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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양, 너무해요!” <下>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2-11-03 (토) 06:17:52

 

31일 수요일엔 볼 일이 있어서 맨해튼에 나갔습니다. 대중교통은 여전히 운행이 안되니 자가용을 몰고 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맨해튼 동쪽도로인 할렘리버드라이브가 평소보다 잘 빠지더군요.

 

 


 

그러나 미드타운인 80가 주변부터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중심인 파크애버뉴에 가까워올수록 거북이걸음이 계속됐습니다.

 

 

황량할 줄 알았던 맨해튼엔 차량과 사람들로 홍수(洪水)를 이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 수백만명을 수송하는 지하철과 철도가 올스톱이니 그 절반만 나왔다고 해도 지상엔 사람반 차반일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맨해튼 남단은 배터리 파크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피해를 입어서 혼잡상이 극에 달했습니다. 고장난 휴대폰을 맡기기 위해 20가 주변까지 내려갔다가 인근 업소가 모두 철시한 것을 보고 빠져나오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아는 이웃이 맨해튼 55가에서 델리가게를 하는데 이분 말로는 밤에 교통편이 없는 직원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나섰는데 두 블록을 지나는데 무려 2시간 반이 걸렸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맨해튼의 교통대란으로 뉴욕시는 1일부터 자가용의 경우 3인이상 승차하지 않으면 맨해튼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미드타운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55가 센트럴 파크 남단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할로윈데이(10월 31일)를 맞아 아파트 앞에 장식을 했지만 거리 자체가 을씨년스러운데 할로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문을 닫은 곳이 많으니 영업을 하는 레스토랑 앞에는 허기를 달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섰구요.

 


 

쓰러진 나무들을 처리하는 트럭을 센트럴파크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허리케인이 불어도 나는 뛴다? 변함없이 운동을 하는 뉴요커들이 눈에 띕니다. 혹시 11월 4일 열리는 뉴욕마라톤에 대비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센트럴파크는 이처럼 입구를 차단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때문이라고 안내문을 써붙였지만 뉴욕시가 비상상황이니 사람들을 관리하기 힘들어서 막아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심한 비둘기떼와 오가는 행인의 발걸음만 분주했습니다.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를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길을 가면서 펜스 너머로 찍은 앵글입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여전하더군요.

 

맨해튼에서 빠져나와 몇시간째 전화가 안되는 포트리(Fort Lee)에 사는 분이 걱정이 되어 뉴저지로 향했습니다.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포트리에 들어서자 쓰러진 나무때문에 통제된 도로가 많이 보였습니다.

 

 



포트리에 있는 한인마켓 H마트도 정전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골목길을 돌아서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건물 전체가 전기가 나가서 엘리베이터 운행도 당연히 안되고 캄캄한 비상구를 통해 겨우 올라가 문을 두드렸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팰팍으로 연결되는 46번 도로를 타고 가는데 양 옆에 즐비한 주유소들이 한결같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전기가 나가니 휘발유 주유밸브도 가동이 안되기때문입니다.

 

 


 

 

십여곳의 주유소중 딱 한곳이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밀려든 차량으로 장사진(長蛇陣)을 이루고 있더군요. 얼마나 차들이 밀렸는지 그 뒤로는 교통체증까지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뉴저지는 뉴욕에 비해 휘발유값이 훨씬 쌉니다. 요즘 뉴욕의 보통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3리터) 당 4달러가 넘는데 뉴저지는 3.5달러 정도 합니다. 그래서 뉴저지에 오면 항상 휘발유를 가득 채워서 가는데 이날은 문 연 주유소도 거의 없어서 그냥 돌아설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욕의 휘발유값이 좀 비싸더라도 주유전쟁은 없으니 다행이다 위안을 삼았는데 웬걸, 다음날 오후부터 뉴욕 역시 ‘주유대란’이 벌어지더군요. 뉴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전피해가 적긴 했지만 복구작업이 늦어지고 휘발유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가 타 지역 차량들까지 몰리면서 문 연 주유소마다 휘발유가 동이 났기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휘발유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 셧다운된 것인데 방금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차단됐던 파이프라인이 오픈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마도 3일부터 숨통이 조금 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송마다 뉴스로 전하는 것이 뉴욕 뉴저지 일원의 ‘주유(注油) 전쟁’인데 뉴저지는 대부분 닫았던 주유소중 3분의1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의 줄이 수 km에 이르고 짧게는 1시간반부터 길게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간신히 주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연료가 없어서 시동이 꺼진 차를 사람들이 밀고 가기도 하고 운이 없는 경우는 기다리다가 주유소 휘발유가 바닥이 나서 넣지도 못하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유소마다 경찰이 통제를 하고 차 한 대당 휘발유를 20달러이하로 판매하는 등 마치 공산국가의 배급제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허리케인 피해를 직접 당하지 않은 사람들도 주유소의 개스대란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으니 참으로 허리케인 샌디는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뉴저지에서 돌아오는 길은 조지 워싱턴 브리지대신에 북쪽으로 뻗은 팰리세이즈 파크웨이를 택했습니다. 그쪽길이 좀 돌기는 하지만 한결 운치있고 허드슨밸리 아래에 있는 피어몬트(Piermont)라는 아주 예쁜 타운을 지날 수 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피어몬트 역시 허리케인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더군요. 특히 강변과 가까운 집들은 불어난 강물로 침수피해까지 많이 입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물에 젖은 가구들을 집 밖에 내놓았고 사람들도 대피한듯 인적(人跡)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소엔 참 경관도 좋고 그림같은 동네지만 이런 자연재해를 당하고보니 너무 경치 좋은 곳에 있어도 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큰 피해를 당한 뉴욕시의 스태튼 아일랜드는 수많은 요트들이 해일에 뒤엎어진채 주차한 자동차들과 뒤섞이는 등 전쟁터같은 상황입니다.

 

 



 

피어몬트를 지나 타판지 브리지를 이용해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렸지만 타판지 브리지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 북쪽의 다리인데 강의 너비가 3마일에 달하는데요. 비록 여전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아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내 집 있는 곳이 좋은지 다리를 건너오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걸 느낍니다.

 

 


 

저희 집에 전기가 다시 들어온 것은 1일 저녁이었습니다. 갑자기 불이 ‘파박~’ 하고 들어오는 순간 어리둥절했습니다. 마침 포트리의 지인이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 뉴욕에 넘어와 집에 와 있었는데 깡충깡충 뛰면서 어린애처럼 부둥켜안고 좋아했습니다.

 

 

지난 나흘간 석빙고(石氷庫)처럼 썰렁하던 집에 다시 난방의 온기가 돌고 TV로 뉴스도 보고, 인터넷도 확인하면서 세상과 단절된듯한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전기 하나마 들어와도 이렇게 행복하니 너무 문명의 이기(利器)에 노출된 탓일까요?

 

 


 

제 주변을 포함해 아직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좋습니다. 새삼 인간이 자연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실감하며 이젠 샌디양을 잊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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