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은행에 갔습니다. 창구 직원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끼고 있더군요. 얼굴의 3분의 2를 가린 직원과 대화하는데 참 어색했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 나올 때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미세먼지‘는 아직 미국에선 낯선 단어입니다. 제가 뉴욕으로 이주한 2003년만 해도 ’미세먼지‘라는 말이 없었고 마스크도 봄철 황사(黃砂) 현상이 심할 때 소수가 착용할 뿐이었지요.
요즘 미디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너무 공포스럽게 떠드는데다가 워낙 ’마스크 맨‘들이 많다보니 그 물결에 쓸려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전 시내에 나가면서 전철을 탔더니 많은 승객들이 흰색 검은색 쑥색 등 다양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시청역을 빠져나와 지하보도를 걷는데 외국에서 온듯한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그들 역시 마스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는 순간 중국어 대화가 들리더군요. ’아, 중국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저도 모르게 살짝 얼굴이 돌려졌습니다. 바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순전히 중국에서 왔다는 것때문에 편견과 경계심(?)이 든 것이었으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오는 약 700명의 우리 국민이 2주간 격리 수용되는 진천에서 주민 일부가 반대 시위를 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29일엔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민들에게 설명하다가 옷이 찢어지고 머리도 잡히는 봉변(逢變)을 당했는데요. 저 역시 짧은 순간 중국인 가족을 경계했던 것처럼 주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엔 천안이 거론됐다가 아산과 진천으로 바뀌는 등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으니까요. 주민들 입장에선 천안에서 반발하니까 힘이 약한 지역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을 법 합니다.
정부는 300명 수용시설의 천안을 고려했다가 예상외로 탑승자가 700명에 달해 서둘러 바꿨다고 변명 합니다. 그러나 우한에 한인들이 몇 명 있는지 뻔히 나올텐데 300명을 생각했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의 파급력(波及力)을 고려했다면 최종 결정되기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어야 합니다. 천안이든 진천이든 그 도시가 되야 할 합리적 이유를 신속, 명쾌하게 발표했어야 합니다. 초동 조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은근히 주민들을 부추기는 정치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30일 진천 주민 100여명이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와서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 ‘총선 앞두고 이거 잘 걸렸다’는 식으로 정부를 매도하고 주민들을 자극해서야 되겠습니까.
필경 대다수 주민들은 정부의 어설픈 조치가 못마땅할 지언정, 우한에서 고립된 우리 국민들을 구조하는데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세기를 타고 오는 승객들은 중국 당국의 검진절차를 통과한 사람들입니다. 혹여 잠복기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2주 격리’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비행기 탑승부터 도착후 버스 이동, 시설 사용과 퇴실 할때까지 철저한 소독과 방역이 과도할 정도로 되풀이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다해도 원천적으로 주민들과 차단되고 떠난 뒤에도 모든게 위생처리 되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들이 있는 곳이 더 안전하고 위생적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놓고 마치 집단 발병한 환자인 양 혐오감과 공포심을 드러내서야 되겠습니까. 바라건대 주민들이 불안한 심정으로 우한에서 오는 이들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따뜻하게 감싸안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길 소망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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