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점심은 전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프랑스 동포 임선생이 마침 합류해 양쪽의 안내와 운전사까지 총 9명이 함께 했다. 술도 한순배 하며 평양랭면을 맛있게 먹고 오후 코스인 모란봉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옥류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은 후 차를 타고 3분 거리인 모란봉 주차장에 닿았다.
경사진 산책길을 올라가는 동안 칠성문(북한국보 18호)을 지나고 을밀대(국보 19호), 청류정(국보 20호)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모두가 북한국보 1호인 고구려 수도 평양성을 따라가며 만나는 유적들이다.
을밀대에 막 도착했는데 안내 김선생이 어디선가 전화를 받더니 우리에게 와서 “아까 옥류관에서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우리 일행과 합류했던 프랑스동포가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호텔에서 만나 정산하자고 했는데 뭔가 混線(혼선)이 생긴 것이다.
옥류관측도 매출전표를 보고 돈을 안받은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임선생 얘기를 들어본즉 계산대에서 지불을 하려 했더니 “계산 됐습니다‘고 해서 우리가 하고 나간줄 알았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가 계산한걸로 생각했고 공교롭게 옥류관도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 실수이든 열 명 가까운 인원이 옥류관에서 음식을 잘 먹고 도도 안내고 나왔다니 이런 낯 뜨거운 일이 없었다. 일정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어 ‘내일 가서 지불하겠다’고 하니까 매출 전표를 당일 정산하지 않으면 곤란한 모양이었다. 결국 다른 목적지로 향하던 임선생 측이 차를 돌려 옥류관에 돌아가 계산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천하의 옥류관에서 식사값 안내고 步武堂堂(보무당당)하게 나온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을겁니다,” 내가 이죽대자 일제히 웃음꽃이 피었다.
김선생도 “이거 참, 얼마나 놀랐던지..나도 안내(원) 25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겪습니다”하고 拍掌大笑(박장대소)했다.
옥류관 공짜 점심 미수 사건은 우리가 돌아오는 내내 즐거운 웃음 소재였다. 만약 마지막 날 이런 일이 벌어져 그대로 출국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옥류관 역사상 처음으로 ‘돈안내고 가버린 남조선 진상 고객’이라는 블랙 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을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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