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에게,
며칠전 네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위안부 전시회" 에 갔었지?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데라..하루종일 나갔다 와서도...위안부이슈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미국화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꼭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그리고 "역사" 공부를 시키기 위해 전시장으로 늦은 시간에 뛰어갔지.
네 딸들은 이렇게 질문했어. “엄마, 왜 이렇게 벌거벗은 여자들이 피를 줄줄 흘리고 있어?”( "Mommy, why are those women naked and bloody?") 물론 네 딸들이 성에 대해, 그리고 성범죄와 악독한 인간의 강탈 등을 이해 할 나이는 안된것 같지만, 간접적으로 넌 딸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시키고 싶었지.
한꺼번에 이해를 다 못해도 나름대로 서서히 사회의 현실과, 역사의 비극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이런 비극을 앞날의 시민으로서 방지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었지.
역사는 어떻게 포장(包裝)하느냐에 따라서 훗날에 어떠한 목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내용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데 따라서 내용이 달라지지? 코끼리를 통째로 분석하기전...코끼리 코만 만져보고..코끼리는 어쩌구 저쩌구...다리통만 만져보고 코끼리는 어쩌구 저쩌구..그리고 아예 코끼리를 기린으로 보는 사람도 있기에..역사가 “retold” 되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하고 묘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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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에게 여자 하체에 피 묻은 그림을 보여 줄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솔직히...이것은 ‘rape(강간)’ 으로 인한 장면을 그린 것이야. 네 나이같은 청순하고 순결한 어린 여자아이들을 납치해..성도구로 쓰여진 우리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야....그리고 너의 세대에는 절대로 전쟁과 절망과 강간과 강탈이 없길 바란다...
산 교육을 시키는 엄마가 과연 잘 하는 교육인가? 너무 어리지 않을까? 11살의 나이로 너무나 충격적이지 않을까? 이해를 못하면 어떻게 할까? 그리고 과민반응으로 역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네 마음 한 구석에 있었지.
인간의 탈을 쓰고..어떻게 하면...늘 신문에서 읽는 글은...인간의 탈을 쓰고 가혹(苛酷)하고 엄청난 죄를 짓고 사는 인간의 현실을 부인할 수 없지. 그리고 이제는 면역(免疫)이 되어서..아무것도 충격적이지 않고, 아무것도 새삼스럽지 않고,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에 도달한게 얼마나 슬프고 가슴치는 현실인가?
비극을 경험하면서..우리는 그냥 냉철해 진다. 그리고 무관심으로 “walk away” 간다. 그냥 지나친다. 그냥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기억에서도 삭제(削除) 해 버린다. 비극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뇌를 “trick” 한다. 그렇게 속이면, 뇌는 또 그 “꼬임” 에 넘어간다. 그래서 사람의 진실된 기억이 뚜렸이 무엇인지..정신과 의사, 심리 치료사도 파악을 못한다.
결국은 이것이 저것같고 저것이 이것같은 현상을 받아들이는게 대중화 된 것 같다. 그래서 현실과 illusion(환상)을 바꿔치기 하면서 살아가는게...보편화 된 셈이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엄마, 왜 이런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세요? It's disgusting!(역겨워요)” 하고 우리 딸이 이야기 했을때..난 즉각 “it's disgusting” 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란다. 물론 네 나이와 비슷한 소녀들에게 흉악한 짓과 범죄를 가한 ‘동물’ 은 disgusting 하지만...이 여자 아이들이 disgusting 한 것인 아니거든...” 하고 또 열심히 설명에 들어갔지.
물론 넌 설명을 하면서도, 아주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는 분노와 슬픔과 내장이 뒤틀리는것의 고통도 갖게 되었지. 그리고 그 쓴 맛을 뱉어 버려야 하는지..그냥 삼켜야 하는지...갈팡 질팡했지.
내일 죽어도 부끄럽지 않게 죽어야 하는데...
내일 죽더라도 염치있게 죽어야 하는데...
내일 죽어도 너에게 비극을 맛보게 하면 안 되는데..
내일 죽더라도 아리고 쓰라린 마음으로 죽으면 안 되는데...
내일 죽어도 오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고 죽어야 하는데...
호기심으로 배움이 만들어지는 것인데..넌 아이의 호기심을 단칼에 잘라 버리는 엄마니?
아니면 호기심을 효과적인 motivation(동기) 로 쓰는 엄마니? 호기심으로 이것도 해 보고...저것도 해 보고...또 이 생각도 해 보고 저 생각도 해 보곤 하지.
호기심으로 인해 우리는 발달되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지. 그리고 그 호기심으로 인해 위험한 실험을 할 때도 있지만...호기심의 근본적인 역할은 창의력(創意力)을 돋구는 일을 하지. 넌 그러면...그 전시회에 네 어린 딸들을 데리고 가 어떠한 호기심을 발달하게 했니? 그 호기심으로 그 경험으로 좋은 교육이 되었다고 생각하니..아니면...충격적인 장면을 너무 일찍 경험하게 했다고 생각하니?
오늘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성폭행을 당한-over and over again” 가엽고 어린 그 생명들을 묵념하자.
그들에 관해 잘 배웠니, 교육을 잘 시켰니, 어떤 시각이 진실이고 어떤 역사가 왜곡(歪曲)되어 소개되나...등등은 잊어버리고...마음을 비우고...그 어린 여자아이들...내 딸 같은 그 어린 생명들이 성폭행 당하고..그 아픔을 안고 긴 평생, 짦은 평생을 지옥같은 기억으로 nightmare(악몽) 속에서 산 그 영혼들만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악몽같은 현실이 오늘 이 시간에서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그런 치명적인.... 동물도 행하지 않는 행위를, 인간의 탈을 쓰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은주가 은주에게
* '일본군 강제위안부' 전시회는 뉴저지 리지필드 한양마트 갤러리에서 1월 5일부터 22일까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