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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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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때문에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1-09-04 (일) 09:15:27

  

ssn(선생님)

“안녕하세요, 김 은주 선생님...” 하면서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영사관에서...” “교육원장님께서...” “아무개가 선생님 연락처를 주셔서...” 하면서 전화가 많이 온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게 연락이 오거나, 이메일을 받을 때 좀 많이 당황했다.

“Who are they? What do they want from me? Why are they calling me?” 하면서 우선 거리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대하였다.

하지만, SSN(선생님) 이라는 호칭에 경계의 마음이 사르르 녹듯이 마음문을 열게 되었다. 김충일 선생님은 부산사대부고의 영어교사라고 했다. 어느 해 가을, 학기가 시작한 지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즈음 뉴욕 총영사관 교육원장님이 연락처를 주셨다고 하면서 전화를 걸어 왔다.

Korean Parade 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만 우리 쌍둥이 딸 중 하나가 열이 펄펄 끓어서 시내에 못나갔고 김충일 선생님을 결국 못 만나고 이메일 연락이 시작되었다.

그 분은 부산사대부고와 교육부와 진행하는 project 가 있다며 자료와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이 없는 부산에서 온 영어 교사와 나는 professional correspondence/collaboration 을 시작했다. 나에게 돌아오는 재정적인 이익은 한 푼도 없었다. 순수하게 한국인 교사가 연락을 했기에, 한국인 동포 교사로서 이 분을,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부를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 셈이다.

 

한국에서 왔다며 무작정 자신의 입장만 밝히고 정보만 얻어 가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과 이 분은 좀 달랐다. 참 차분한 성품에 세 공주님의 아버지이고 부인도 교사, 여동생도 교사인 그 선생님의 목소리와 이메일에는 진실함과 성실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함께 작업을 시작했고 열심히 내가 아는 것은 물론, 모르면 연구와 리서치를 해 성심껏 도와 드렸다. 그리고 나도 한국에 계신 교사와 professional collaboration 을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도움을 많이 주면서 그 선생님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한국교사의 성품과 자세, 진실성, 진지함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렇게 급한 부탁에 빠르게 답변을 해주셔서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든든한 후원자를 미국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고마운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제 막 선생님이 보내주신 자료를 포함하여 교육청에 보고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내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설 연휴에 들어갑니다. 선생님 자료가 도착하면 여기 학생들에게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멀리서나마 한국의 설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원하시는 모든 일 이루시는 건강한 한해 되소서.

2009년 1월 22일 김충일 드림

 

선생님,

도움이 되었으면 했는데...

제가 아는데까지는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research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늘 뉴욕한인회에서 전화가 왔는데, 2월 6일에 부산 교육감(설동근) 님께서 뉴욕 방문을 하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KBS 방송국에서 저의 학교를 대상으로 촬영 허락을 해 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마 부산교환교사 program 으로 인하여 저의 학교를 배경으로, 그리고 저의 반을 배경으로 documentary 를 제작 할 예정인가 봐요. 두고 봐야지요. 어떻게 실행이 될 것 인지....

그리고 저의 한인교사회에서 “설날에 학교 안 가는” campaign 을 벌이고 있어요. 그래서 저와 저의 딸들이 월요일 1월 26일 학교에 안 갑니다. 집에서 만두 빚어먹고 떡국 먹고 윷놀이 하면서 설을 쇨 예정입니다.

선생님 가정에서 축복이 가득찬 한 해가 되길 기도드리겠습니다.

2009년 1월 24일 김 은주 드림


김 은주 선생님,

정말 좋은 취지의 campaign인 것 같습니다. 따님들에게도 어머니 나라의 뿌리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아마도 부산시 교육감이 뉴욕을 방문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국 촬영한 것이 언제 한국에서 방영이 되는지 물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여기 계시는 분들께 선생님에 대해서 자랑하고 싶네요.

나중에 도착할 선생님의 책과 방송된 것을 함께 보여주면 좋겠네요. 선생님의 소식은 언제나 밝은 소식이 가득 차있어서 받으면 항상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 많이 들려주세요.

즐겁고 복된 설 보내세요.

김충일 드림

  


이런 내용의 편지를 통해 (얼굴도 한 번도 보지 못 했지만) 한국인의 끈끈한 ‘정’ 을 느낀다. 물론 10살때 모국을 떠난 이민 1.9세가 한국인의 ‘정’ 을 어떻게 아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만 느끼는, 그리고 한국인이기때문에 느끼는 정을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그 놈의 정 때문에 한국인끼리 으르렁 거리며 싸우기도 하는 것 같다. 정이 없고 기대감도 없고 믿는 구석이 없으면 실망도 하지 않을텐데, ‘그놈의 정’ 때문에 많이 웃고 울고 또 싸우고 하는 것 같다.

솔직히 한국의 명절 ‘설날’ 이 뭐라고,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의 법을 따르고 미국의 명절이나 지키지 굳이 한국의 명절을 지키자고 ‘설날 학교 안가기 운동’ 까지 하면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설과 추석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어린이날, 개천절, 광복절 등등이 우리 한국의 명절이면 미국에 사는 한인동포들의 명절로 인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인” 명절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 나는 “싸움” 을 해 왔는가?

뉴욕시 교육국같은 경우에는 유태인 교사와 교감, 교장, 교육감이 많기 때문에 유태인들의 high holy days 에 학교 문을 열면, 결근하는 사람들때문에 학교가 돌아가지 못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국은 유태인의 종교적인 명절(Jewish holidays)에 학교 문을 닫는다.

정말 대단한 세력이다. 이것을 우리 한인 사회도 배워야 하고 서로 단결하고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한 뜻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도 유태인들처럼, 중국인들처럼 한 목표를 향해 행진 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교사회를 맡아서 일을 추진 할 때도 한인동포들, 심지어 한인교사들이 내가 추진하는 ‘설날 학교안가기 운동’ 에 반대의견을 던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교사들은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교사회의 취지와 상충(相衝)되는 보도를 하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이 학교를 빠져야 할 핑계가 생기면 ‘설날’ 을 민족 연휴로 쉰다는 이유서를 제출해 학교를 결근하기도 한다. 한인매체 기자에게는 “왜 교사회의 김은주는 설 날 학교 안가기 운동을 하는지...바빠 죽겠는데...학교에 가야지...교사가 학교를 결근하면 되나요?”하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면서 학교를 결근할 핑계를 댈 때는 얄밉게도 “저는 한국 고유의 명절인 설을 쇱니다. 그래서 학교를 결근하겠습니다...” 하는 이와도 상대를 해야 했다.

이렇게 영화 ‘In and Out’처럼 어떤 때는 한국인의 끈끈한 정을 느끼면서 한국인이라는 나의 DNA 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가 하면 이런 “bi-polar 정체성 병” 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경험할 때는 머리에 가발을 쓰고 성형수술을 해..그리고 DNA 를 비틀어 ‘비 한인’ 이 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모든 1.5세, 1.9세, 2세들이 하면서 살고 있을까? 이 정체성의 불안정한 상황을 치유할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불안하고 다양한 정체성” 을 가지고 있는게 자연적인 이민자의 현상인가? 오늘도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나를 달래면서, 스스로를 도우면서, 또다시 ‘반성(self-reflection)’ 을 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본다.

  

▲ 친정엄마의 뒷모습. 마음의 편지를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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