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징벌 눈(Punishing Snow)'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요.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뉴잉글랜드 지방에 유례없는 폭설(暴雪)이 계속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보스턴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한 뉴욕은 눈사정은 조금 낫지만 연일 몰아치는 강추위에 움츠리고 있어요.
보스턴은 15일 16.2인치(41cm)의 눈이 내렸다고 하네요. 이로써 지난 한달간 내린 눈만 뭏려 95인치(243cmm)에 달합니다. 두자리 숫자의 강추위는 기본이어서 녹지 못한 눈들 위에 계속 쌓이고 있다는군요. MIT 캠퍼스엔 작은 눈동산이 만들어져 스키를 타는 진풍경(珍風景)도 펼쳐지고 있구요.
이 지역 주민들은 눈을 치우다가 거의 탈진 지경입니다. 보스턴에 사는 후배는 "나는 아파트에 사니까 다행이지만 하우스 사는 사람들은 치우면 눈이 오고 치우면 또 눈이 오고 아주 돌아버리겠다고 하소연한다"고 하네요. 그 마음 저도 알지요..ㅠㅠ
워낙 눈이 많이 쌓여 길옆에 주차(駐車)한 차들을 빼내는 것도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이젠 치울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처럼 보입니다. 보스턴의 마티 왈시 시장은 "눈을 치우려해도 버릴 데가 없다. 날이 풀릴 때까지 모두 집안에 그냥 웅크리고 있는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군요.
보스턴은 올 겨울 제설 작업에만 3200만 달러의 예산을 소진했습니다. 제설 인력도 한계에 다다라서 지난 주말엔 교도소(矯導所) 재소자들까지 투입시켰다는 뉴스로 나왔습니다.
가공할 눈폭탄만 고통스러운게 아닙니다. 시속 60마일의 엄청난 강풍이 몰아쳐 체감온도는 가히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다행히 바람은 15일부터 잠잠해졌지만 수은주가 최하 영하 30도대로 뚝 떨어지며 뉴잉글랜드 일대를 '동토(凍土)의 왕국(王國)'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휴우 생각만 해도 춥네요..
뉴욕도 보스턴보다는 덜했지만 지난 한주간 눈과 추위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구경거리도 있습니다. 오후엔 날이 좀 풀리면서 지붕위에 쌓인 눈이 녹고 다시 굳기를 반복하면서 처마밑에 고드름이 줄줄이 달리는 ‘고드름 천국’이 되고 있습니다.
집에 난방을 잘 하면 지붕위의 눈이 또 녹아서 처마를 따라 '고드름 터널'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뉴욕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조성모 화백 "뉴욕에 20년 살면서 이렇게 고드름 구경을 많이 한 것은 올 겨울이 처음인 것 같다"면서 "눈도 많이 오고 날씨가 추웠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고드름이 엄청나게 크게 자란다"고 놀라워했습니다.
조화백님 집에 제일 큰 고드름이 달려 있었는데요. 제 키보다 더 크더라구요.
문제는 커다란 고드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일이 빈발(頻發)하고 있어 인명 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줄줄이 달린 고드름을 보고 신기해하거나 끊는 등 장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해 평균 6명이 고드름에 맞아 사망한다는 통계기록도 있더군요. 아닌게아니라 마치 창처럼 끝이 날카로운 엄청난 크기의 고드름은 쳐다보기만 해도 무섭기만 합니다.
여러분, 모두 안전한 겨울 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