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외국인들에게 K-Pop 홍보한 썰 풉니다 - 내가 미국에서 고등학생이었던 90년대 말 학교 건물에는 3개의 카페테리아가 각각 동관/서관/중앙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중앙 지점인 IC 카페테리아는 규모도 가장 컸고, 미국인 학생들도 많았지만 외국 출신 학생들도 어울리던 곳이었다. 그 곳에는 DJ 부스가 있었고, 시간마다 담당하는 학생 DJ가 자신이 선곡한 곡과, 학생들이 요청하는 음악을 플레이 해 주었다.
그 당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그 당시 인기 있던 CD들을 주섬주섬 챙겼고,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곡씩 DJ에게 한국 CD를 플레이 해 줄 것을 요청했다 (DJ DOC, 클론, 서태지 솔로 등). 음악이라는 언어를 공통으로 좋아하는 친구였는지 타국 언어로 나오는 노래에도 전혀 거리낌 없이 흔쾌히 수락했고, 넓은 카페테리아에 한국음악 - 지금으로 말하면 K-Pop 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DJ 친구 이야기로는 한국 음악이 플레이 된건 아마 학교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친구들에게 야! 이거 한국노래야! 라고 뿌듯하게 얘기하고 청음(聽音)을 권했고, 반응도 좋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 당시에 대중가요는 꽤나 완성도 높은 수준이 되었고, 미국 팝과 J-Pop에 견주어도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가 K-Pop이 미국 팝과 J-Pop의 아류에서 벗어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미국인 친구들을 내 차에 태워 라이드를 해 줄때면 슬쩍 한국 음악을 틀어줬는데, 리듬에 맞춰 흥겨워 하던 친구들에게 음악이 다 끝나면 야! 이거 한국노래야! ㅋㅋ 라고 설명해주니 정말 cool 하다고 한 feedback 이 대다수였다.
그 중에는 그 당시 들려주었던 힙합 프로젝트 앨범 "1999 대한민국" CD를 가져가서 자기가 꿀꺽해버린 미국 친구도 있었는데, 한국 음악을 알리는데 그 정도 희생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아직도 그때 외웠던 한국어 가사를 나에게 읊조리곤 한다) 돌이켜 보면, (이 부분 중요하다) 영어로 부르지 않은, 한국어로 부른 곡들도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오히려 더한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현지화를 한다며 K-Pop을 영어로 부르다 보면 서구의 팝 음악과 차별점이 없어져 경쟁력 또한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 었던 것은, "쪽팔리게 왜 한국음악을 틀어"라고 부끄러워(?)하던 일부 한국인 친구들의 만류였다. 우리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K-Pop을 필두로 한 우리의 대중문화를 세계시장에 알리기 위해 땀흘리며 노력한 분들 또한 없지 않았을까? 그때 그 친구들 중 그래도 K-Pop을 위시한 한국 대중문화의 대약진 덕분에 해외에서 그나마 어깨 좀 펴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면 좀 생각이 바뀌었을지.
자국 문화의 경쟁력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반대로 지나친 문화사대주의에 찌들어 움츠러드는 것 또한 불필요한 일이다. 총성없는 전쟁인 문화전쟁에서 계속되는 대한민국의 승전보(勝戰譜)를 위해, 우리 모두의 분발과 노력을 기대합니다. #kpop #대한민국 #썰 #k-pop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우성의 오!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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