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 3040세대의 추억(追憶)과 감성팔이에 큰 성공을 하며 그 전작인 응4, 응7도 다시 한번 돌려보게 되었다. 이제는 SNS,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보는것에 익숙해진 2016년도의 우리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전화공사 단말기를 대여해서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 가입해 오프라인 모임 즉, 동호회 개념의 만남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겨울에는 단연 스키동호회가 인기였으며 그 외에도 영화사랑동호회, 애견인동호회 등 그야말로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하고 인연을 만들어가던 황금기였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뉴욕은 한국에서는 시들해진 동호회 개념 '밋업(meet up)'에 열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류(K-pop, K-drama)가 있으니 지금처럼 외국인이나 현지인 친구들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질문을 하고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제 성숙한 나이대로 들어선 내게 피부색이 다른 젊고 어린 그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알려준다.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오히려 'really?'를 연발하게 되는 경우가 일수니 대한민국의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맨하탄 한인타운에 위치한 뉴욕독서실(NY Study Room)스튜디오에서는 매주 수요일 한국문화와 언어를 교류하는 밋업이 거의 3년 가까이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열리고 있다. 나름 초창기 멤버인 나는 다소 생소한 밋업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수요일 밋업 이후에 일본어 밋업이나 아시아 밋업을 몇 번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수천개의 밋업이 분야별 인종별 취미별 특기별로 매일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 혹시 처음이라 떨리고 관심은 있었지만 도전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한다.
http://www.meetup.com/nyhotpoint/events/228530868/
Korean Language and Culture Exchange in Midtown NYC라는 이름의 이 동호회가 꾸준히 관리되고 좋은 교류가 이어지는데는 고정적인 장소가 단연 다른 밋업과 큰 차이를 만든다. 보통 술집이나 공간렌트를 해야할 경우 다른 예약이 잡혀 있거나 주말 바쁜시간에는 장소를 잡기 힘든 반면 수요일 밋업은 매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기 때문에 어쩌다 한번 개인적인 이유로 빠지고 다음에 참여하더라도 3년이란 시간동안 단련된 노하우와 세 명의 리더(organizer, co-leader Nelly and Justin)들이 책임지고 운영되며 처음 온 사람들을 따듯하게 대해주기에 현재 천 삼백 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등록을 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몇 몇 사람으로 무료로 참가하고 대신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를 자율적으로 가지고 오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장소비와 기타 일회용품 등을 위해 $5의 회비를 받으며 주최측에서는 매주 새로운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연휴, 미국의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파티도 통해 양국 문화를 알려주며 다양한 게임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기도 한다. 두 시간이 아까운 우리들은 9시 이후 애프터 파티로 델리가게에 가서 한국음악을 틀고 춤을 추기도, 또 소주욕심을 내며 서로 따라주는 몹시 한국인스러운 흉내를 내는 미국친구들을 보며 더 큰 웃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동호회가 아주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듯하다.
고정적인 멤버도 있지만 몇 번나오다가 안나오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나오던 친구들이 정작 한국문화나 언어 보다는 썸을 타기 위해 그야말로 연애의 목적으로 물을 흐리기도 하고 그들사이에 썸띵이 껄끄러워 서로 안오게 되고 단순히 마시고 즐기기 위해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주말에만 따로 만나 밋업의 원래 취지인 교육,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져 한국을 또 뉴욕을 잘못이해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엄마가 아닌 이상 그들이 뉴욕독서실 스튜디오 2시간 이후의 시간사용까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특히 인터쉽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어린 친구들이 외국인과 만나면 무조건 영어가 늘고 웬지 진짜 뉴요커가 된 우월감으로 그들에게 그야말로 성적(性的)인 놀이대상이 되는 일을 많이 보았다. 그걸 노리고 오는 백인 20대 친구들이 떠벌이는 소리에 소위 현대판 위안부라는 부끄러운 소리마저 들린다. 위안부라는 이름을 그런데 쓴다는 것 자체가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20대가 가지는 특권(特權), 젊음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몸이 먼져 대화하고 그 다음 사귀는 경우가 트렌드라고도 하고 몸친구라는 표현이 있을만큼 성적으로 많이 개방된 2016년의 한국. 게다가 그들은 부모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니 '섹스 앤더 씨티'의 캐리나 사만다 같은 삶이 뉴욕적인 생활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나이 많은 기센 누나, 언니들이 안전한 모임으로 지속되게 노력을 하지만 누가 20대를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이곳에서 만나 베프가 된 친구들도 꾸준히 뉴욕탐방을 하며 공부하는 한국학생들과 한국에서도 그 만남을 유지하며 서로 격려하는 케이스도 상당히 많이 있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여행을 위해 돈을 알뜰살뜰 모으며 설레어하는 미국인들과 현재 한국에서 영어선생님을 하고 있는 밋업 멤버인 자밀라, 바네사 같은 외국친구들도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룹카톡방에서 연예인을 이야기하고 밋업 사진을 공유하며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주 토요일 좀 더 성숙하고 서로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모임을 하나 더 오픈했다. 프리랜서, 전문가 위주의 만남으로 미국의 마케팅이나 한국시장, 현재의 트렌드 등에 대해 대화하고 본인 분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내어 우리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는 등 아직은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지만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티 티타임(tea time)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하는 모임을 시작했다. KNEBOU(Korean, New Yorkers, Enterpreneurs Business Owners Unite) 활동이 더 알려져 스타트 업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진정한 소셜네트 워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한 만남,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모임 사이트로서의 meet up은 본인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아이디 뒤에 숨어 얼굴이 안보인다고 막말을 하는 겁쟁이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뉴욕스타일의 동호회, 밋 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