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러기의 평양오딧세이(2)
고려항공의 ‘통일기러기’
토요일 오후, 심양 공항의 탑승 게이트 앞엔 화장기가 수수한 승무원들이 환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북의 유일한 국적기 고려항공의 여승무원들에게선 뭔가 순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남쪽의 스튜어디스들에 비해 화장이 진하지 않았기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소 수줍은 듯 사람을 대하는 표정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났다.
북녘 말씨의 그녀들이 건네는 로동신문을 들여다보며 내가 평양 가는 비행기를 타기는 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다소 낡은 러시아 일류신 항공기였지만 좌석도 비교적 편안했다. 내가 들어간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승객들이 너무 없어서 의아했다.
150명 정도 타는 비행기였는데 어림잡아 30~40여명밖에 안되는 듯 했다.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주 2회 항공기에 이렇게 사람이 적으면 수지타산은 어떻게 맞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승무원용 좌석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승객이 너무 없어서인지 이착륙시 한 명이 우리와 같은 일반 좌석에 앉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간단한 햄버거와 같은 기내식도 줬고 주로 민간약재인 면세품도 판매하는 시간도 있었다. 북한 민간약재의 효능이 꽤 괜찮다고 들었는데 암 치료 등 자가면역에 특효라는 금당2주사제 팜플렛을 살펴보니 외국에서 인정하고 찬사를 보내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항공기가 북녘 영공에 들어왔을 무렵,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았다. 우리네 고향 산천과 같은 친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저곳이 70년 이상 자유로이 오가지 못한 우리 민족의 북녘 땅이로구나... 가슴 한켠이 시려오는 느낌이었다.
소박한 지방의 공항같은 순안공항에 도착, 입국 심사대에 섰다. 다소 앳된 여성 근무자가 나를 맞는다. 뉴욕에서 온 동포라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첫 방북에 단체로 온것도 아니었지만 전혀 낯설거나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 남의 땅에서 해외동포로 십수년 살아왔기때문이었을까. 말투만 다를뿐 얼굴도 같고 문화도 통하는 한핏줄이라는 생각에 정겹기만 했다. 대체로 입국 심사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무표정이거나 다소 고압적인 경우가 많은데 북의 근무자들은 친절하고 동포들에 대한 호기심어린 표정도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나와 LA의 풀뿌리 통일운동가 정연진 AOK대표, 부부화가인 권용섭-여영난 화백이었다. 당초 세명이었지만 두 번째 비자를 신청할 때 여영난 화백이 합류했는데 북당국이 함께 비자를 내준 것이다.
(3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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