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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밸리 가는길 (中) 죽음의 계곡과 엄지발고양이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1-09-23 (금) 02:42:47

데쓰 밸리는 캘리포니아 중남부와 네바다 주에 걸쳐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북서쪽 방향으로 300 마일, 4시간 정도 가야하는 여정이다. 우리는 퍼럼(pahrump)과 비솝(Bishop) 이라는 지역을 거치는 우회로를 택했다.

 

지도상에서 그 계곡은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래서 만만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산을 넘고 계곡 안쪽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실제와는 상당한 오해와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죽음의 계곡’. 오죽하면 그렇게 이름이 붙었을까? 1849년 10월경 미국 서부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쪽의 골드러시(Gold Rush) 바람을 쫒아 사람들이 몰릴 때 솔트레이크(Salt Lake) 지역에 폭풍우가 와서 시에라 네바다 산을 넘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고 이 곳을 지나게 된다.

 

그러나 지름길이라 믿고 들어선 수많은 마차 행렬의 사람들 대부분이 살아서 빠져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계곡의 지형이나 기후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이다. ‘Death Valley is the hottest, driest and lowest place in North America.’ 북미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하면서도 낮은 지역이라는 이 말은 ‘죽음의 계곡’을 그대로 정의하는 말이 되었다.

 

이곳의 여름의 평균 기온은 살인적으로 뜨겁기로 유명하다. 화씨 120도(섭씨 49도) 정도 되기에 차량의 시동이 꺼지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고 연평균 강수량이 50 mm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여행책자엔 이곳을 여행하려거든 무모함을 피하고 ‘11월 에서 4월 사이’가 적기라며 그때 갈 것을 권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는 해발고도가 아닌 바다보다 현저히 낮은 해저 282 피트(86미터)로 심해 지역에 해당되며 북미에서는 가장 저점(低點)이다. 지질학적으로는 수 만년 전 바다였던 곳이며 고온에 의해 소금이 거의 날라간 지역이라고 한다. 군데군데 소금기 있는 하얀 밭이나 둔덕을 볼 수 있는데 찍어서 혀에 대보면 그게 소금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척박한 땅이지만 전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식물만 20 여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900 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엄청난 매력과 마력을 지닌 곳으로 유명한 이유는 모래언덕이라 불리는 ‘Sand Dunes’ 가 있기 때문인데 바람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환상적인 모래바람이 일으킨 자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의 모래는 환상적일 만큼 부드러운 마치 먼지 같은 입자의 고운 모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진작가들은 이곳을 ‘모래사막’ 이라고도 부른다.

 

그곳이 황량해서 였을까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하기사 뜨거운 날씨에 우리 같은 처지의 시간적 제약이 많은 여행객이 아니고서야 누가 오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9월 달의 데쓰밸리는 정말 뜨거웠다. 낮에는 화씨 100도 안팎이지만 저녁에 해가 지고 나면 곧바로 서늘함이 느껴지는 화씨 65도 정도이니 일교차가 무척 심한 편이다. 국립공원을 질러 관통하는 178 번과 190 번 도로는 그 계곡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도 없고 물론, 가게도 없고 외길 하나 뿐. 가끔 덩그마니 서 있는 이정표(里程標)가 띄엄띄엄 서있는 모습만이 간간이 보였다.


 

능선들은 끝이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로지 선 뿐. 멋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예리하고도 첨예한 그 선들에 감동해서 스케치붘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속된 표현으로 ‘죽여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한참을 가도가도 과연 얼마를 왔는지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네비게이터도 없고 가진 것은 지도 하나뿐. 출발할 때 가득 채우고 온 연료계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서 그런지 도심에서는 있을 수 없을 만큼 연료소모가 눈에 띄게 늘어갔다.

 

게다가 남편의 허기짐은 극에 달했다. 식당을 나온 뒤 열 받아서 그냥 쌩 달리는 바람에 더 어디 가서 뭘 먹자는 소리도 차마 안 나오고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달리는데만 열중하고 보니 먹질 못한 것이다. 다행히 물 한 병과 옥수수 칩 조금하고 말린 쇠고기 몇 조각이 있어서 잠시나마 허기를 속일 수 있었다.

 

계곡인 만큼 해가 빨리 지는 게 느껴졌다. 마음은 바쁘고 해는 지고 주변은 삽시간에 어두워져 가고…. ‘아, 누가 이 계곡 오자고 한 것이여?’ 이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피곤과 허기에 지쳐 보이는 남편에게 운전을 교대하자고 했지만 좁은 2차선 도로에 이따금 등장하는 위협할 만한 트럭들은 남편으로 하여금 운전대를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흐린탓에 달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점차 어두워져 가고 우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먹거리 걱정을 할 때는 그나마 나았다. 문제는 얼마를 이런 식으로 더 가야 할지 가늠조차 안되는 이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연료가 끝나면 차는 서버리게 될 테고 그러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지는 상황에 이르고 말 일이었다.

 

무서웠다. 언젠가 맨해튼 들어오는 길을 잃어 브루클린의 플랫부쉬(flatbush) 선상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형체를 분간 할 수 없던 흑인들의 출현으로 느끼던 공포가 떠올랐다. 그러나 여기는 반대로 인적(人跡)이라곤 하나도 찾을 수 없이 더구나 기름조차 달랑달랑한 것이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190 번 도로를 벗어나기까지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였다. 저녁 9시가 넘고서야 우리는 그 도로를 겨우 벗어났다. 395번 도로와 만나는 지점은 일단 평지여서 마음이 놓였고 간간이 차들도 보였다. 멀리서 희미한 불빛 하나를 쫒아서 가보니 편의점 시설과 주유기가 있었다. 가격이 높아서 100 마일 달릴 정도만큼의 휘발유를 주유하였다. 냉동식품이라도 찾아서 뭔가를 요기(療飢)라도 할 수 있었음은 빛을 찾은 감격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젠 숙소가 문제였다. 이정표에는 30마일은 가야 동네가 나오는데 심난했다. 밤 10시 상황. 이슬만 피할 수 있다면 무조건 들어갈 작심이었지만 없었다. 그러다가 불꺼진 그러나 형태는 싸구려 모텔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불도 꺼져 있고 사람도 없고 차량도 없고…..절대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다며 남편은 다음 큰 동네까지 가자고 했다.

‘아니, 안돼. 나도 지치고 당신도 이미 지쳤고. 더 운전하는 것은 불가능 해.’ 그러니 일단 들어가보자고 우겼다. 숙박업소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일층. 장사를 안 하거나 손님이 없거나 둘 중 하나로 보였다.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창문 하나가 한 뼘쯤 올려져 있었기에 그곳을 향해 다가갔는데 그 창가에 다다라서 거의 기절할 뻔 했다. 

앙칼지고 경계의 빛이 완연한 소리의 ‘야~ 아~ 옹~’ 놀란 것도 잠시, 머리가 쭈뼛하고 곤두선 것은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반가움의 표시인지 경계의 표현인지 창문 아래로 자꾸 잡아채는 동작으로 앞 발질을 해대고 있었다.

  

오잉~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앞 발가락이 6개가 보였다. 그것도 아주 큰 엄지 같은게 눈에 띄게 보이는 앞발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버렸다. 고양이는 자꾸 야옹거렸고 그때 어디선가 문 여는 인기척이 나면서 불이 켜졌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 살았다.


 

 

▲ 제목: Multi Figures.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이르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힘든 길이었으리라. 종이에 잉크. 2011


 

<下편 계속>

kimchikimny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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