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겨울부터 남미친구 훌리오는 쌍둥이 딸들의 퀸시네라(Quinceanera) 파티에 나를 초대하며 꼭 날짜를 비워두라고 강조했다.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이제 열 다섯살이 되는 생일 파티인데 뭐가 더 특별하다고 이렇게 미리 준비하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퀸시네라는 열 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한 소녀에게 열어주는 남미문화의 성인식이다. 이번 훌리오 부부의 두 딸 줄리아나(Julianna)와 메일린(Mailynn)의 ‘스위트 15’ 생일파티를 보며 왜 '15'라는 의미가 중요한지 또 그들의 문화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추수감사절, 새해 전야제 파티를 집에서 할 만큼 요리실력과 친구들을 좋아하는 부부였지만 이번 생일은 롱 아일랜드 호텔, 홀리데이 인으로 손님들을 초대했다. 늦지말고 남자들은 양복을 입고 오라는 당부(當付)도 잊지 않았다. 6시 30분부터 시작된 파티는 가면이 준비된 정성스러운 테이블 세팅과 여러 소품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프린트 할 수 있는 포토부스 등 이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오랜 시간 했는지 엿볼 수 있었고 그 누구보다 화려한 오늘의 주인공 쌍둥이들은 부모님과 친구들과 사전 기념사진 촬영으로 바쁜 모습이었다.

테이블 멤버 구성으로 머리가 터질뻔했다는 엄마 클라우디아의 말처럼 아이들은 따로 테이블을 앉고 지인들과 이웃들이 섞여 테이블에 앉았는데 덕분에 쌍둥이 부모의 친구들인 라티노 태생 배경의 참석자들로부터 다양한 그들의 성년식 문화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스위트 16으로 여러번 영화나 미드에서 또 파티룸에서 소녀에서 어른으로 가는 그 축하의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중남미 대부분은 열 다섯살에 그 의미를 가지며 소녀에서 성인으로 가는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생일을 맞은 소녀들과 부모들의 감회(感懷)는 남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하나의 결혼식, 예식같았다. 퀸시네라 예산은 보통 $5,000에서 $20,000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이 파티를 위해 1년 전 부터 돈을 모아 훌리오의 경우 2만달라 예산을 썼다고 한다. 신부 들러리처럼 친구들이 옷을 함께 맞춰 입고 자리를 축하하며 신랑, 신부 입장처럼 파트너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가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듯 하다. 또 부모님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과 딸들의 답가 같은 편지 낭독에는 15년을 사랑과 정성으로 곱게 키운 부모의 마음과 딸들의 감사 마음이 촉촉하게 전해져 감동을 주기도 했다.

물론 남자아이들은 이렇게 성대하게 특별파티를 하지 않는다. 15세를 맞은 주인공들은 왕관을 쓰고 화장을 하고 특히 치마 폭이 크고 넓은 드레스를 입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블 옆자리에 앉은 안드레아는 본인은 칠레 출신이지만 퀸시네라 파티를 하지는 않고 대신 아버지가 금을 선물해 준다고 한다. 나와 내 친구는 우스개 소리로 'much better'를 연발했다. 또 유대인의 경우 13세의 나이에 바르 미츠바(Bar Mitzvah, 율법의 아들)라는 성인식을 치르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종교적인 차원에서 성인대접을 해준다고 알려주었다. 이 날은 성경과 시계, 축의금 등 세 가지 선물을 받는데 행운의 수가 18이기에 돈도 끝자리가 8로 끝나게 맞춰 선물한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들의 성인식을 듣다보니 그들이 아직 신체는 미성숙하지만 어른으로서 독립성을 인정 받고 자립심을 가지는 첫 걸음이며 경제개념까지 생기는 시작이 된다. 한국은 어떠냐는 질문에 스무살에 주로 세 가지, 장미 스무송이와 향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첫 키스라고 했더니 너무 로맨틱 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런데 이 세상과 시대에 맞지 않게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늦은건 아닌가, 어쩌면 반대로 몸만 어른이고 동화 속에 살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리오 부부와 가족들은 미리 호텔 방을 예약해 두었다. 파티는 12시 까지였지만 한 시가 다 되어서 마무리 되었는데 아이들도 예외(例外)는 아니었다. 숨어서 놀지 않고 어디선가 지켜 보고 있을 부모님과 함께 친구들과 같이 열심히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마무리까지 함께였다. 이날만큼은 어른과 동등하게 충분히 즐기는 시간이었다. 문득 내 기억에도 없는 돌잔치와 돌반지, 새해 용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멋진 파티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Obi Lee’s NYHOT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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