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겁이 무척 많은 나였지만 신기하게도 막상 뭔가를 해야 할 상황이 오면 덤덤하게 받아들여 주변 사람들이 놀라곤 했다.
어릴 때 치과에 가기 전 ‘치과’소리만 들어도 엉엉 울고 바들바들 떨다가도 막상 병원에 가서 누우면 눈물을 뚝 그치고 얌전히 치료를 받았는가 하면, 놀이 공원에 가서도 안탄다고, 타기 전부터 눈물을 글썽이다가 막상 탈 때는 무덤덤, 그리고 기구에서 내려와서야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고 하니 참 독특한 어린아이였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사람이 이현세인데 어릴 때 ‘지옥의 링’이란 만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마지막에 복서인 까치가 죽으면서 남들은 맷집 좋은 자신을 불사신이라 했지만 링위에 오를 때마다 본인에게는 지옥이었다는 것이다.
배낭여행을 갈 때마다 흔히들 좋겠다, 부럽다 라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때는 설레임을 넘어 두려움이 더 클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성격 중 하나는 겁 많고 두려움 많지만 ‘도전’을 한다는 점이다. 혈혈단신(孑孑單身) 뉴욕행을 결정하고 이곳에 살게 된 것도 아마 그런 나의 성격때문이 아니었다 싶다.
이번 북유럽5개국 배낭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여행지인 아이슬랜드에서 스노우 바이크와 말(horse riding)을 경험하면서 좀 더 다이나믹한 운동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 특히, 스카이 다이빙은 아주 옛날부터 꼭 한번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도전과제였는데 얼마 전 드디어 뉴욕 하늘을 날게 되었다.
예전부터 통유리가 있는 고층 건물이나 집을 가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꼈고(자살이나 죽음이 아닌 새처럼 날고 싶음을 뜻한다) 플로리다쯤이나 가야 가능할 것 같았던 스카이 다이빙이 사실 롱아일랜드에 여러 군데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곳, Long Island Skydiving Center는 몬탁 가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곳으로 펜 스테이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 가지만 뉴요커 우리 일행은 6:30분에 일어나 7:45분 기차를 타고 10시 정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3마일정도 가면 롱아일랜드 스카이다이빙센터가 있다.
일요일 오전, 그곳에는 하늘을 날려고 하는 인원이 이미 10여명이 넘었고, ‘내가 설령 죽는다해도 당신들을 고소하지 않겠다’는 페이퍼 여러 장에 싸인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최종 싸인을 할 때는 캠코더를 가지고 와서 내 이름과 거기 써 있는(나는 이 내용들을 다 이해했고~~~) 내용을 소리 내어 읽는 모습을 동영상 촬영한다.
비행장 안으로 이동하면 경비행기 몇 대가 보이며 이미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대부분 착륙 후에는 웃음을 터eM리거나 ‘awesome, cool’ 등을 연발하기 바빴다.
함께 간 언니는 전날부터 긴장을 하더니 그 순간까지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의 표정을 보이며 불안에 떨었다. 경비행기에는 총 네 명이 탈 수 있는데(기장 제외) 혼자 뛸 수가 없기에 2인용으로 만번 이상의 점프경험을 한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과 점퍼가 한 팀을 이뤄 총 두 팀이 비좁게 앉아서 하늘로 오르게 된다.
장비(裝備)를 착용하고 잠시 후 나와 함께 뛸 선생을 만나게 되었는데 방금 뛰어 내렸지만 밀린 손님(?)으로 인해 바로 나를 태우고 또 상공 만피트로 오를 준비를 해야만 했다. 이름이 Alex인 선생이 양팔에 촬영용 카메라를 달고 나를 찍는다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를 놀리기 바빴다.
자기는 방금 전 점프한게 첫 번째고 나와 함께 하는게 두번째니 괜찮을거란다. 촬영은 시작되었고 경비행기로 우리 넷(언니와 나 그리고 선생님 두명)은 발걸음을 옮겼으며 그때까지는 나 역시 웃음을 보이며 여유로웠다.
스카이다이빙 하는 곳이 많이 있을텐데 이곳의 특징은 North Shore를 비롯한 몬탁 입구와 해안가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이 오를수록 바다의 푸르름은 더 반짝이며 빛을 뽐냈고 이미 하늘을 날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몽환(夢幻)적인 느낌이었다.
간단한 설명을 듣는동안 우리는 이미 만피트 상공에 있었고 그는 내게,
“약간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우린 랩댄스를 준비해야해. 자 내 무릎 위로 올라와서 앉어. 이제부터 줄을 더 조일거구 너와 나를 연결할거야.”
언니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며 내가 먼저 뛰기로 했기 때문에 난 선생의 지시에 따랐고 어느덧 기장은 초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90 seconds!”
“60 seconds!” (진짜 무슨 특수군사부대 실전처럼 그 소리가 나를 더 떨리게 만들었다)
“30 seconds!”
“5 seconds!” (이때 손목에 카메라를 킨다)
문이 열리고(막상 이때는 바람이나 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배운대로 그의 왼발을 쫒아 나의 왼발을 문 밖으로 이동하고 그리고 오른발을 이동함과 거의 동시에 내 몸은 이미 대기 중에 있었다.
초강력 바람으로 내 몸안의 모든 수분이 빨아 당겨지는 느낌이었고 점프와 동시에 몸을 약간 돌려 하늘과 경비행기를 본 후 낙하하는 그 순간 바람과의 싸움은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이다. 내 글로 그 생생함을 설명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시야에 풍경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는 낙하산(패러글라이딩)을 폈고 떨어지던 그 속도보다 빠르게 내 몸은 다시 위로 솟구쳤다. 나중에 쵤영된 DVD를 보니 나는 ‘오 마이 갓’만 한 열 번 외친 것 같았다.
그 순간은 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며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그 다음은 후크 몇 개를 풀어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내게 방향을 틀 수 있는 줄을 맡긴다.
왼쪽을 당기면 왼쪽으로, 오른쪽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게 나 혼자 힘으로는 방향이 시원스럽게 바뀌지 않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롤러코스터 이상의 아찔함과 세상을 360도 회전하며 볼 수 있었다.
어느덧 땅이 가까이에 보이고 착륙을 하는 순간, 내 발이 다시 육지에 닿을 때 나 역시 웃음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수많은 패러글라이딩 줄로 인해 얌전히 착지(着地)한 후에도 바람때문에 뒷걸음질 치기는 했지만 그 짧았던 2분 남짓한 시간이 앞으로 최소 20년은 내가 기억할 소중한 경험이 된 것이다. 함께 했던 언니도 나를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다며 또 하고 싶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을 나는 일…. 어쩌면 꿈에서, 영화에서만 볼 수 있고 상상만 할 수 있었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최첨단 장비들이 소비자의 지갑을 유혹할 것이다.
이번에 다이빙 비용과 DVD 촬영 비용 그리고 교통비까지 하면 예상하지 않았던 지출로 긴축재정(緊縮財政)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뉴욕상공에 내 몸을 맡기고 평소와 다른 공기를 마시며 나의 용기를 시험한 그날의 감동은 후에 내 자식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멋진 추억일 것이다.
* 에필로그
스카이다이빙 즐기는 비용은 보통 190~220달러 사이. DVD, 사진촬영을 할 경우 추가로 80~100 달러를 내야 한다.
플로리다에서는 성수기때도 60 달러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살인적인 뉴욕물가를 다시 한번 실감한 순간이었다.
특별한 훈련없이 자격증이 있는 유경험자와 함께 뛸 수 있고 보통 10여 차례 이상 그리고 일정한 훈련을 한 후에 ‘나홀로 점프’도 가능하다고 한다.
언젠가는 플로리다의 하늘을 혼자 날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