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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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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 먹으러 갑시다!”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2-08-12 (일) 01:20:42

은주에게,

어려서..엄마가 밥을 물에 말아서, 동치미 얇게 이빨로 잘라서 숟가락위에 얹어서 아기새처럼 밥을 받아먹은 기억이 나지? 정말 기억이 나는것인지..아니면 그렇게 우리를 키우셨다고 엄마가 말씀하셔서 그런것인지..

난 전형적인 한국인 엄마가 아주 정과 사랑을 듬뿍 주며 키우셔서...비록 가난했지만...정과 사랑은 굶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이만큼 중년 2세 여성으로 성장한 것 같다.

 


배운것이 그것이니..너도 딸들을 어려서부터, 멸치볶음에, 젓갈에, 비빔냉면에, 돼지고기와 신 김치 넣고 만든 부침개 등을 먹였지. 아이들이 편식(偏食)을 하지 않고 맛있게 먹고 무럭무럭 자라주어 얼마나 감사한지...오늘도 여름학교에 다녀오더니.. "엄마, can you make 매운 비빔국수?' 하고 점심 menu 를 요구 해, 난 즉시, "흰 국수 or 냉면국수?" 하고 대답을 했다.

우리 예쁜 딸들은..."냉면국수..비빔냉면.." 하면서 사랑스럽게 말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넌 뚝딱뚝딱 냉면 사리를 삶아 김치와 양념에 냉면을 쓱쓱 비벼 주었지. 김까지 부스러뜨리고 생 양파도 넣었는데 남김없이 빈 비빔냉면 그릇을 sink 에 넣었다. "그윽" 하는 트림까지 내 가면서...딸들과 넌 토속적인 한국음식을 만들어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냉장고에 있는 식혜는 좀 달다고 해서..다음에는 안 달게 만들어 놓을께 하면서..넌 네가 손수로 만든 식혜 한 그릇을 사발에 담아 아주 흐뭇한 마음으로 입가심까지 했지.

 

지난 주에는 tv show (coking show) 를 보다가..딸들이 한국사람들이 산낙지를 먹냐고 물어보길래.."응, 먹어. 너희들도 회를 좋아하는 것처럼, 초고추장에 (I think) 산낙지를 먹는다.." 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먹어 보고 싶다고 해서..네가 즐겨 찾는 활어횟집에 딸들을 데리고 가서 산낙지를 시켰다. 사실 넌 무서워서 못 먹는 산낙지를 여기서 12년전에 태어 난 네 딸들은 참기름을 쳐가면서 맛있게 (술도 없이) 먹었다. 너무나 대견해 사진도 찍어놓고 video 도 찍어 놓았지.

 


사람의 말 버릇, 식성 버릇 그리고 한 가정의 "향수" 는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넌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이 느낀다. 특히 여름방학때는 딸들 중심으로 네 생활이 이루어지기에, 아이들이 먹고싶다는 menu 로 식사를 하게 하고 외식도 많이 하고 집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맛있는 한국음식을 많이 해 먹인다.


 

이렇게 우리의 "피"는 못 속인다. 식성도 그렇지만..아무리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미국인" 이라는 내 딸들도 어려서부터 한국음식을 먹었기에..커서도 자신들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을 먹어야 산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개척해 나가곤 할 것이다.

넌 이런것이 "민족의 피" 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Africa 나 Iceland 에 살아도, 그 지방의 음식도 맛 있겠지만, 엄마가 끓여주시던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등이 얼마나 맛이 있을까? 얼마나 간절히 그 음식을 그릴까?


 

넌 Europe 을 혼자서 학회 끝나고 3개월동안 누비고 다니면서 한국음식이 먹고 싶으면...중국집에 가서 hot sauce 쳐서 아주 tight 한 budget 으로 가끔 매운 맛을 봤지. 아무리 맛있게 하는 Rome 의 pasta 나 Greece 의 요리도 한국김치 맛을 쫒아갈 수 있을까?

한번은 Florence, Italy 에 있는 언덕위의 Youth Hostel 에 머물고 있었는데..부산에서 온 학생 3명을 만났다. 그 때, 폼 잡고 맥주와 potato chips 를 먹으면서 인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그 학생들이 다가와 “혹시 한국 분 이세요?” 하고 물어보았지.

너무나 반가와서, "네..한국사람인데..여기 앉아서 함께 맥주 할래요?" 3명의 여자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유럽여행을 다닌다고 부산 사투리로 말해 주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있는데..."..혹시, 고추장 좋아하세요? 저 볶은 고추장 가져왔는데..좀 드릴까요?" 하는 소리에 얼마나 반가왔는지..

"네 주세요. 저 그렇지 않아도 고추장..김치..너무나 먹고 싶었어요. 속이 느끼해 죽을 지경이였는데.." 하면서 그 학생이 준 볶은 고추장을 그날 다 먹었지. 그리고 밤새도록 "아름답고 행복한 배탈"을 앓게 되었다. 아...그 맛..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들에게는 "민족의 혀" 가 살아 있다. 혀로 말만 하는게 아니라, 음식의 맛을 알아보고, 갈망하고 또 본능처럼 느낄 수 있는 음식, soul food, comfort food 이라고 하지.

오늘도 어떤 음식을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서 몸에 보약(補藥)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섭취하면...마음에 병도 고치고 갈증도 물리칠 수 있는게...우리 soul food and comfort food 이다.

이 글을 쓰면서..늘 즐겨 먹는 손칼국수가 생각이 난다. 밤참으로 애들과 밀가루 반죽 해 손 칼국수 만들어 먹어볼까? 살 찌고 얼굴 붓는건 뒷전...몸이 좀 통통해진다해도 행복이 우선이고 내 "민족의 혀" 를 만족시키기 위해..아래층에 내려가 밀가루봉지를 꺼낸다.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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