)가 불을 뿜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국시간 19일 현재 오차범위내 박빙(薄氷)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누가 당선될지 예측불허라는 말인데 그때문인지 양 후보의 선거 캠프가 본격적인 네거티브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네거티브 공세는 나경원 후보측이 먼저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서민이미지를 갖고 있는 박원순 후보가 월세 250만원짜리 강남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시작으로 작은할아버지의 양자로 입적돼 6개월 방위로 복무했다는 병역의혹, 아름다운 재단이 기업약점을 빌미로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주장, 급기야 서울대 법대에 재학했다는 이력은 사실이 아니라는 등등 파상적인 융단폭격을 가했습니다.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우주적 진리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따지고보면 먼지로 이뤄져있으니까요. ^^ 저는 네거티브가 나쁘다고만 생각지는 않습니다. 워낙 하자(瑕疵)가 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인지라 우선 최소한의 시민 자격은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기때문입니다.

 

www.ko.wikipedia.org

한나라당이 이른바 박원순 후보의 7대의혹을 제시한 것을 보면 ‘청빈한 시민운동가라더니 문제가 많네’, 라는 생각도 들 법 합니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면 박 후보의 입장에서 말이 안되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박 후보가 서민들을 위해 부조리와 싸운 시민운동가인 것은 맞지만 서민인척 위장(?)한 적은 없기때문입니다. 강남에서 사는 것이 죄도 아닐뿐더러 수많은 장서들을 보관하기 위해 도서관처럼 서가가 가득한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보증금 1억원에 250만원 월세를 내는 박 후보의 집을 굳이 전세가가 6억원대라며 액수불리기에 나선 의도는 무엇일까요. 강남일망정 어쨌든 월세살이인 박 후보가 강남 아파트라도 한 채 있었다면 난리가 날뻔 했습니다.

병역비리 의혹도 작은 할아버지 양손으로 입적돼 그의 형과 함께 2대 독자로 6개월 방위를 했다는 것인데 어쨌든 위법한 사실은 없고 박 후보가 당시 열세살에 불과했으니 군복무를 계산한 편법을 주도했을리 만무합니다. 어찌보면 박 후보는 작은 할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호적을 바꾼다는 것은 우리네 정서로 그리 간단치 않은 것이기때문이지요. 도리어 작은할아버지의 대를 이었다는 칭찬받을 일을 네거티브의 자료로 삼은 것은 아닐까요.

서울법대에 재학한 사실이 없다는 지적은 솔직히 웃음이 나옵니다. 저는 박 후보가 학력 위조를 했다는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 사회계열 1학년때 박정희 정권의 야만적인 긴급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로 제적됐는데 훗날 박후보의 저서에 실린 약력에 ‘서울법대시절 제적됐다’고 소개됐다는 것입니다. 왜 사회계열을 법대라고 했냐는 것이지요.

박 후보가 제적되지 않았다면 2학년이 될 때 정치학과 경제학과 법학과 등을 놓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훗날 단국대에 입학해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의 꿈을 이룬 것을 보면 법학과 입학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마치 학력위조인양 몰아붙인 것입니다.

게다가 박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일부 책자에 소개된 과거의 약력을 끄집어내서 학력 위조의 견강부회(牽强附會)를 만들어낸 나 후보 캠프의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약점을 따지자면 나 후보측이 긴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초반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었기때문입니다. ‘아니면 말고’라도 시비걸 수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냄으로써 지지율이 많이 올랐으니 ‘네거티브 내사랑’을 외칠만 합니다.

은인자중(隱忍自重) 박원순 후보측도 정면대응을 선언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할 말은 하겠다”며 나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예고했습니다.

 

www.ko.wikipedia.org

나 후보가 몇 해 전 부친의 학교 감사를 빼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사적으로 자기 친인척 관련 청탁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추궁(追窮)했습니다. 또한 지난 2004년 매입해 6년 만에 1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신당동 건물에 대해서도 “이게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원순 후보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 수위가 달라졌다는 질문에 “(여권의 네거티브 선거에 대해) 지적까지 안 하면 ‘바보 원순’이지 않느냐”며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구태정치를 이겨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반격을 안 했는데 더 이상 ‘온순 원순’이 아니다”라면서 한나라당에 대해 “병역비리 본당이고 투기, 위장전입에 탈세, 부패로 얼룩진 정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박 후보가 전의를 불태우는만큼 26일 선거까지 흥미진진한 ‘네거티브 대격전’이 벌어질 모양입니다.

검증에 도움이 된다면 네거티브는 ‘필요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거티브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가 있어야지 말도 안되는 트집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이쯤에서 2008년 10월 저의 칼럼을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뉴시스 통신사 ‘특파원칼럼’으로 보낸 ‘정치가 정치인 정치꾼’이라는 이 글은 지난해 중학교 1학년 국어교재인 ‘일타 국어’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대선에 출마한 버락 오바마 후보와 존 매케인 후보의 격조높은 말공방을 보면서 우리네 정치판도 언젠가는 흠결없는 후보들의 멋진 페어플레이가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

 

정치가 정치인 정치꾼

옛날 어느 시골에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은 있어서 없다는 말을 하기를 싫어했다. 어느날 친구가 “자네 뭐 먹을 게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쌀이 있으면 팥을 꾸어다 떡을 해먹겠는데 나무가 있어야지”했겠다. 친구는, “어, 그래?”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말인즉슨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지만 침묵이 금이라는 말도 있다. 말 한마디로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 말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왕이면 좋은 말 고운 말로 명랑사회를 구현하면 좋으련만 살다보면 그러기도 쉽지 않고 직업상, 환경상 남을 공격하는 말을 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판이란게 그렇다. 나를 돋보이고 남을 내리깔기 위해선 말로 공격을 할 수 밖에 없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을 갖고 있다한들 말로 포장해 전달하는 능력이 없다면 점수를 따기 어렵다. 하지만 말들은 지켜야 할 ‘선’이 있어서 그것을 넘어서면 네거티브요, 마타도어가 되는 법이다.

그간 세 차례 벌어진 미국의 대선토론에서도 후보들의 ‘말기술’은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버락 오바마 후보가 존 매케인 후보와의 3차례 토론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도 따지고보면 오바마 후보가 말을 더 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매케인 후보가 마지막 3차 토론에서 선방을 한 것도 “미스터 오바마, 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오. 당신이 부시 정책에 반대하고 싶다면 4년전으로 되돌아가시오”라는 재치있는 응수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지난 15일 뉴욕에서 열린 3차 토론은 대선을 앞둔 마지막 토론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이제 남은 기간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보며 설전을 주고받을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두 후보의 예상치 못한 ‘말공방’이 있었다.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한 자선행사에 참석한 자리였다. 이 행사에서 두 사람은 가시 돋친 설전 대신 서로를 소재로 한 농담을 주고받아 청중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후보의 말들은 사실 허투루 내뱉아지지지 않는다. 연설은 말할 것도 없고 가벼운 농담도 준비된 대답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케인 후보는 먼저 한 연설에서 전날 토론에서 화제가 된 ‘배관공 조(Joe the Plumber)'를 거론하면서 “그를 믿고 내 참모들을 모두 해고했다”고 재치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 2차 토론에서 오바마 후보를 ’저 자(The One)'라고 호칭한 것에 대해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바마도 나를 ‘조지 부시’라고 부르지 않냐”고 말해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자신의 실수(?)를 덮으면서 자신을 부시 대통령으로 연결지으려고 노력하는 오바마 후보에게 가볍게 잽 한 방을 먹이면서 차별화를 시도한 절묘한 말솜씨였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의원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흑인을 백악관에 초대한 것만으로 논란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경쟁자에게 행운을 빌어줄 수는 없지만 끝까지 잘 해내기를 바란다”는 덕담으로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역시 지지 않았다. 매케인 후보의 ‘저 자’ 논란에 대해 “내 이름 버락을 아버지가 지어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버락이 스와힐리어로 ‘그 사람’이라는 뜻인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슬람을 연상시키는 미들네임인 ‘후세인’에 대해서도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마 내가 대선에 나갈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라는 조크를 건넨 후 “내 장점은 겸손이고 단점은 지나치게 멋진 것”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박장대소(拍掌大笑)케 했다.

그 또한 매케인 후보가 해군에 복무하면서 베트남전에 참전, 포로로 고통을 받은 일을 언급하며 조국에 대한 헌신을 높이 평가하는 칭찬으로 마무리지었다.

장군멍군이요, 용호상박(龍虎相搏)이었다. 두 후보의 장외 대결은 삼류정치에 익숙한 나라의 기자를 도리없이 감동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대중을 의식한 연극일지언정 이처럼 세련되고 재치있는 수사로 공방을 벌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미국의 정치인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예의바르고 유머러스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대중을 두려워하고 유권자들을 우러러 보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었다. 물론 우리 정치인들도 때로는 미국의 정치인들을 능가한다. 대부분 선거철에 국한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에서인들 음모(陰謀)와 술수(術數)가 없으랴마는 그들은 적어도 정치가 무엇인지는 아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네 의원들도 과연 자신이 정치가와 정치인과 정치꾼 중 어디에 속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저런 정치인들을 보유하고 저런 문화가 수용되는 미국이라면 오바마와 매케인, 누가 대통령이 되건 잘못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글쓰기
QR CODE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