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5월20일, PM 06:32:41 파리 : 5월21일, AM 01:32:41 서울 : 5월21일, AM 08:32:41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103)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97)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7)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50)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410)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44)
·훈이네의 미국살이 (115)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총 게시물 497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묘향산 휘발유 조개구이의 추억

로창현의 평양오딧세이(30)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20-01-17 (금) 23:57:23


DSC_0966.jpg

   

 

묘향산(妙香山)에 가기 전날이었다. 안내원 김선생이 묘향산 가서 조개구이나 먹읍시다고 말한다.

 

아니 묘향산에 바다가 있나? 산에서 웬 조개구이? 불현듯 90년대 중반 남한의 한 공중파 TV 취재진이 북에서 주민과 인터뷰 하면서 해수욕을 묘향산에서 한다는 식으로 소개해 웃음거리로 삼았던 일이 떠올랐다. 요즘 말로 악마의 편집이었다. 아무려면 북한 주민이 해수욕의 뜻을 몰라서 묘향산에서 해수욕 한다고 하겠는가.


묘향산 (37).jpg

 

묘향산 조개구이의 의문은 다음날 아침 김선생이 비단(백합) 조개를 8kg이나 들고 오면서 풀렸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조개들이 먹음직스러웠다. 북녘의 4대 명산으로 꼽히는 묘향산은 계곡부터 우리를 놀라게 했다. 거울처럼 맑은 명경지수(明鏡止水)였다. 계곡 하류인데도 바닥이 고스란히 비치는데 어쩌면 그렇게 투명한지...너무 맑아서 산천어조차 못살 것 같았다.


묘향산계곡.jpg

DSC_0958.jpg

 

동행한 권용섭 화백은 물가로 가더니 호텔에서 들고 온 샘물(생수)을 버리고 계곡물을 담았다.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생수보다 더 시원하고 맛있네연신 감탄이다.

 

묘향산 입구에 세워진 생태환경 보호준칙 안내판을 보니 북의 자연보호 정책은 우리보다 엄격하게 느껴졌다. 남녘에 비해선 행락객이 거의 없어서 오염될 가능성이 적은데도 수려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는 확실해 보였다.


사본 -DSC_0998.jpg

 

취사는 사전에 허가를 통해 지정된 곳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조개를 굽는다면서 주변엔 장작이나 숯같은게 보이질 않는다. 조개구이 방법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김선생과 운전수 홍선생은 큼지막한 조개들을 돌판 위에 나란히 세우기 시작했다. 균형을 잡기 위해 테두리는 작은 돌로 받쳤다. 저걸 어떻게 익힌다는거야? 갸우뚱하는데 홍선생이 점퍼 주머니에서 작은 플라스틱 생수통 두 개를 꺼낸다. 연노랑의 액체가 담겨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쭉 뿌리더니 라이터를 켠다.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액체의 정체는 휘발유였다.


DSC_0980.jpg

 

?.. 먹을거에 휘발유 뿌려도 되나요?”

,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 휘발유는 타서 날아가는데 뭐.”


묘향산 조개 (2).jpg

묘향산 조개구이 (3).jpg

사본 -DSC_0979.jpg

 

듣고보니 그럴듯했다. 불과 10분만에 즉석 조개구이가 완성됐다.

하나씩 조개를 들고 입을 벌렸다. 잘 익은 속살에선 살짝 휘발유 향이 묻어났다. 그런데 먹다보니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이거 휘발유조개구이 맛이 은근히 좋네.^^

 

조개구이에 평양소주가 빠질 수 없다. 김선생은 조개랑 소주랑 같이 먹으면 안팎으로 소독됩니다고 이죽댄다. 술잔은 커다란 조개껍질이 대신했다.


사본 -휘발유조개구이.jpg

 

조개껍데기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묘향산 계곡의 휘발유 조개구이는 그렇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휘발유 조개로 배를 채운 덕분에 준비한 도시락은 반이상 남겼고.

 

방북후에 오랫동안 북녘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LA의 오인동 박사와 통화하며 휘발유 조개구이 얘기를 하자, “휘발유 조개구이? 그거 기가 막히지. 난 평양에서 먹었는데, 경치좋은 묘향산 계곡에서 즐겼으니 더 좋았겠구만하고 껄껄 웃었다.


조개 구이.jpg

사진 오인동박사 제공

 

휘발유 조개구이 추억이 너무 강렬해서 두 번째 방북에선 평양의 유일한 휘발유 조개구이 식당을 일부러 찾아갔다. 대동강 풍치가 멋드러진 동평양의 강변 락랑호텔 식당이었다.


20190329_190600.jpg

 

강변에서 여성봉사원이 직접 조리하는데 둥그런 통속에 조개를 세워놓고 휘발유를 뿌린다. 나도 좀 해보자고 하면서 휘발유 조개구이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휘발유 조개구이를 잡수셨다니까 1950년대부터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때는 가마니 위에 조개를 세워놓고 휘발유를 뿌렸습니다.”



20190329_191000.jpg


 

요즘 남녀북남의 로맨스 드라마로 인기를 모으는 사랑 불(사랑의 불시착)’에서 휘발유 조개구이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가마니 위에서 휘발유 조개구이를 하는 장면을 보고 제작진이 꽤 충실하게 자료 조사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혹시 북에 가신다면 휘발유 조개구이를 한번쯤 경험하시라.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20190329_215142.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wr_id=703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QR CODE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