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이 브로드웨이에서 첫 관객을 만날 때 연극, 연출, 뮤지컬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관객에게 충격이었다. 월트디즈니 애니매이션으로 이미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품을 무대에서 어떻게 밀림을 연출하겠다는 것인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몇년이 지난 후 어렵게 티켓을 구해 2층에서 겨우 볼 수 있었다. 소설이 영화보다 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것처럼 이미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언 킹은 뉴욕 브로드웨이가 아닌 우리를 저 멀리 미지의 밀림의 세계로 안내한다. 다 아는 이야기를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볼 수 있게 만드는 놀라운 라이언 킹의 노력은 19년이 지난 지금도 흥행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6년 라이언 킹은 여전히 왕좌의 자리를 지키며 뉴욕 브로드웨이를 영국 웨스트앤드보다 더 열광하게 하는 일등공신(一等功臣)이다. 몇 년만에 다시 만난 이번 공연을 예전과 비교할 수는 없다. 첫 장면부터 강렬하게 떠오르는 태양과 세렝게티를 연상케하는 동물들 그리고 객석에서 줄이어 등장하는 모습들은 새로운 왕의 탄생을 축복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야 예상했지만 2층 박스석 양쪽에서 연주되는 아프리카의 북소리는 작은 변화지만 관객들에게는 큰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댄스컬이 아닌 뮤지컬 아니던가. 익숙한 음악들을 현장에서 경험할 때의 감동은 너무 강렬했기에 이미 첫 오프닝부터 그 어떤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공연보다 팝스타의 콘서트보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주변 관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가 연기하는 동물임을 이미 알고 보는 우리지만 어느새 무대 위에는 왕이 될거라는 심바가 있었고 걱정하지 말라며 하쿠나 마타타를 부르는 티몬과 품바를 보며 웃을 수 있었기에 공연을 보는 내내 어렸을 때 봤던 애니메이션은 사라지고 그들의 시련과 극복을 통해 울고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경험일 것이다.
사람들이 여전히 라이언 킹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희망때문일 것이다. 포기하고 숨어살기보다 오해와 악에 맞선 심바를 보며 우리 삶 또한 그러기를 간절히 원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며 어린 심바를 통해 또 한번의 용기를 내는 어른들의 동화라는 것이 최대 강점일 것이다. 권력을 위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흔히 말하는 나쁜 사람들에게 무릅꿇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과 좋은 친구들로 인해 극복해 나가는 동물들의 삶이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모습이 아닐까.
동물들도 알고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반성을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며 박수를 보내는 관객도 있을텐데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이 작품을 애니미이션으로 본 어린 친구들은 심바의 아버지가 죽을 때 단순하지만 뛰어난 연출장면을 보고 울기도 하며 유독 일본관객들이 많이 보였던 이유 역시 동서고금 막론하고 정의라는 것은 예술이라는 것은 모두의 행복아닐까.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와 같이 관극한 한 여성분은 진짜 동물이 아닌 걸 알면서도 보는 내내 어느순간 진짜라고 착각할 만큼 뛰어난 구성과 연출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특히 객석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여러 부분에서는 시선을 어디 둘지 모를만큼 엄청난 스케일에 감명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라이언 킹은 19년이라는 세월동안 왕으로서 브로드웨이를 지킬 수 있었던 만큼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무리하게 변형(變形)하지 않지만 같은 디즈니사의 겨울왕국 렛잇고~ 노래를 살짝 크로스오버 해줄만큼의 여유와 트렌드를 선보이기까지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 작품인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을 받도록 지금과 같은 노력을 기대해본다.

이상 사진 '라이온 킹'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