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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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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꾸찹 마을의 철거일기

‘이산(移山)의 마음으로’ 김해성의 희망편지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5-05-22 (금) 20:22:34


 

네팔 두꾸찹 마을에 우리 봉사단 15명이 출동을 합니다.

 

산골길을 돌고 돌아 강을 건너고 차에서 내려 30여분을 걸어오릅니다.

 

산자락을 계단식으로 깎아 집을 지어 사는 마을이라

 

차량 진입도 마을 어귀까지만 가능한 이곳은,

 

카스트 계급의 최하층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달릿(불가촉천민)'지역입니다.

 

불가촉천민이란, '손을 대서는 아니되는 천한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100여 채의 가옥에서 8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되었고,

 

작은 마을에서 사망자만 6명이나 됩니다.

 

 

언덕 중간 쯤에 사망자 가족의 무너진 2층 집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2층의 앞 면이 무너져 내렸고 그 곳이 바로 사망사고가 난 자리입니다.

 

3면과 초가지붕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벽을 밀거나 손을 대기만 하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겠지만 사고 위험이 농후(濃厚)합니다.

 

어떻게 해체시켜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붙어있는 옆 집도 금이 가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손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긴 기둥으로 2층 입구의 돌 등을 헐어 냈습니다.

 

지붕을 헐어 내려야 하는데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들어가서 정탐해야 될 상황입니다.

 

준비해간 밧줄을 걸고 당겨 지붕을 끌어 내려야 합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하는 고민입니다.

 

순간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결론은 났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제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무슨 사고가 있다 할지라도 제가 겪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눈길을 갈 때 미끄러우면 운전은 제가 도맡았습니다.

 

사고가 나도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가 들어가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짧게 기도를 했습니다.

 

허리띠를 조이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들어갑니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오르자 낡은 바닥이 흔들립니다.

 

밖에서는 들어가지 말라고 외치다가 다시 나오라고 성화입니다.

 

사실 안쪽은 두 개의 기둥이 지붕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리를 질러 밧줄을 건네 받았습니다.

 

밧줄을 지붕의 서까래 양쪽에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내려와서 멀찌감치 줄을 늘였습니다.

 

20여 명이 신호에 맞추어 양쪽 밧줄을 잡아 당겼습니다.

 

육중해보이는 지붕이 털썩 마당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환호성과 함께 묵고 묵은 먼지가 눈 앞을 가리며 피어 올랐습니다.

 

 

자욱한 먹지가 가라앉자 본격적인 해체(解體)가 시작됩니다.

 

몇은 짚을 묶어 비탈에 쌓기 시작합니다.

 

지붕을 구성했던 나무들을 가지런히 모으기도 합니다.

 

돌과 벽돌로 쌓여진 두꺼운 벽을 해체시키고

 

이어서 2층 나무와 흙으로 만든 바닥도 뜯어냅니다.

 

몇 십년 숨 죽였던 먼지들이 피어 오릅니다.

 

마스크를 썼지만 숨은 턱 밑까지 차오릅니다.

 

입에서는 돌가루들이 씹히는 느낌입니다.

 

당장 마스크를 벗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도 집주인 아주머니는 고단한 삶을 함께한 손때 묻은 생활용품들을 집어냅니다.

 

좁은 골목길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줄을 서서 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바라만 보던 주민들 몇 명도 동참합니다.

 

모두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정리를 하고 드디어 오늘의 수행과제를 완성하였습니다.

 

 

마스크를 벗자 서로를 바라보며 놀리기 시작합니다.

 

마스크 윗쪽 코 옆에 까만 먼지가 끼어 묘한 형상입니다.

 

서로 '고양이 같다'라는 핀잔을 주며 사진을 찍습니다.

 

해체된 집 앞 마당에서 전체 기념촬영을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연신 손을 모으고 인사를 건넵니다.

 

"단네밧. 단네밧"(고맙습니다라는 네팔어입니다.)

 

우리도 함께 "단네밧"으로 화답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산길을 내려갑니다.

 

 

몇 일 뒤, 새로 가져 온 아이들의 신발과 학용품을 나누기 위해

 

두꾸찹 마을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차를 타고 마을로 가는데 '아뿔사' 길이 막혀 있습니다.

 

2차 강진으로 산사태가 나서 흙과 돌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가져간 삽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의아하다며 왜 정신나간 짓을 하느냐는 듯 물어옵니다.

 

"내가 산사태로 무너진 이 흙을 치우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실은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삽 한 삽 떠서 산을 옮기다가 아니되면 아들이 합니다.

 

그 아들이 하다가 아니되면 손자가 합니다.

 

그렇게 흙을 퍼 나르다보면 산을 옮긴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산(移山)의 정신으로 살아가야 하겠지요.

 

 

 

 

 

Nepal_Earthquake_2015_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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