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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싶지 않은 ‘종합선물세트’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2-03-09 (금) 11:06:07

남들의 대화내용을 엿들을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무릎이 맞닿는 지하철 안의 공간이라 달리 방도가 없었다. 더군다나 영어가 아닌 우리말이다 보니 더욱 귀가 쫑긋 할 수 밖에.

“요즘 맨날 종편 종편 하던데 그게 도대체 뭔 소리래?” “아이고 이 아줌마야. 미국 물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걸 몰라. 마지막 회를 종편이라고 하쟎어.” “그래? 그러게 말야. 내가 언제 드라마 볼 시간이 있어야 그런 말도 알아먹지…..”

 

중년으로 보이는 두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종합편성’의 줄임말이 종편이라고 말참견을 하자 “우리가 너무 타국에 오래 살아서…..” 라며 한숨을 쉬다가 “종편을 술안주인 생강편의 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은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지 않느냐”며 깔깔거렸다.

그러면서 그들은 ‘종아’라는 재치만점 신조어를 뚝딱 지어냈다. 종합편성이 종편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 우리처럼 ‘종합적으로 아픔’을 그렇게 불러도 되겠다며 허리, 팔, 다리 게다가 부인과까지 종합적으로 어디 아프지 않은 곳이 한군데도 없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죽 이어졌다.

 

그들이 내리고 난 뒤 그들이 했던 말들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안 아픈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말들을 듣을땐 분명 그들의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쯤 쿠바 동쪽 어딘가에 배낭을 지고 해가 떠서 질 때 가지 걷고 있을게 분명한데 지금 뉴욕에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은 정초에 불거진 허리 통증때문이었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은 앉고, 눕고, 서고, 걷고, 굽히는 것 어느 하나 영향을 안 미치는 것이 없었다. 다시 말해서, 일상생활 전반에 아주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

 

기억해보니 허리뿐만이 아니다. 작년 가을에는 뜻밖의 옆구리 통증으로 한동안 고생했고 재작년에는 오십견도 왔으며 언제부턴가는 날쌘돌이처럼 뛰어 오르내리던 계단조차도 굼뜬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인 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마치 윤활유라도 한두 방울 떨어뜨려줘야 싶게 느껴질 만큼 빡빡하고 둔한 느낌이 들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몇 달 전에는 치과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그로 부터 며칠 후 찾아온 심각한 치통까지 아주 골고루 마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얼추 한 두 해 사이에 전 과목에 걸쳐서 조금씩 삐걱거리면서 하나 둘 씩 노란 警告燈(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수시로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당황스럽게 만들지를 않나, 남들은 춥다는데 혼자만 덥다고 겨울날 창문을 자꾸 열어젖히질 않나, 식은땀이 갑자기 등을 치받고 올라오질 않나…..게다가 생리현상마저 리듬을 벗어나면서 閉經(폐경)이 되는 싯점인 45세 에서 55세에 내가 해당이 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담대하게 넘어갈 부분도 때론 불안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역시 갱년기 증상과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30년 지기에게서 받은 e메일에는 “요즘은 자꾸 오타가 나서 그런지 편지도 뜸했다. 작은 활자체 책은 거들떠도 안본지 오래다. 설령, 책을 읽어도 쉬이 침침해져서 한두 페이지 읽다가 덮는 것을 겪으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아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중.” 이라는 내용은 현실을 직시하도록 종용하고 있었다.

근래들어 식당에서 메뉴판의 작은 글씨 볼라치면 짜증부터 나고 읽기도 귀챦아서 옆 사람이 시키는대로 따라 시켰던 일들도 적쟎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같은 나이에서 오는 同病相憐(동병상련) 내지는 연대감이 들어 한편 위로가 되기도 했다.

 

6, 70년대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것 중에 ‘종합 선물세트’ 이라는 게 있다. 명절이면 흔히 볼 수 있던 것으로 큼지막한 붉은 보라색 상자에 별 모양이 있던 한 뼘 정도의 두께의 묵직했던 상표도 기억나는 ‘ㅇㅇㅇ 종합과자선물세트’

열어보면 빼곡하게 여러가지 종류의 과자들이 크기대로 다양하고 풍성하게 채워져 있었다. 크래커라는 과자, 껌 그리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늘 바꿔 먹던 양갱까지…. 골라먹는 재미와 바꿔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말 그대로 ‘종합적인 기쁨을 준’ 환상적인 선물로 기억이 난다.

 

어디 그뿐이랴? 다 먹고 나면 그 상자는 학용품을 넣어두는 수납상자로도 쓰이고 우리 집 처럼 한복을 보관하는 상자로 농 위에 나란히 얹혀지기도 했다. 얼추 40년 정도 된 그 추억의 물건이 갑자기 내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한 것은 정초에 누워지낸 시간이 많았던 탓 때문이다. 어려서 마냥 즐겁기만 했던 그 선물세트가 작금의 내겐 웬만하면 받고 싶지 않은 가능하다면 돌려 보내고 싶은 ‘경고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오는건 내가 소심해진 탓이려나?

 

更年期(갱년기) 증상을 살펴보았다. 여성에게는 안면홍조, 발한, 두통, 불면, 가려움증,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심한 피로감 등이 폐경과 함께 동반한다고 되어있다. 정신적으로는 불안, 초조, 감정기복이 심하고 우울과 건망증도 있을 수 있으며 근육통증 및 관절로 인해 온몸이 아프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남성 역시 갱년기 증후군은 다 있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 부족에 따른 피로감, 근력저하, 골다공증, 식욕감소, 성기능 장애, 복부비만, 건망증, 무기력증, 체지방 증가, 집중력과 지구력 등이 떨어지는 증상 등을 보인다. 다만, 여성의 경우처럼 급격하게 오지 않기 때문에 자각증상이 늦고 개인차가 커서 더딜 뿐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성의 구분 없이 경중은 있으되 예외는 없는 것이 갱년기라 하지 않은가. 누구에게는 홍역처럼 심하게, 어떤 이에게는 표시 안나게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경우만 다를뿐. 우리가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성인이 될 수 없었듯이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생식력이 떨어지면서 심신의 노화가 시작되는 싯점에 찾아오는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당혹스러울 것도 당황스러울 일도 아니지 싶다.

 

어려서 즐겁게 받던 과자선물세트처럼 원하는 것으로 그리고 구미대로 신나게 골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노인이 되어가는 ‘선물’로 ‘갱년종합세트’ 라는것을 받게 되거든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하나씩 열어 볼 일이다.

갱년기가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지는 싯점으로 여기지 말고 생산(生産)이라는 일에서 비로소 해방이 되었다는 의미 그리고 여성으로서도 완성이 되었다’라는 뜻의 ‘完經(완경)’ 이라는 단어를 쓰면 더 설득력 있고 여유로움을 갖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 스스로 일상 생활에서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 및 식습관의 절제, 적당한 유산소 운동의 병행,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웃어가면서 갱년기를 맞는다면 덜 힘들게 보다 수월하게 갱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들 다 겪는 게 갱년기인만큼 유난스럽지 않고 유별나지 않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맞고 싶다. 앞으로 식단을 짤 때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토마토, 여성 호르몬 생성을 돕는 석류와 인삼, 아연이 많이 함유되어 남성에게 좋다는 굴과 신장기능을 높여준다는 새우, 안면홍조를 완화 해준다는 자몽, 비타민 E가 풍부한 견과류 등을 염두에 둘 생각이다. 당장 아몬드를 듬뿍 넣은 멸치 볶음부터 만들어 봐야겠다.

한문으로 다시 갱(更), 해 년(年)을 쓰는 이유도 ‘다시 시작하는 시기’ 라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 의미를 간과하지 말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지는 않을까?

 

▲ 제목 Female and Male Figure 종이에 물감 2009 설명/ 남 녀 모두에게 오는 갱년기.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노인이 되기 앞서 준비를 잘하도록 만들어진 선물은 아닐까?

김치김 kimchikimny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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