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패션위크 기간이 끝나가는 요즘 동물들의 패션쇼가 있다고 해서 11일 맨해튼 펜실베니아 호텔에 다녀왔다. 18층에서 열린 '뉴욕 동물 패션쇼(New York Pet Fashion Show)'. 솔직히 난 그냥 동물들이 런웨이를 사람처럼 혼자 걸을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는데(그야말로 개판이겠군) 혼자가 아닌 주인이나 다른 비전문 모델들의 품에 안겨 포즈를 취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이 강아지, 개들이었지만 가끔 닭이나 새, 도마뱀도 등장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총 세분야로 나눠서 런웨이 쇼를 진행, 6시에 시작해서 11시에 마감했으니 다섯 시간정도 소요된 많은 체력을 요하는 이벤트였다. 그날 밤 집에서 누워자는데도 계속 개짖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정작 나의 애견 코코는 조용한데 말이다.
이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보통의 우수견종이나 혈통을 보고 상을 주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유기견(遺棄犬)을 입양시키고 유기센터의 발전기금을 위한 1부 패션쇼(Rescued by the 80's)와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의상을 입은 개모델, 아니 동물들 런웨이(Designer Couture) 그리고 마지막 올해의 테마인 ‘응답하라 80년대’ 컨셉의 콘테스트(Best of the 80's)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80년대의 펑키한 느낌, 디스코 음악, 간단한 무료 다과와 오픈 바 그리고 애완용품 부스들로 현장은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 이 행사의 의도를 몰랐을 때는 어수선함이 컨셉임? 그럼 당신들은 성공!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진행도 미숙하고 개들이 너무 많아서(그냥 개들이 아님. 치렁치렁 악세사리에 드레스, 유모차들이 난무(亂舞)하고 서로 으르렁 짖음) 잠시 정신줄을 놓을 뻔했지만 곧 익숙해져 런웨이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를 남발(濫發)하게 되었다.
보통 견주(犬主)와 애견이 같은 컨셉으로 분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커플티 하듯 깔맞춤이라는 것을 내 강아지와 함께 하고 사진 한장정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가 있는 행사지만 강아지들은 모두 무료입장시켰고 몇 몇 부스에서는 애견용품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나도 하나 챙겼는데 코코가 정말 잘 먹어서 몇 개 더 챙겨올것을 하고 찌질한 후회를…특히 유모차가 동화에 나오는 마차처럼 예뻐서 놀랐고 견주들을 통해 새로운 강아지용품을 보며 두 번 감동을 받았다. (물그릇이 없어 난 그냥 평소에 손에 좀 담아서 외출 시 주는데 고무재질에 접이식 강아지 전용 물그릇이 있었다는).
이번 행사에는 나름 유명인들이 많이 참석한 듯했다. 96 애틀랜타 올림픽체조 금메달 도미니크(Dominique Moceanu), 모델 겸 배우인 니콜(Nicole Patrick)과 케이티(Katie Cleary) 외 많은 인사들이 유기견을 구하고 안락사(安樂死)를 막고 동물들이 쉴 수있는 쉘터, 센터기금 마련을 위해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동물들이 남자보다 서열상 더 위라고는 농담처럼 말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과 안좋은 음식을 먹고 무분별한 교배(交配)로 인해 사실 미국 내에서도 유기동물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에 럭셔리하고 관리된 동물들을 위한 패션쇼도 중요하지만 이 날의 행사가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 행사에 모델로 참여한 유기견들은 입양(入養)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입양을 위해 온 일반인들도 많았다.
뉴욕패션위크 못지않은 취재열정과 일반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함께했던 펫 패션쇼! 내년에는 코코도 대회에 출전시켜봐야겠다…아니다…그 아인 너무 활발해서 미쳐 날뛸지도 모르기에 패스~ 하지만 런웨이에 서지 않더라도 무료입장이니 한번 새 친구들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하다. 올해 11년을 맞았다는데 앞으로도 더 발전해서 세상의 많은 동물들이 학대(虐待)나 버림받지 않고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