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용연, 성연 삼남매가 묻기에
콘도에서 밥 해먹고 눈썰매장에도 간다고 했더니
그야말로 아이들처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2014년 첫날, 아이들하고 콘도에 가서 밥도 해먹고
눈썰매장에도 가서 놀았습니다. 눈썰매가 퉁퉁 튀어서
단 두 번만 탔는데 허리가 어찌나 아픈지 파스를 부쳤습니다.
대학생 3학년인 저의 큰딸과 2학년인 작은딸도 함께 갔습니다.
새해 첫날밤에는 2013년을 돌아보고
2014년에는 자기의 꿈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 돌아가면서 지난해를 반성하고 포부를 이야기했는데
삼남매의 꿈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벅차 아주 혼났습니다.
모델을 꿈꾸는 여중생 딸인 도담이에게
2013년은 꿈을 향해 첫발을 내 디딘 감격의 해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가 개최한
'2013 대한민국 명품봉제 페스티벌'에 모델로 무대에 섰던 것입니다.
그 무대의 감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도담이는 모델의 꿈을 향해
식생활 관리와 체력단련에 힘을 쏟겠다는 2014년의 각오를 밝혔습니다.
배우가 꿈인 둘째아들 중학생 용연이는
<마이 리틀 히어로>라는 영화로 데뷔했지만
흥행 성적이 저조하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서너 달 전쯤엔가, 용연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연기자가 되려면 다재다능해야 한다.
연기 실력은 물론 각 방면의 특기가 있어야 한다.
요즘엔 춤 실력이 있어야 주목받으니 춤을 배우면 좋겠다.
너의 장점을 살려 마이클 잭슨의 춤을 배우면 좋겠다고 하자
용연이는 어떻게 배워야할지 모르겠다고 자신 없어 했습니다.
그런데, 다가오는 설 특집을 준비하는 모 방송국이
제2의 마이클 잭슨을 기획하면서 검은 피부의 용연이를 선택했습니다.
몇 개월 전에 지나가듯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게 꿈같이 이루어지면서
용연이는 새해 초부터 마이클 잭슨의 춤을 배우고 있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용연이의 꿈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삼남매와 같이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아이 중에 유리라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엄마와 한국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살 소녀가 있는데 용연이 오빠를 따라 방송국에 갔다가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마이클 잭슨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게 됐고,
저는 연초부터 용연이와 유리를 춤 학원에 데려다 주느라 바쁘게 됐습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막내아들 초등학생
성연이는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도에 갔습니다.
2주간의 전지훈련 비용으로 제법 큰돈이 들어갔지만
축구선수가 된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막내를 김포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오는데 아이들의 꿈들이
하나하나 영글어 가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선 적잖은 돈이 들어가지만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선 어쨌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목사님, 친딸들을 키울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잖습니까!"
삼남매를 비롯한 다문화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더니
주변에서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 딸들이야 부모가 있어서 자격지심을 갖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 아이들을 특별히 돌보겠다고 했으니 아빠로서 책임을 져야지요!"
지난날을 돌아보니 저는 부끄러운 아빠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병들고, 산재 당하고, 사고로 죽어 나가고
불법체류자들이 강제추방을 피해 부지기수로 찾아오던 그 시절엔
굶주려 오갈 데 없으니 먹여 달라, 재워달라고 찾아오던 그 시절엔
주검을 거두랴, 장례를 치르랴, 사건을 해결하랴,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랴….
그 시절은 전쟁이었습니다. 죽어가는 이주민을 살려야하는 처참한 전쟁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아내와 두 딸은 창고 같은 교회 사택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어머니가 손녀들을 보러 오셨습니다.
그러자, 어린 딸들이 친할머니에게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할머니, 저희도 화장실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못난 아빠를 만나 생활고를 겪으며 자랐지만 딸들은 곱게 자라주었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자녀들을 돌보는 동안 하나님은 제 딸들을 보살펴주셨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지고 상처 받은 다문화 아이들의 누나언니가 되어주는 딸들,
제 딸들은 그냥 딸이 아니라 하나님이 특별 파견한 동역자라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 아이들 돌보는 일을 시작할 때는 아주 미약했습니다.
이주민-다문화 엄마들이 저를 찾아와서 자녀들을 맡길 곳이 없다고 해서
다문화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사학재벌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인가받은 다문화 초등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 재학생 66명
일반학교 적응이 어려워 찾아 온 위탁형 대안학교 초중등 학생 27명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 29명
부모가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 4곳에 20명
일반학교에 다니며 방과후학습을 하는 지구촌지역아동센터 30여명
취학 전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마을과 어린이집 합쳐서 180명 등
모두 합치면 350명이 넘는다는 것을 파악하면서 놀라고 말았습니다.
사학재벌처럼 됐으니 제가 부러우신가요?
하지만 부러워하지 마세요. 이주민과 다문화자녀를 위해
제가 운영하는 곳 중에 수익에 관련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다들 돈이 들어가야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곳뿐입니다.
그래서 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뿐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꿈을 잃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며
우리 아이들이 다문화 희망세상의 재목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2014년, 저의 어깨는 무겁지만
기쁘고 행복하게 달려가려고 합니다.
저 혼자가 아닌 다문화 아들딸들과 함께 달려가렵니다.
제 아들딸들이 우리 모두의 아들딸이 되는 세상을 향하여!
피부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다문화 희망의 종을 울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