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켈트인의 삼하인(Samhain 죽음의 신) 축제에서 기원한 할로윈 데이는 이제는 미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발전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마다 독특한 코스튬을 통해 개성(個性)을 뽐내는 파티로 가득한 뉴욕과 같은 명소는, 관광객들에게는 최고의 볼거리를, 파티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평생 있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따라서 이제 할로윈은 한 시대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즐거운 놀이 문화로 자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 유학생들과 국내거주 외국인들이 주가 되어 할로윈의 파티 문화가 국내에도 뿌리를 내려, 이제는 국내의 토종 젊은이들이 앞장서 코스튬을 입고 다양한 할로윈 파티를 즐기고 있다. 심지어는 영어 조기교육을 받는 유아들 또한 부모들이 입혀준 코스튬을 입고 할로윈 문화를 즐기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지난 31일,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태원에는 할로윈을 즐기고자 하는 인파가 구름같이 모여들어 새벽까지 장관(壯觀)을 이뤘다고 한다. 문화 전파 이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계층 전파”를 넘어, “전염 전파”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로윈을 통해 하루 동안의 허락된 일탈(逸脫)을 만끽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며, 시간이 갈수록 잊혀만 가는 우리의 전통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위시한 서구 문화에는 열광하며, 정작 우리의 명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어느덧 기괴한 할로윈 복장을 멋쩍어 하는 게 아닌, 명절에 입는 한복을 부끄러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과제는, 서구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젊은 세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문화 또한 상품이며, 이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를 소비 하는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없는 해외의 제품들을 직접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족”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이다. 여기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세는, 서구 문화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고 막을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느냐를 자성(自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성찰이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자와 햄버거를 즐겨먹는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김치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어린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김치를, 그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요리로 개발해 내어 입을 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이를 통해 전통 문화의 경쟁력을 스스로 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한류의 원천기술(源泉技術)이자 독보적인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