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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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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악의 뒷골목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1-06-26 (일) 09:53:18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되어야 논점이 이해될 것이므로 상황 설명부터 드린다. 한국의 정부 기관 지원을 받는 뉴욕의 모 위원회가 있다. 한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홍보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위원회이고 그 일환으로 뉴욕의 유명한 곳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음식 관련 행사를 연다.

작년에 이 위원회의 행사는 집행부 내에 있는 한 임원의 이벤트 대행업체가 진행했다. 한국정부 지원을 받는 위원회의 행사를 공개 입찰(公開入札) 없이 내부 인사 소유의 업체가 대행한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올해부터는 공개 입찰을 통해 대행사를 모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그 방침이 공지되기 전 몇몇 이벤트 업체가 공개입찰 계획을 알게 되고(어떻게 알게 되었을지는 쉽게 상상하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미리 입찰을 대비해 준비를 시작한다.

행사가 7월 말경이고 이 업체가 내부적 연계든 지인을 통해서건 그 계획을 알고 준비를 시작한 것은 1월경부터다. 이 위원회가 드디어 입찰 공고를 신문에 게재한다. 6월 16일 목요일자 신문에 단 1회... 그리고 신청 마감일은 같은 주 일요일 오후 4시, 즉 3일 동안 입찰 신청을 받은 것이다. 비공개 단독 입찰로 작년 행사를 치르고 잡음이 일자 공개입찰로 대행사를 선정하자는 내부 방침을 논의하고 늦장을 부리고 부리며 특정 업체에게 정보를 다 흘려놓고는 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그제서야 공개 입찰을 공지한 것이다.

   

위원회는 그 다음 주 월요일, 즉 입찰 신청 마감 다음날 1차 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 업체들에게 다음 날인 화요일 4시에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통보한다. 업체 선정에서 계획발표를 해야 할 대행사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의 준비 시간이 단 하루 주어진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 본부를 둔 한 이벤트 대행사는 공지를 보고 입찰 신청을 하고 1차 심사를 통과한 후 2차 심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루 동안 준비한다. 터무니없이, 아니 아예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최종 입찰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이다. 모든 업체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아주 조금도 의심 없이 믿으며 말이다.

정리되시는지. 어떤 대행사는 이미 6개월 전에 공개 입찰에 대한 정보를 위원회 내부로부터 입수하고 준비에 들어간 반면, 위에 소개한 이 업체와 나머지는 1차 심사를 위해 3일, 그것을 통과하자 2차 심사를 위해 단 하루를 프레젠테이션 준비 시간으로 받아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파악하셨겠지만 이미 공정한 경쟁은 아니다. 공개입찰이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정부 지원 받는 위원회가 특정 업체에게 누출시킨 것부터가 이미 공개 입찰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몇몇 독자분들 방금 이렇게 생각하셨다. ‘다 그런 거 아닌가’ 생존경쟁에서 아는 사람 통해서든 내부 커넥션 통해서든 정보 먼저 얻는 것도 능력이요 부지런함이다. 그렇다. 인정한다.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잘 알려진 관행(慣行)이어서 이걸 논점 삼으면 촌스러워지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공개 입찰의 구색(具色)을 갖추려면 기본적인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조건은 제공해야 입찰이요, 경쟁이다. 예를 들어 ‘너희 둘이 싸워봐 아무도 안도와주고 공정하게 싸워’ 그러고선 하나에겐 총 들려주고 다른 하나는 두 팔 묶어 놓으면 공정하게 싸우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미리 알고 움직인 업체들의 부지런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공개입찰이라며 대외적으로 공정한 경쟁이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원칙대로 그야말로 빽 없고 인맥 없어 공고 보고 준비한 업체들에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갈 만큼 행사 계획안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정보를 제공해야 말이 된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 통해 커넥션 통해 정보 얻은 업체들에게 공개된 정보는 순진하게 입찰에 응한 업체들에게도 늦게라도 제공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시간은 주었어야 맞다. 그렇게 하더라도 어차피 특혜 입은 업체는 시간상의 절대적인 유리함 속에 경쟁을 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어져야 그 정부 지원 받는 위원회는 ‘공개입찰이었으니 잔말 말아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파워포인트라는 프로그램 써서 행사 프레젠테이션 해보신 분들은 아신다. 프레젠테이션 기획하고 파워포인트로 준비하는 일, 맨바닥에서 시작하려면 하루로 어림도 없다. 자료 모으고 정보 수집하고 법적인 문제, 안전 문제 등등 고려하고 아이디어 짜고…, 아무리 파워포인트 잘 쓰는 사람이어도 프레젠테이션 자료 작성하고 편집하는 일만으로도 꼬박 하루 걸리고 밤까지 샐 각오를 해야 한다.

  

다행히 이 순진하게 원칙 지킨 업체의 뉴욕 본부장이 예전에 유사한 행사도 연출한 경험도 있고 더군다나 파워포인트의 귀재라서 하루 만에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정장 차려 입고 타이까지 골라 매고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갔다.

그런데 그는 이내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된다. 프레젠테이션 장소에 온 사람들의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매우 캐주얼하고 심지어 반바지 입은 사람도 있다. 그들이 심사위원이란다. 정부 지원 받는 위원회의 행사 대행업체 심사장 치고는 참으로 수수하다 못해 성의 없어 보였다.

규정은 30분 프레젠테이션에 10분 Q&A. 4시에 예정되어 있던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앞에 배정된 두 개 대행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이 길어져 1시간 40분이 지나도 순서가 안 왔다. 이상한 노릇이다. 40분이어야 할 프레젠테이션이 왜 두 개 업체에는 한 시간 가까이 주어지는 걸까?

마침내 순서가 왔다. 행사장에 입장,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준비한 컴퓨터와 모니터 등을 세팅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려는데 진행자가 앞의 팀들에게 규정보다 많이 주어진 시간이 마음에 걸렸는지(?)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더 주겠노라고 한다.

이 대행사 본부장은 맘속으로 쾌재(快哉)를 부른다. 더 주어진 시간을 이용해 규모 면에서 타 업체들에 비해 월등한 자기 회사의 소개 부분을 늘리겠노라 결심하고 예정에 없던 회사 소개 부분을 술술 풀어내기 시작한다. 시간을 앞의 두 업체 정도는 주려니 생각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회사 소개를 한 10분쯤 했을 때 진행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중단시키며 말한다. ‘시간이 없으니까 좀 빨리 진행을 해주세요.’

당황한 본부장은 ‘시간을 더 주신다고 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고 이내 여기저기서 ‘회사소개는 그만하고 행사 계획 얘기하세요’ 등의 요구가 나온다. 몹시 의아한 일이었다.

이내 침착을 되찾고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원들끼리 큰 소리로 말을 주고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10분 더 줘요’, ‘5분 더주면 되요.’

프레젠테이션은 이렇듯 산만한 분위기 속에 진행이 됐다. 30분 프레젠테이션, 10분의 Q&A 시간이라는 원래의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Q&A 세션을 기다리지도 않고 위원들이 중간에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행사 본부장은 그런 식으로 잘려나간 시간에 몰리고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행사 프로그램 내용들을 채 소개도 하지 못하고 항목만을 빨리빨리 나열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시간을 더 주기는 커녕 30분으로 약속된 시간마저도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Q&A 세션이 되자. 질문들이 산발적으로 나왔으나 한결같이 프레젠테이션과 직접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무례하기까지 했다. 시종 일관 스마트폰과 휴대용 컴퓨터 기기를 꺼내들고 거의 돌아앉은 상태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던 한 위원(하필이면 그 반바지 차림의 위원)이 질문을 던진다.

“이벤트 해봤어요?”

대행사의 본부장은 귀를 의심한다. 대행사를 대표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사람에게 이벤트를 해봤냐는 질문을 하다니 설마... 그래서 질문 내용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질문해 주시겠어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질문은 더 강력하다.

“이벤트 해 봤냐구요? 이벤트 해 본 사람이 그런 소릴 해요?”

대행사의 프리젠터는 침착하게 질문에만 대답한다.

“네. 해봤습니다.”

사실 이 본부장은 미국 굴지의 광고 회사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여러 번 기획했던 사람이고 한국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 대행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굵직한 행사들, 특히 국제 행사들을 진두지휘했었다. 그런 베테랑에게 던져진 질문은 너무나 원초적이고 무례했다. 이벤트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벤트 하겠다고 나선다는 의미의 인격 모독(人格冒瀆)에 다름 아니었다. 사기꾼이던지 아니면 한심한 사람이던지 둘 중의 하나로 취급된 것이니까.

공개 입찰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대행사의 프리젠터는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아니다. 주최 측과 대행사는 필요한 부분의 공조를 위해 비즈니스 상으로 동업하는 두 개의 주체일 뿐이다. 물론 한국의 관행상 계약서상의 갑과 을이 상하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갑인 위원회가 을인 대행사에게 고압적이고 거만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80, 90 년대에는 말이다. 21세기의 한국에서 이런 관행은 사라졌든지 아니면 퇴색했다. 분명히...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프레젠테이션은 면접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모욕(侮辱)하고 격하(格下)하는 상황이 벌어질만한 자리가 아니다. 만일 어느 대행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원찮다면 그냥 낮은 평가를 하면 된다. 입찰에서 탈락시키면 된다.

같은 맥락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에게 무엇은 그만하고 무엇을 하라는 말을 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만일 주최측이 알고자하는 부분이 부족하면 Q&A 세션을 통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든지 아니면 역시 낮은 평가를 해 탈락시키면 된다. 주최 측 심사위원들이 요즘 유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봐서 자신들을 멘토 쯤으로 착각(錯覺)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그렇게 프레젠테이션은 끝났다. 그리고 얼마 후 업체가 선정, 발표됐다. 가장 처음에 그리고 가장 길게 프레젠테이션을 한 대행사가 선정됐다.

공개입찰 공지만 보고 입찰에 응했던 대행사는 얼마 후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뭔가가 석연치 않아 조사를 해본 결과 공개입찰 6개월 전에 이미 위원회의 공개입찰 계획을 알게 되고 준비한 대행사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중 하나의 낙점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 어차피 명목을 위해 마련된 프레젠테이션 과정은 형식에 불과했다는 사실,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앉아있던 위원들이 관심조차 가질 필요도 없었던 건 당연하고 시간 더준다 해놓고 빨리 진행하자며 이해못할 채근(採根)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방해할 수도 있었던 것이고 이미 그 이전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조차 보장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가 다 한꺼번에 이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업체는 탈락했고 당연히 공식적인 공개입찰 발표 이전에 주최 측의 계획을 알고 움직인데다가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유리한 기회를 얻는 대행사가 선정됐다.

이 업체는 관행상 묵인되는 내부 정보 유출을 문제 삼기보다 최소한의 상식조차 무시한 공개입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위원회의 실무진과 몇몇 위원들은 솔직하게 잘못된 일임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위원회의 회장과 대다수의 위원들은 침묵으로 전화를 피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이 대행사는 본국의 언론에 프레스 릴리스를 하고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었으나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던 대행사의 본부장은 뉴욕의 동포 언론에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해 본사에 보고했다.

이 대행사 본부장은 다시 한번 순진한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동포사회 언론들은 무관심을 넘어 거의 적극적으로 위원회를 보호하는 분위기였다. 이 공개입찰을 담당한 모 신문사의 기자는 대행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입찰에 실패하니까 문제 제기를 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다. ‘만일에 선정이 됐으면 이의 제기 안했을 것 아니냐’면서...

대행사 본부장은 참으로 이게 기자의 질문인가 싶었지만 설명을 해줬다. 기자가 얼마나 사안을 단순하게 보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까 싶어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언론에 제보를 한 것이니 인내심 있게 설명을 해준다는 각오로... 그것이 헛수고임을 아주 강렬하게 직감하면서도 말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단 하루 밖에 주어지지 않은 준비 시간과 프레젠테이션 시의 조건 등이 공정하다는 믿음으로 입찰에 응했다. 그것이 공개 입찰의 의미 아니냐. 특정 대행사가 원칙에 어긋나게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준비를 해 온 것 자체는 관행적으로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적어도 공개 입찰의 경우라면 원칙에 충실했던 대행사들에게 경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와 시간은 주었어야 하지 않느냐...” 등등 헛수고임을 알면서도 이의 제기의 이유를 성실히 설명했다.

기자가 잠시 후 이메일로 물어왔다. 위원회 측에서는 사전에 이 대행사에게 ‘불리한 여건에서 경합(競合)을 할 것’이라고 미리 통보를 했고 대행사 대표자인 당신이 ’괜찮다‘고 하며 입찰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왜 입찰 전에는 괜찮다고 하고 떨어지니까 이의를 제기하느냐는 것이다.

정말 웃음이 나올 만한 주장을 위원회는 하고 있었고 기자는 거들고 있었다. 이메일을 읽다가 대행사 본부장은 실제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가지 면에서 요즘 말로 어이상실이었다. 그러나 성의껏 이메일로 답변했다.

첫 번째, 주최 측이 어느 업체에게 ‘당신네는 불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공개입찰이 어디 있으며 그걸 시정 요구 없이 ‘괜찮다’며 임할 대행사는 또 어디에 있는가?

두 번째, 본 대행사는 위원회의 심사위원들을 프레젠테이션 장에서 처음 봤고 그들 중 누구와도 사전에 얘기해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그런 얘기를 대행사 대표에게 해 준 사람이 위원회에 있다면 그게 이메일이었는지 전화였는지 밝히면 될 일 아닌가. 요즘에는 통화기록이나 문자 메시지 기록을 쉽게 입수할 수 있지 않은가?

대행사 본부장을 실소(失笑)케 한 것은 위원회의 답변이 너무나 공공연하게 불공정한 공개입찰이었음을 시인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부분에 주목했어야 할 기자가 오히려 제보자인 대행사에게 ‘미리 말해줬다는데 왜 나중에 딴 소리냐’고 질타(叱咤)하듯 말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고...

대행사의 본부장이 한국 본사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 하자 본사 사장은 혀를 차며 지시했다. ‘그냥 유관 기관이나 단체에 알리고 한국내 언론에 농식품부 지원을 받는 뉴욕의 한인 단체가 후진국적인 행정으로 예산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한다는 사실만 알리겠다. 그러니 뉴욕 동포 사회 프로젝트는 잊어라.’

한국 이벤트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일해 온 대행사의 사장은 뉴욕의 본부장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때가 어느 땐데... 정부 기관 지원 받아 치르는 한국 소개 행사를 그런 졸속행정(拙速行政)과 불투명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치르겠다는 위원회, 의미 없는 프레젠테이션에 무관심하던 위원들, 심지어 반바지 차림으로 앉아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다른 짓거리하다가 대행사 직원 인격 모독하는 엉뚱한 질문이나 날리는 위원... 아무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공개입찰 시늉이라도 해야지 참으로 사기도 못 칠 아마추어들이구나. 거기에 이 같은 시대착오(時代錯誤)적인 위원회의 행동을 별 일 아니라며 묵과하고 오히려 편을 드는 동포 언론... 거의 완벽한 하모니다.’

취재차 대행사 대표에게 전화했던 동포 언론사 기자의 말이 참으로 지금도 한숨을 짓게 한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지 않습니까? 외무부에 어차피 뽑힐 사람 정해 놓고 다른 지원자들 들러리 세우고...그런 건 일종의 관행적인데 위원회를 나무란다는 게...’

직설적인 표현에 대해 독자들께 양해 구하며 한번만 쓰고 싶은 표현으로 말하자. 아무리 그렇기로 알려진 ‘동포 언론사’라도 기자라는 친구가 이게 과연 할 소리란 말인가. 물론 인용할 가치조차 없는 무자격 기자의 무뇌아적 발언이지만 기자가 기자로 사는 동안은 기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느 곳에 있는, 어느 언론사에서 기자를 하던 말이다.

이 사건은 한국 본국을 통해 동포사회에 전해질지 모른다. 이 대행사의 본사에서 한국 내 유관 단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언론에도 이미 정보를 제공했단다. 한국 내 언론사들도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할 계획이란다. 그렇게 되면 동포 사회와 해당 언론사는 가감 없이 표현해 한마디로 망신이다. 정부 지원 받아 운영되는 단체가 뉴욕에서 벌인 불공정, 불투명한 행정에 대해 한국내의 언론이 먼저 기사화하고 문제를 삼게 되면 뉴욕의 동포들은 뉴욕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를 한국 내 언론을 통해 알게 될테니 말이다. 뉴욕에서 벌어진 일을 뉴욕의 한인 언론사가 감싸 안고 쉬쉬하는 동안...

아 참. 뉴욕의 해당 위원회와 그 기자에게 감사드릴 일은 한 가지 있다.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칼럼의 제목, <뒷골목 뉴욕>에 얼마나 적합한 소재를 제공해 주셨는가 말이다. 어쩌면 우리 대다수의 동포들은 뉴욕에서도 가장 후미진 뒷골목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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