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원 12명, 그리고 82명의 하원의원이 교체된 제113회기 의회가 출범(出帆)했다. 지난 3일 제 113회기의 개원식 소식을 전하는 모든 미국 주류 언론들의 공통된 톱 뉴스는 연방의회의 “다양성”이다.
다양성이란 내용의 가장 첫 설명은 연방의회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의원의 배출을 꼽고 있다. 상원에 여성이 20명, 하원엔 78명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1990년대 초반의 숫자는 여성하원의원이 23명이었고 상원엔 겨우 2명이었다.
ABC뉴스의 저명한 여성 앵커인 ‘다이안 소이어’는 의회 개원식 하루전날에 DC의 ABC 스튜디오에 20명의 여성 상원의원 전원을 간담회로 초청해서 인터뷰 방송을 진행했다. 여성의원들이 당파적인 이슈에서 초당적인 협상과 타협을 이루어 낼 것이란 공통적인 견해를 이끌어 냈다.
여성상원의원은 민주당소속이 16명이고 공화당이 4명이다. 하원에선 여성의원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워싱턴 포스트지 1월4일자 전면에선 민주당의 지도자인 ‘낸시 펠로시’ 대표가 58명의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대동한 사진을 톱으로 다루었다. 미국 연방정치권내 여성파워를 설명하는 사진이다.
하원에선 공화당의 여성의원 20명을 포함해서 435명의 의원중에 78명이 여성이다. 다양성의 두 번째 설명은 유색인종(有色人種)의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연방하원엔 91명이 소수계 출신이다. 흑인이 43명, 히스페닉이 35명이고 11명의 아시안(동부지역 최초의 아시안계 하원의원이 여성의원이라고 뉴욕 플러싱의 그레이스 맹 의원을 눈에 띄게 미디어가 보도했다)과 인디언 출신이 2명이다.
10여 년 전에 비해서 연방의회의 구성 비율이 정말로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모슬렘, 힌두교 등을 포함해서 다양한 신앙의 소유자들이 포진(布陣)했다. 다양한 인종의 이민국가임을 전제해 보면 그야말로 발전된 모습이고 고무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불과 4년, 혹은 6년 전의 의회 개원식에서 소수계 출신의 시민을 찾아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113회기 연방의회 개원식에선 오히려 마이러니티들이 더 극성이고 더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 지난 3일, 113회기 연방의회 개원식에 참가한 소감을 말하라면 필자는 가장 먼저 이와 같은 것을 강조해서 설명하고 싶다.
2005년부터 매 2년마다의 연방의회 개원식이 올해로 꼭 5번째였다. 필자에게 지난 10년 동안의 미국(중앙정치권)변화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미국정치에서 소수계 이민자란 처지가 더 이상 위축이나 불이익이 아니다.
시민참여센타가 113회기 연방의회 개원식에 참가했다. 시민들을 위한 별도의 무슨 이벤트가 있는 일이 아니다. 2년마다 바뀌는 회기의 첫날에 의원들이 자기 사무실을 지역구민들에게 공개하는 집들이 날이다. 이날이 아니고는 DC에서 현직의원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정도 어려운 일이다. 미주한인들의 현안을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3일 새벽 4시에 뉴욕을 출발했다. 뉴욕과 뉴저지 출신의 30여명 의원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사실, 우리의 목표는 비서실장이 아니면 입법보좌관이다. 처음 이 일을 추진할 때엔 눈을 비비면서 의원을 찾았었다. 그런데 세 번, 네번을 지나면서 의원은 사진용임을 알았다. 현안과 이슈를 전달하고 알맹이를 찾으려면 비서실장을 만나야 되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동네미디어에선 왠지 모르지만 자꾸 현직의원을 몇 명 만났는지를 물었다).
시민참여센타는 2005년엔 한미간비자면제프로그램, 2007년엔 일본군위안부결의안, 2009년엔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한인공로인정결의안, 2011년엔 동해병기와 한미간FTA를 제시했다. 개원식때에 의원사무실을 방문하여 비서실장과 입법보좌관에게 제안, 설명하고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2년(회기동안)동안 집요하게 결과를 묻고 따지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다.
납세자와 유권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했으니 답이 없을 리 없다. 그렇게 작고 큰 성과를 낸 것이 지난 10여년의 일이다. 그러니 시민참여센타에게 연방의회 개원식은 둘도 없이 중요한 날이다.
지난 3일 연방의회 개원식에 참가하면서 상, 하 의원 사무실을 찾아다니면서 전달한 이슈의 내용은 꼭 7가지다.
불법체류신분의 청소년들의 장래를 열어주자는 “드림액트(Dream Act)", 포괄적 이민개혁안, 한인동포들의 (북한)이산가족문제, 전문직한국인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E-비자문제, 한, 미, 일 3각동맹을 해치는 일본의 역사왜곡문제, 북한핵위협해소, 총기규제 등 연방의회를 상대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7가지 아젠다를 제시했다. 지난 10여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설정한 이슈다.
이번 회기에 하원의 외교위원장에 오른 캘리포니아의 ‘에드 로이스’ 의원은 비서실장을 대동한 채 두 손을 벌려 우리를 환영했다. LA의 한인들과는 친숙하지만 아직 뉴욕한인들과는 인연이 없다고 했다.

필자는 용감하게 ”가까운 시일 내에 뉴욕한인사회로 초청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에드 로이스’ 위원장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기 위해서 1월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공표했다.
민주당 간사인 뉴욕의 ‘엘리옷 엥겔’, 하원 최고거물로 통하는 ‘찰스 랭글’, 위안부결의안의 ‘마이크 혼다’, 신임 아태소위원장인 ‘스티브 차봇(오하이오)’, 민주당 소장파 리더격인 뉴욕의 ‘조 크라울리’, 플러싱의 신인인 ‘그레이스 맹’, 한인들 덕분에 어려운 선거에서 이겼다는 버겐카운티의 ‘빌 패스크롤’, 북부뉴저지의 ‘스캇 가렛’, 뉴욕 자메이카의 ‘그레고리 믹스’, 아시안코커스의 ‘주디 추 등 하루 종일 30여명의 의원사무실에 발품을 팔았다.

▲ 엘리옷 엥겔의 비서실장과 함께

▲ 스캇 가렛의 비서실장과 함께

▲ 그레고리 믹스의 비서실장과 함께
2007년에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위해서 외교위청문회를 개최해준 민주당 아태소위간사인 아메리카 사모아 출신의 ‘애니 팔레오마바엥가’ 의원은 시민참여센타의 방문을 맞아 자기 사무실에 점심식사까지 준비해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일본계커뮤니티, 중국계커뮤니티, 그리고 인도계나 유태계는 말할 것도 없고 필리핀이나 베트남계도 개원식 로비활동에 극성인 것을 목격했다.

중국. 일본. 한국간의 역사 갈등과 영토분쟁의 현실을 생각하니 긴장이 아닐 수 없다. 잃어버린(일미관계) 10년을 복구한다고 극성을 부리는 일본계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개원식에서 목격하고 머리카락이 바싹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
뉴저지 제9지역구의 ‘빌 패스크롤’ 의원이 시민참여센타를 각별하게 맞아 주었다. 한인밀집지역(버겐카운티)의 현직이었던 ‘스티브 로스맨’을 상대로 선거를 이긴 ‘패스크롤’의원은 특별히 의회도서관의 홀을 빌려서 지역구의 손님들을 맞이했다.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자신이 113회기에 다시 등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구내 한인들의 지지가 가장 큰 공로였다고 특별히 필자를 스테이지 연단에 불러내서 “한인들이 모범시민”이라고 추켜세웠다.

동행취재에 따라 나섰던 한국특파원들이 크게 당황해서 취재에 경쟁을 벌리기도 했다. 덕분에 시민참여센타의 연방의회 개원식 활동이 한국(본국)의 외신 탑으로 일제히 보도되기도 했다. 당일 저녁엔 워싱턴 인근 한인식당에서 시민참여센타와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시민참여센타의 요청은 한국의 국민들에게 미주한인들의 역할과 실력을 있는 그대로 좀 잘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튿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미대사관의 초청을 받고 최영진대사님과의 진지한 면담을 갖기도 했다.

갈 길은 멀다. 길이 멀다는 것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란 것을 포함해서 집중해서 집요하게 해야 하는 일이란 의미다. 15년 동안 뉴욕의 한인밀집지역에서 유권자(등록운동)를 모으고 투표율을 높이는 풀뿌리 정치참여 운동을 했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현재 진행형의 동포교육사업이다. 그것이 기초가 되어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에 긴장하고 있다는 표시가 연방의회에서의 작고 큰 성과이다. 이러한 기초가 없으면 연방의회는 고사하고 지역에서도 어림없는 일이다.
자본의 논리대로 역시 정치권도 냉혹한 힘(투표권)의 논리다. 간혹 한인사회에선 성과에만 눈길이 가서 손끝이 가르키는 목표물은 못보고 손가락 끝만을 주시한다. 위안부결의안과 기림비건립에만 집착하고 이러한 결과물을 내오기 위해서 지난 15년 이상 끊임없이 펼쳐온 유권자등록 운동과 투표참여운동이란 풀뿌리의 노력을 건너뛰려고 한다. 실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성과와 인정을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성과를 낼수록 소수계간의 경쟁은 어둑 치열해지고 작동방식은 더욱 더 엄격해진다. 우리는 이미 각오한 일이다. 연방의회 개원식에 참가하고 온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