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유명인을 만나는 일이 꼭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잠깐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도 운이 따른다면 인기 배우나 가수를 쉽게 볼 수 있다.
다운타운 소호(SOHO)에서 ‘섹스 앤 더 씨티2’ 촬영 현장을 본다거나 센트럴 파크에서 인기 드라마 ‘가쉽 걸’의 척을 만날 수도 있으며 때로는 한국에서 오히려 보기 힘든 연예인, 김남주나 이승기도 길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를 무대에서 본다면 더 큰 추억과 경험이 될텐데 이곳 뉴욕 브로드웨이, 아니 심지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도 전설적인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또한 링컨센터와 같은 극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충분히 기분전환(氣分轉換)이 될 것이다.
최근에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 역을 맡은 명배우 알 파치노, 리바이벌 연극 ‘더 챔피온쉽 리그’에서는 미국 인기 드라마 ‘24’의 키퍼 서덜랜드와 ‘섹스 앤 더 씨티’에서 캐리의 애를 태우던 빅 외 다수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 그들의 앙상블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현재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 에서는 성인이 된 후 ‘에쿠우스’ 연극 이후 두번째로 브로드웨이를 찾은 영국의 해리포터,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한창 공연중이다. 그리고 더 많은 배우들이 끊임없이 무대에서 땀을 흘리며 관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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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뮤지컬 ‘캬바레’란 작품을 뉴욕에서 볼 때 주연배우 명단에 브룩 쉴즈 이름이 있기에 티켓을 사면서 몇 번씩 주중에도 출연하냐며 확인을 받았는데 오히려 티켓 판매원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매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이름 조금 있는 배우라고 하면 더블 캐스팅은 기본이고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옥주현은 뮤지컬 ‘아이다’를 단독 1인 주인공 공연으로 고집하다 첫 날, 첫 공연에 목에 이상이 있다며 공연 취소, 환불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본 결과 대부분 외모로 인기를 얻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무대를 찾는 한국 연기자들과는 미국의 배우들은 다른게 있었다. 어려서부터 연기 기본 수업과 연극으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힌 배우들이 영화로 대중들과 더 가까워지고 그 다음 재충전(再充電)을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은 연기와 몇 달을 공연할 수 있는 체력 또한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가 첫 등장을 할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존경의 박수를 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유명인의 출연에 관대하지 않은 것이 또 까다로운 뉴요커 관객들의 특징인데 한번은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 ‘줄리어스 시저’ 공연중 벌어진 일이다. 너무 엉망이었는지 한 관객이 노골적으로 천천히, 크게 하품을 하며 야유(揶揄)하는 모습도 보았다. 역시 연극은 아무리 유명하고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혼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기쁨은 공연이 끝난 후 백 도어를 통해 분장을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배우들을 기다리는 곳에 있다. 얼핏 보면 클럽을 들어가려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함박웃음으로 설레임을 가지고 배우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모습 또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대부분 공연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오랜 전통으로 이젠 뉴욕 여름의 상징이 되버린 퍼블릭 씨어터의 ‘Shakespeare in the park, 세익스피어 인 더 파크’를 추천한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돗자리 깔고 쌓온 김밥을 먹어야하는 몇 시간의 고생은 따르지만 센트럴 파크 안의 멋진 야외 원형 극장에서 퍼블릭 씨어터가 배출한 수 많은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세익스피어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시간이 없어 긴 줄 서기 대신 스폰서란 이름으로 이 공연을 보려고 한다면 최저 스폰서 단계가 티켓 2장 무료증정에 도네이션비가 $350이니(정말 이름 한번 잘 갖다 붙인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한 가격이다.
매년 메릴 스트립, 앤 헤서웨이, 알 파치노 등 명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올해는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크리스틴 코널리(Kristen Connolly) 외 많은 배우들이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줄 채비를 하고 있다.
뉴욕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자유의 여신상만 있는게 아니라 이렇듯 화려하고 늘 스팟 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의 소박한 일상과 마음에 감동을 주는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노팅 힐’처럼 어쩌면 맨홀 뚜껑에서 연기 폴폴 나는 뉴욕의 어느 거리 귀퉁이를 돌 때 막 대본 리딩을 끝내고 나오는 배우와 부딪힐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늘 복잡하고 사람에 치이는 뉴욕을 끊임없이 배우들이 찾는 이유는 어쩌면 헐리우드에서 하늘의 별이 되기보다 관객들과 가까이 소통(疏通)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내 서랍에는 연말까지 보기로 이미 예약을 마친 티켓들이 여러장이다.
그 중에는 해리 포터의 노래실력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있고 로빈 윌리암스의 나레이션만으로 공연을 하는 목소리 연기 티켓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연극은 대사와 감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언어 문제나 이해가 늦어 볼거리가 많은 대형 뮤지컬보다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멋진 배우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2시간은 때론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설레임과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