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꽤 잘났다고 생각했고 재수없게 굴 때도 자주 있었다.
지금 난 혼자고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며 원망할 대상도 없고 책임회피를 할 곳도 없다. 돈으로 쉽게 어려움을 이길 것 같지만 결국 몸과 마음도 함께 해야 하는 여행이기에 여전히 모든 감정의 결과들을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나, 이오비, 혼자는 너무 어리석고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우고 또 느낀다.
내가 잘난 척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걸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들의 도움으로 나의 수많은 실수들이 덮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소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들의 관심과 나에 대한 걱정으로 나는 ‘완벽한 여자’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 날의 배낭여행은 그저 한 인간으로서 외로움과의 처절한 경험을 했다면, 이번 여행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탈린 항구에서 쓴 저널이다. 이번 여행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고생도 하고 추억도 차곡차곡 쌓은 3주의 여정은 어느 새 마지막 목적지 아이슬랜드를 앞두게 되었다.
블루라군, 골든써클(패키지 투어로 아이슬랜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세 가지를 보는 것)만 하려고 계획했기에 처음부터 뉴욕으로 가기 위해 잠깐 거치는 곳으로 3일정도만 생각 했는데 비행기편과 숙소일정으로 인해 총 4박 5일, 그것도 낮에 도착해 오후 늦게 떠나는 여유로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아이슬랜드는 대서양 북부의 북극권 남쪽에 위치한 섬나라이며 수도인 레이캬비크 (Reykjavik)에 대부분의 국민이 모여 살고 있다. 도착한 날부터 뭔가 허전함을 느낀 것은 뉴욕의 마천루에 익숙한 내게 단층 건물들이 대부분인 이 도시가 낯설게 다가온 탓이다.
▲ 호텔 플로키. 침낭족을 위한 곳이라는 설명이 없어 따로 이불을 빌려써야했다. 이름만 호텔.
▲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버스 유모차(?) 강아지 산책시키듯 4~6명씩 태우고 다닌다. 다 본인의 아이들은 아니겠지?
그뿐인가…. 겨우 4차선 남짓한 4거리가 이 도시에서 가장 번잡한 곳이라고 하니 싸이렌과 난폭운전으로 묘기 대행진을 방불케 하는 뉴욕에 비하면 수도라고 하지만 레이캬비크는 어느 시골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관광 티셔츠에 그려진 화산 폭발 그림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와 그 위에 문구 “oops! We did it again”을 본다면 예사롭지 않은 기운데 잔뜩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아이슬랜드는 할 꺼리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자연의 선물이 곳곳에 산재(散在)해 있기 때문이다.
브룩 쉴즈의 청순한 미모를 볼 수 있는 영화 ‘블루 라군’을 기억하는가. 물론 아이슬랜드의 블루라군은 영화와 같은 해변은 아니다. 연인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이곳은 세계 3대 온천으로 꼽히는 곳으로 피부에 좋다는 머드가 녹아있어 우윳빛을 띄고 있다.
7월 초라고 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기에 아무리 피부에 좋다지만 선뜻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물은 따뜻하게 내 몸을 감싸안아 주었고, 여기저기서 피부에 좋다는 각종 머드를 바른(흰색과 갈색이 있는데 바르고 나면 모두가 흰색으로 변한다) 연인,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음료를 마시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과연 이곳에 혼자 온 뻔뻔스런 여인이 나말고 또 있을까…. 그래도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얼굴에 머드를 바르고, 맥주를 마시며 혼자 아이패드로 셀카를 찍는 신기한 동양인의 모습을 선보였다. 기분 탓이었을까. 블루라군을 나온 후 삔 발목도, 피부도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1:06:12 Rita의 북구여행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