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야...너는 어느 곳에 속해 있니? 너는 한인사회가 먼저니, 네 가정이 먼저니, 아니면...네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소속감을 제일 강하게 느끼니?
흔히..사람들은 개인적인 가족, 교회, 그런곳에 소속감을 느끼지? 그리고 직장도 소속감을 느끼지. 한국은 일본처럼 ‘샐러리맨’ 의 개념으로 인해 평생 일자리를 주는 회사에 몸과 마음의 열정을 다 바쳐서 일하고, 심지어 죽기도 하지...
미국에서는 이런 샐러리맨의 개념이 있는지...옛날에 GM, IBM 등의 회사가 힘이 있었을때는 소속감이 깊었을 수도 있겠지.
너는 지금 어디의 소속감이 가장 깊다고 생각하니? 물론...많은 사람들이 ‘내 가족’ 하고 말 하겠지? 하지만...네 답은 ‘내 가족’ 이 아니지. 그래서 늘 남편과 부모와 자식과 싸우고 그 들의 불만과 불평을 들을 때도 많지?
그래도 넌, 소속감을 아주 강하게 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옛날에 어떤 영화 장면이 기억이 날거야. 전쟁중에 어느 군인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팽개치고...자신의 ‘남자’ 를 쫒아 간 장면.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어. 넌 그렇게 생각했지. “여자가..엄마가..어떻게...지 자식을 버리고..남자를 따라 갈까?”
그런데...너는 지금..네 자식은 버리지 않아도, 네 소속이 네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그 학생들이 살고 있는 커뮤니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 같아. 100%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 소속감이..네가 그 동네에서 과학교사라는 것, 학생들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empower) 하겠다는 절실한 마음과 계획이 머리속에 꽉 차있지? 잠도 안자고, 새벽에 일어나..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잘 지도해서 이 세상에서 기를 펴고 살도록 할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네 학생들이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까...( 만일 네가 네 자식을 위해 이런 생각을 하고 밤을 지새면 나중에 대통령도 되지 않을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옛날부터 ‘올드 미스’ 선생님들이 많았지. 그 선생님들은 학교와 학생들과 ‘결혼’을 해서 밤이나 낮이나 늘 학생들 생각뿐이야.(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한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지? 늘 편견을 갖고 흑인을 대하고, 남미계 사람을 대하고, 속으로는 깔보고, 쉽게 보면서...코리안 퍼레이드나 어느 한 민족이 몰리는 퍼레이드에 그들이 오면,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대하고...
사진 찍고 인터뷰하고, 어떤 동기로 이런 퍼레이드에 참석하게 되었는지..그들을 분리시키고 거북하게 만드는 것을 너는 알고 있지? (물론 너도 지금 그 사람들처럼 꼭같은 ‘짓’을 하고 있지.)
네 학생중 한 명(6학년)은 동네 지역구를 대표하는 찰스 랭글(Congressman Charles Rangel)이 참석했을 때..“가서 만나보지 않겠니?” 하자 그분의 사인(autograph)을 받기위해 종이와 펜을 들고오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그 흥분된 표정을 넌 생생하게 기억하지? 그 학생에게 롤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는 지도자(leader) 에게 ‘전달’ 해 주는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고...또 네가 학생들을 이끌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이런 ‘인연’으로 그 학생이 “나도 이다음에 커서 Congressman Charles Rangel 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내 나라를 지키고 내 후손에게도, 이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긍지와 자신감을 불어 넣겠다”고...믿고 있잖아...그래서 발바닥이 닳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새벽에 학교에 가서 수업 준비를 하고...늘 학생들이 마음과 머리에서 떠나지 않지?
너는 신기하게 어떻게 이 나라에서 소외(疏外)받고 있는 사람들과 한 동지로 자라났을까...
30년 전 네가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를 더듬어 보자. 너는 10살때 이민을 와,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는데) 5학년 6학년을 지내고, 중학교에 들어가 아주 활기가 넘치는 학창생활을 보냈지. 지금 기억으로는 중학교때 제일 많이 학교 활동을 했고 (연극, school paper, 합창단, 운동 등등)에 다 동참해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재미있는 생활을 했지. 그리고 하루는 네가 꼭 들어야 하는 ‘바느질 반’ (Sewing Class) 에서 친구, 캐롤(Carol) 을 만났지.
그 친구는 학교에서 아주 먼 곳 브루클린(Brooklyn) 에서 매일 전철과 버스를 타고 엄마와 등교했지. 네가 바느질 하는 것을 보고...픽 웃으면서..“Do you need help?” 하고 손을 먼저 내밀었지. 네 엄마가 바느질 반 숙제를 해줄만큼(cheating) 그 때나 지금이나 넌 바느질엔 완전 빵점..
그렇게 인연(因緣)을 맺어 넌 피부색갈이 다르다는(검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하는 그 친구의 ‘한(恨)’ 을 함께 경험하면서 살아왔지.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지.
Carol 은 학교가 끝난 후에...네 집에 자주 놀러왔지? 집이 멀다 보니 엄마가 일 끝나고 픽업(pick-up) 할 때까지 있을 시간도 필요하고 너와 죽이 잘 맞고 잘 통했지. 네 집에 와서 틴에이저들이 하는 화장을 하고, 잡지 보면서 키득키득 웃고, 한국음식도 먹고, 네 동생들과도 친해지고..이유없이 울고 웃고 하던 시절이었어.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올때 (동양소녀 흑인소녀를 보고) 짖궂은 백인 남자아이들이 (독일계 이태리계) 너희들을 향해 눈덩이를 던지고, 이상한 ‘욕’ 을 했던 생각이 나니? Carol 과 하께 모자를 머리에 콱 눌러쓰고 집으로 미끄러운 눈길을 막 달리던 생각...어제 일처럼 생생하구나.
넌 (뉴욕에서) 인종차별을 그 흑인 친구랑 함께 경험했지. 그리고 그 친구와 아직도 끈끈하게 우정(友情)을 나누고 있지. 친구가 전 남편에게 학대를 받을때, 친구를 대변해 그 남편에게 욕도 퍼붓고, 친구의 슬픔을 같이 아파하고, 친구의 친정집에 찾아가 (Portland, Maine) 대접도 받고, 친구의 부모님은 널 마치 오래전에 잃은 딸을 반기듯 환대해주셨던 생각이 나니?
그 바느질 반(Sewing Class) 에서 만나...네가 바느질 기술이 없다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 먼저 다가와 너와 연대(連帶)를 이루고, 또 소수계이기 때문에 차별의 경험도 하고, 또 커서는 네가 좀 ‘강한 여자’가 되어 (그 친구보다) 늘 그 친구의 대변인이 되어 버린 네가 이제는 그 친구같은 학생들이 다니는 할렘(HARLEM) 에서 과학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니...삶은 참 공평하고 우연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되지 않니?
인간은 인간이고 색은 그냥 색인데...왜 인간들은 그렇게 약하고 어리석을까. 인간의 피부색(skin color)으로 인해 두려워하고 선입견을 갖고, 차별하고, 차별(discriminate)하는 바보 같은 정신상태를 방치하고 있을까? 그냥, 그 사람, 인간 됨됨이(?)를 보고 ‘평가’하고 친구하면 되는데 왜 꼭 눈으로 보는 것만...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따라하는(monkey see monkey do) 겁쟁이의 삶을 살까?
은주야, 너는 그런 면에서 좀 다르다고 생각해...네가 마치 외계인같고 독특하다고 느껴서..너와 한 피를 나눈 커뮤니티에 불만을 갖고 살았지? 이것이 얼마나 네게 슬픔을 안겨줬는지 그 심정을 이해한단다.
지난 10월 코리안 퍼레이드(KOREAN PARADE)에 네 학생들과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참여한 후, 네 정체성을 반사(反射)했지. 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온 열정과 마음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학생들에게 배우려고 하는지...
오늘도 나는 반사하는 아침을 맞는다. 숨을 크게 내쉬며...감사하다...내일을 향해 전진하자! 그렇게 잠시...네 속 마음을 비춘다...
은주가 은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