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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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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여행질’에 감사한다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30)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19-07-14 (일) 01:03:40

   

그 때 나는 심각한 갈등과 고민을 했지만 죽기 전에 버킷 리스트를 따라 가보자고 결정했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古稀(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일단 여행 계획이 전혀 없었고 당연히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건강 상태도 처참한 수준이었다. 당뇨 수치가 300을 넘을 만큼 심각해서 약을 복용해야 했는데 처방 받아서 준비해 간 건 한 달 분량 밖에 없었다. 혈압약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당시 다니던 회사에다 휴가를 내고 왔는데 여행이 장기화 되면 당연히 사표를 내야만 했다. 가지고 간 여행 경비도 충분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걱정 또한 대단했다. 그러나 이미 역마살의 유혹에 넘어 가 버린 나는 합리적 이성보다도 미친 감성을 따라 렛츠 고! 를 치며 세계 일주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건 내 운명이고 팔자라고 내 편한대로 믿었다. 그렇게 동키호테가 되버린 나는 천렵질 떠나듯 여행질을 시작했다.

 

 

여행을 여행질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분수나 처지도 모르고 싸다닌다고 나무라고 貶下(폄하)하는 뜻 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예정에 없던 세계일주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 초기에는 여러 사람들 특히 절친들이 "나이 들어서 왜 사서 고생 하느냐? " 혹은 "가족들은 팽개치고 혼자만 룰루랄라 신나서 살면 되느냐?" 라고 걱정하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여행질이 나를 살렸다. 여행을 하다 보니 내 평생 가장 많이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보통 하루에 2 만보에서 3만 보를 걸었다. 입에 맞는 맛 있는 식사를 챙겨 먹을 수도 없었다. 반면에 스트레스는 전혀 받지 않았다. 미세 먼지 따위도 없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설레임과 재미는 엔돌핀을 솟아나게 했다.

 

 

여행질을 통해 나는 의사가 나의 병을 고쳐주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혈압약, 당뇨약을 먹지 않고도 2년 동안 버티며 여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매일 식사는 변변치 않았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많이 걷고 어려운 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하루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여행하다 보니 스트레스 따위는 느낄 틈도 없었다. 늘 머리 속에서만 맴돌았던 비우기, 버리기, 내려놓기, 잊어버리기, 감사하기, 행복하기를 실천한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와 성과를 몸으로 체험 했다. 그래서 나의 여행질에 감사한다.

 

 

스스로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 고 자문해 본다. 당연히 내 몸의 건강이다. 인간은 성취를 위해 건강을 잃는다. 그리고 나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인생을 낭비한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여행질을 하면서 즐겁고 건강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늧게나마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거의 방치했던 나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내 여행질의 최고 성과인 것 같다.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지금 나는 당뇨병을 완치한 상태가 아니다. 어차피 당뇨는 한번 걸리면 평생을 개구진 친구저럼 함께 벗 하며 지내야 한다. 다만 과거처럼 당 수치가 300을 넘지는 않고 200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혈압은 정상이 됐다. 우선 엄청나게 마셨던 술을 끊었다. 탄수화물인 밥은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소식을 하면서 꾸준히 운동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복용하고 체중을 10kg 정도 減量(감량)했다. 여행질을 하면서 건강에 대해 늦게나마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정착민 보다는 유목민의 DNA를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여행질이 나를 살린다고 굳게 믿기에 앞으로도 쭈우욱 여행질 하면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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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말은 안 통하고 힘은 들고 해서 길가에 퍼질러 앉아 쉬다 보니 만만하게 생긴 흉상이 바로 옆에 보인다.jpg

 

말은 안 통하고 힘은 들고 해서 길가에 퍼질러 앉아 쉬다보니 만만하게 생긴 흉상이 바로 옆에 보인다. 괜히 가서 말을 걸어 본다.. 형씨 잘 생겼네 거의 나랑 비슷하군 하하하!



 

9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에 연한 항구 도시 오데사는 예뻣다.jpg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에 연한 항구 도시 오데사는 예뻣다. 수도인 키에프는 폭망한 경제 상황을 보여 주듯이 노숙자와 거지가 많았고 건물은 우중충 한데다가 사람들은 화난 표정들이었다. 더구나 심야에 악덕 택시기사가 산 속으로 끌고가는 바람에 기겁을 했다가 겨우 빠져 나온 사건 이후 키에프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탈출하듯 기차를 타고 12 시간을 달려서 찾아간 바닷가 도시 오데사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오데사 파일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 인구 100만의 도시는 현대와 전통이 잘 배합되어 있었다. 특히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가 많아 편하게 먹고 마시며 쉬기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친절하고 멋진 현지인을 만나 해변가 산책도 하고 맛집도 다니고 버스킹도 구경했던 추억이 남아 있다.

 

 

 

10 몰도바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영국 청년을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의 시티 투어에서 다시 만났다.jpg

 

몰도바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영국 청년을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의 시티 투어에서 다시 만났다. 동유럽과 발칸 반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몰도바에서는 할 것이 별로 없었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많은 가난한 배낭 여행자들이 기약도 없이 눌러 앉아 지내고 있었다. 거기서 몇 달을 머물고 있는 한국과 일본인 청년도 만났었다. 그들은 별로 외출도 하지 않고 마당에 있는 정자에 모여서 직접 만든 간단한 음식과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은 포도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만났던 여행자들보다도 많이 가깝게 지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몰도바를 가난한 여행자의 무덤 혹은 개미지옥이라고 부른다. 한번 들어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뜻 이다. 영국 청년과 나는 그래도 빨리 개미 꿀집에서 빠져 나왔었다. 각자 출발 했는데 우연히 다시 만나니 서로가 너무 반가워하며 오래 된 친구처럼 붙어 다녔다.

 

 

 

 

11 세계 어디를 가든 가장 아름다운 볼거리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 이었다.jpg

 

세계 어디를 가든 가장 아름다운 볼거리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다. 석양이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머리를 남자의 어깨에 기댄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평화롭게 보였다.

 

 

 

 

12 나에게 발트와 발칸 15개 국가 중에서 딱 한 군데 만 가야 한다면 어디가 좋으냐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크로아티아라고.jpg

 

나에게 발트와 발칸 15개 국가 중에서 딱 한 군데 만 가야 한다면 어디가 좋으냐? 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크로아티아라고 말 할 것이다. 버스를 타고 크로아티아를 돌아보면서 신의 축복을 받은 자연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ZAGREV , PLITVICE , ZADAR ,SPLIT ^^^

 

 

 

 

13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다르의 해변에서 본 가장 멋 있었던 장면이다.jpg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다르의 해변에서 본 가장 멋 있었던 장면이다. 바다 오르간으로 유명한 자다르 해변도 매력적이었지만 그보다도 중년 부부가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아내와 가족들이랑 같이 여행하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 맑고 투명한 아드리아 해를 바라다 보면서 맬랑꼬리 앤드 센티멘탈에 빠지고 말았다. 행복과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14 매일 펼치는 퍼포먼스도 관괃객들에게 인기가 있다.jpg

매일 펼치는 퍼포먼스도 관괃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15 고대 로마 시대에 배를 타고 동쪽을 향해 직선으로 항해하면 크로아티아 였다.jpg

 

고대 로마 시대에 배를 타고 동쪽을 향해 직선으로 항해하면 크로아티아였다. 아드리아해는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있는 서해 바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 당시 항해술로 쉽게 왕래할 수 있는 내해 정도다. 당연히 로마 제국에 포함되었다. 로마는 세월이 흐르며 많이 파괴 되었지만 크로아티아에는 원형 경기장, 신전, 개선문, 해안 성곽 요새, 광장, 돌로 만든 도로 등 고대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로마 병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돈을 받고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돈을 내지 않고 사진을 찍으려 하면 모자를 벗고 자세를 흐트리고 얼굴을 돌려 버린다. 상업화된 로마 병정도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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