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만들어주신 영화 '귀향(鬼鄕)'을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겠습니다."
한 '위안부소녀'의 가슴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 제작팀이 7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서 첫 하이라이트 시사회와 함께 공식 회견을 가졌습니다. 미디어조아(대표 한지수)의 후원으로 파인플라자 코리아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회견엔 '귀향'의 조정래(42) 감독과 주연 서미지(24) 씨가 참석했는데요.
조정래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영화 '귀향'이 국민들의 성금으로 2주전 촬영이 완료됐다"고 전하고 "후반작업을 정말 열심히 해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覺悟)를 보였습니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의 13년 집념이 결실을 이룬 작품입니다. 2002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87)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1943년 열다섯살 나이에 중국 길림성의 위안소로 끌려간 강 할머니는 일본군인들이 질병에 걸린 소녀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고 증언(證言)하며 그 내용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사진 제이오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은 낯선 타국의 전쟁터에서 20만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향에 돌아오신 극소수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타국에서 죽어간 억울한 영령들을 넋이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리고 싶어 영화 타이틀을 '귀향'으로 했습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귀향의 '귀'자도 돌아올 '귀(歸)'가 아닌 혼백 '귀(鬼)'입니다. 영어 타이틀은 'Spirit's Homecoming'으로 했더군요. 이를 우리말로 역풀이하면 ‘영혼의 귀향’이 되겠네요. 노파심입니다만 'Spirit'이 활발한 기상의 느낌도 주는만큼 애달픈 혼백(魂魄)의 환향(還鄕)을 뜻하는 영어 제목으로 좀더 숙고 했으면 합니다.
조 감독이 직접 다듬은 시나리오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장구한 시련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왜 선배님들이 그간 위안부 소재 영화를 만들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흥행이 되겠냐. 제작되도 배급사를 못찾을거다. 한결같이 부정적인 전망을 했고,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하고 싶어한 톱배우들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소속사에서 일본에서 활동하는데 문제가 될거라며 만류했다고 하더군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서광(曙光)이 비친 것은 2012년 무렵이었습니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것입니다. 지난해 제작비 청원운동이 인터넷상에서 시작되자 무려 4만명의 국민이 6억원을 모으는 기적같은 일도 벌어졌습니다.
베테랑 배우 손 숙씨는 자비를 들여 출연해 조 감독을 감동케 했습니다. 수백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영희역의 서민지씨와 정민역을 맡은 재일동포 배우 강하나(16) 양 등 배우들과 스탭진도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쳤구요. 일본어 대사가 필요한 역할은 전원 재일동포 등 현지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1천만원짜리 장비 대여도 스탭들이 뛰어다니며 1백만원에 구해오는 등 이 영화에 관계된 모든 분들이 투자자의 마음으로 함께 했어요. 실비로 따지면 40-50억원 규모의 영화를 거의 8분의1 값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서미지씨는 회견에서 "“한 장면 한 장면 소녀들의 아픔을 떠올리며 정말 사명감을 갖고 연기를 했어요. 나눔의 집에 갈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할머니들을 뵈면서 어떡하든 이 영화로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날 서미지 씨는 수년전 백영현 회장이 한인신문에 자비를 들여 전면광고로 게재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사연을 낭송(朗誦)하는 시간을 가져 주위를 숙연케 했습니다. 백영현 회장님은 지난 5년여간 뉴욕의 한인신문들에 남북평화통일과 일본군위안부문제 등 각종 이슈들에 대한 캠페인 광고를 50회 이상 게재했습니다.
위안부 기림비 무료조경도 도맡고 각종 공익활동에 사재를 털어넣고 있지만 재정여유가 많아서 하는게 아닙니다. 올해 일흔셋의 고령에도 페어론에 있는 꽃가게에서 일년 열두달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번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당신 말마따나 "매일 장미 꽃 몇십송이 팔아서 기금을 만든다"고 말하고 계십니다.
조정래 감독은 이날 재미한인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는 "미국에 와서 여기 계신 한인동포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서 영화를 13년간 준비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언론이 관심을 갖고, 국민기금이 모아진 계기가 세계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있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이슈가 만들어진 덕분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깍듯하게 절을 하는 조감독을 보면서 참 겸손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에서 위안부기림비가 있는 팰팍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미주한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언급하고 진심으로 감사해한 이는 조정래 감독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영현 회장은 "조정래 감독과 배우 서미지양이 기림비를 참배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수년전 이용수, 김옥선 할머니가 이곳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귀향'이 반드시 국제적인 조명을 받아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한국과 일본의 현 세대가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랍니다"고 소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귀향'은 10월초까지 후반작업을 마치고 연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인 상영관을 잡는 일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소수의 거대 배급사가 극장 개봉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귀향이 제대로 상영관을 잡을 수 있을지, 잡는다해도 얼마나 많은 영화관에서 좋은 시간대에 배정받을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합니다.
조정래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 출품을 계획하는 것도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아 흥행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2012년 고등학교 합창부 해체 위기를 다룬 그의 장편 데뷔작 '두레소리'도 그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내 배급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는 영화 '귀향'에 대해 정부와 영화업계 공히 특단의 배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 논리도 중요합니다만 일본은 역사 퇴행으로 가지요.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은 올해만 일곱분이 돌아가시는 등 이제 48분만 남아계신 상황 아닙니까. 이젠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귀향을 대박영화로 만들어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하고 위안부 문제가 더 이상 일본이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과제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조정래 감독의 프로필을 살펴봤습니다.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2000년 단편 '종기'로 데뷔했고 앞서 말씀드린 두레소리가 2012년 장편 데뷔작, 올해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감동실화를 다룬 '파울볼'을 개봉해 시선을 모았습니다. 덕분에 김성근감독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네요. 김성근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은 아래 링크한 글을 감상해주세요. ^^
* 김성근감독과 어느 소년의 26년 인연(上)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29
* 김성근감독과 어느 소년의 26년 인연(下)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30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 영화상영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한번 상영될 때마다 한분의 넋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잘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에필로그>
조정래 감독은 KBS 월드라디오가 광복절 특집으로 방송하는 위안부특별기획 1,2 부 방송의 나레이션도 맡았다고 합니다. KBS 특별기획은 영화 '귀향'의 전 제작과정을 다큐형식으로 담고 있고 더하여 위안부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인사들 인터뷰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를 위해 조감독은 KBS라디오 유관모 PD와 함께 뉴저지와 뉴욕의 위안부기림비를 방문하고 백영현 1492그린클럽 회장과 시민참여센터 김동석이사, 기림비 동판을 디자인한 스티브 카발로화가, 제임스 로툰도 팰팍시장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8일엔 워싱턴DC로 이동, 위안부결의안의 주역 마이크 혼다 연방의원을 만날 예정입니다.
KBS라디오 위안부특별기획은 8월 3일과 4일 월드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며 6일과 7일엔 KBS 1라디오에서 방송됩니다. 본국에 계신 분들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께서도 월드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