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처음 뉴욕에 어학연수를 왔을 때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뉴욕은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고 딸랑~하는 문소리에도 바닥에 엎드려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뉴저지 기숙사에서 NYU 여름학기를 위해 다운타운에 집을 얻고 나서도 지하철을 타는데 약 2달이 걸렸다. 그 당시 관광가이드 책자에도 경찰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안내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로 현실에 무지했다.
그러나 2011년 지금의 뉴욕은 다른 그 어떤 주보다고 안전한 편이고 총기류에 대해 엄격하며 오히려 총을 경험하기 힘든 주 중에 하나다.
한번쯤 총을 쏘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방법도 몰랐고 내심 겁도 났다. 그런면에서 군대를 다녀온 대한남아들이 공짜로 총을 맘껏 쏠 수 있어서 부럽다고 한 소리 했다가 술자리에서 핀잔을 들은 적도 몇 번 있었다.
뉴욕에는, 엄밀히 말하자면 맨하탄에는 현재 딱 한 곳에서만 사격을 할 수 있다. 물론 핸드건은 따로 퍼밋을 받아야하고 기본으로 22구경 라이플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플랫 아이언에 위치한 이곳에서 사격을 경험하려면 약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전과(轉科)를 확인하는 백그라운드 첵 기간이 약 일주일 소요되며 별 문제가 없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할 수 있다.
한시간의 교육과 50발을 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 비용은 $65이고 3개월 이내 재방문시에는 약속도 따로 필요없고 비용도 $30 정도니 도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함께 간 친구 마이클(A.B.C-American born Chinese)을 비롯한 미국인들까지 약 10여명이 수업에 참여했는데 영어로 설명을, 그것도 총에 대해서 듣고 있자니 긴장이 살짝 되었다.
미국친구들도 여러번 질문하고 확인을 하는데 나는 머릿속이 조금씩 하얗게 되면서 스스로 정리하는데 급한 상황이었고 직접 총을 들고 테스트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섯개의 탄창과 50개의 탄피 박스를 나눠, 각자 총알을 채우기 시작했고 순서대로 안경과 귀마개를 쓴 후 사격장으로 입장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난 잘 모르면서도 늘 앞장서는 묘한 심리가 있기에 다들 망설이고 있는 사이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첫 다섯개의 탄창(25발)을 어떻게 쐈는지 지금도 기억이 없다. 생각보다 너무 긴장되었고 배운 것들을 암기하다 보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누가 가르쳐 준것도 아닌데 조준(照準)을 하기 위해 몸을 자연스레 숙이게 되고 오로지 과녁에만 집중 할 수가 있었다. 소리는 꽤 크지만 22구경이기에 반동자체가 크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이것 저것 안배우고 안해본게 없는 편인데 무엇을 해도 나를 만족시키거나 집중시키는 스포츠를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고등학교때 엄마 성화에 시작한 골프조차 지금까지 큰 매력을 못느끼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날 나는 나의 사랑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총을 쏘는 동안 그 어떤 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고 오로지 내게는 평화(平和)와 집중(集中)만이 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스쿠버 다이버들이 바닷 속 깊이 들어가 귓가에 웅~ 소리만 들리고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느낄 때와 비슷할 것이다.
그 곳에는 사격 매니아들도 많이 있어서 퍼밋을 받아 개인 총기 소지한 사람들이 각자의 락커에 총을 보관하고 틈틈이 와서 새로운 시도와 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았다. 그날 내가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 건 쇼핑이었다.
마이클이 혹시 모르니 덜컥 퍼밋 받고 총을 살게 아니라 먼저 연습부터 해보자고 했다. 12월 3일 우리는 필라델피아에 간다. 세 가지의 총기류를 40발 쏠 수 있고 이 후에는 ‘데킬라 테이스팅’이 함께 패키지로 있는 프로그램이다. 4시간이 소요되는 이 프로그램의 비용은 그루폰 할인을 받아 $139이며 덕분에 필라델피아 관광도 겸하게 되었다.
뉴욕은 스스로 찾으면 끝없이 할 꺼리가 많은 곳이다. 다양한 문화 행사는 물론 멋진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잠들지 않는 도시인 것이다. 물론 항상 돈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죽는 것만으로도 사무치게 쓰라린 일이지만, 제대로 살아보지 않고 죽는 것은 견딜 수 없다.
뉴욕에 오는 청춘들에게, 내 룸메들에게 이야기 한다. 최대한 도전해라...그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또 하나의 희망이, 용기가 될 것이라고.
▲ 사격을 마친 후 독일바에 가서 맥주로 깔끔한 마무리..^^
에필로그..
총을 쏠 때는 너무 긴장해서 몰랐는데 다음 날 몰려오는 폭풍 피로에 나는 또한번 깜짝 놀라게 되었다. 총을 쏠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단지 무엇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고요함속에 잡생각을 없애주는 집중일 것이다. 근육의 긴장은 늘 다음날 밀려든다. 그러니 계획하시는 분들은 다음 날 스케줄도 확보해두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