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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무덤의 배낭여행기
‘빈무덤(허광)’ 장기풍은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으로 15년 간 재직 후 은퇴하여 지금은 방랑여행과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46개주와 캐나다 10개주 멕시코 쿠바 에콰도르 및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배낭여행했다. 특히 원주민지역 문화와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봄에 70일간 조국을 배낭여행했고 2017년 가을엔 45일간 울릉도와 남해안 도서를 배낭여행했다.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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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멈춘 청산도, 여서도(2)

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글쓴이 : 장기풍 날짜 : 2017-12-16 (토) 01: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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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촬영지 길 건너에는 조선시대 축성된 청산진성이 길게 뻗어 있었다. 마음은 무한정 걷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해 섬 일주 도보는 대폭 줄여야 했다. 마침 청산도 일주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내리고 있었다. 기사에게 탑승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리가 있다고 한다. 요금 6천원에 섬을 일주하며 볼거리 장소마다 정차하고 해설도 곁들인다고 했다.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어차피 지금 형편으로는 마라톤 풀코스를 하루에 걷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편제 촬영장 건너편 도로에는 조선시대 축성된 청산진성이 길게 뻗어있고 일정 간격으로 조선시대 군기(軍旗)를 세워놓았다.

 

잠시 후 버스는 관광객을 태우고 범바위로 향했다. 범바위는 세계적으로 자기(磁氣)가 가장 센 곳 중 하나다. 버뮤다 삼각지대, 아이언바텀 사운드처럼 나침판이 듣지 않아 인근 해상에서 선박사고가 많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범바위 가는 산길은 가파르다. 나는 쉬염쉬염 지팡이에 의지해 올랐다. 범이 웅크렸거나 엎드려 있는 형태의 범바위에는 옛날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咆哮)하고 그 소리에 자신이 놀라 도망쳤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청산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여서도, 거문도,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범바위 앞에는 수십 개 나침판이 진열되어 있는데 바늘이 제멋대로 각기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에 많은 사람들이 합장하며 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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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는 슬로시티 말고 또 다른 세계적 농업문화유산이 있다. 이곳에만 있는 청산도 구들장 논이다. 정부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기준에 따라 20131월 이를 대한민국 중요농업유산 제1로 지정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구들장 논은 흙이 부족하고 경사가 심한 바위투성이 섬의 특징을 이용한 청산도 전통의 벼농사법이다. 바윗돌로 구들장을 깔고 진흙으로 덮은 다음 흙을 쌓아 논을 만든 것이다. 논 한구석에는 물을 막고 배수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강수량에 따라 수시로 논과 밭으로 전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들장 논은 16세기 말 함양 박씨, 청주 한씨가 최초로 섬에 들어와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나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 벼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차츰 갈대밭으로 변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버스는 범바위 주차장을 내려와 국립공원 최고 명품마을로 지정된 상서마을에 정차했다. 상서마을은 돌담길 마을이다. 집집마다 높은 돌담을 쌓아 골목을 만들었는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나는 이날 저녁 여서도에 가보기 전에는 놀랍게 생각하고 마구 카메라에 담았는데 여서도 돌담길은 이곳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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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스기사에게 11개 슬로길 중 마지막 2개 코스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이곳에서 슬로코스를 걷지 않으면 너무 후회될 것 같았다. 다리는 걷기에 불편했지만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나는 11번 째 노을길 2.67Km와 마지막 미로길 1.2Km를 연이어 걸었다. 청산도는 공기부터 달랐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겠지만 이런 평화스럽고 신령스럽기까지 한 분위기는 4년 전 이탈리아 중부 아씨시에서 느껴보고 처음이다. 공기는 맑고 날씨는 화창했다. 나는 돌담으로 미로(迷路)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작은 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만끽했다. 다리가 불편했던 나는 일부러라도 천천히 걸어야 했다, 특히 미로길 초입 자리 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과 소나무 숲 그리고 완만한 깊이의 해변으로 동해안 어느 해변을 보는 느낌이다.

 

마지막 코스 중간 쯤 언덕에는 정자가 있다. 청산 앞바다의 평화스런 정경이 펼쳐진다. 밭에서 덤불을 치우는 할머니를 조금 거들어주면서 힘들지 않으시냐고 말을 걸었다. 할머니는 왜 힘들지 않겠냐며 육지 자식들이 나오라고 성화지만 섬에서 나서 80년을 이곳에서만 살아서인지 육지에 며칠만 있어도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마지막 남은 손바닥만 밭을 마지막 날까지 일구며 살다 죽는 것이 섬 여인의 팔자라고 말했다. 부두로 향하는 마지막 골목 청산 초등학교 부근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그림처럼 세워진 펜션이 여러 채 있었다. 요즘 대부분 섬마을 학교는 옛 모습이 아니다. 현대식 건물에 인조잔디 트랙은 기본이다. 세월이 변한 것이다.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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