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과 희망의 메시지가 절실합니다
by 장기풍 | 20.08.07 09:23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스물네 번째 편지

 

 


20200804_133023.jpg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대성 태풍 이사이아스가 휩쓸고 간 다음날 새벽 산책길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공원과 골목에는 뿌리 채 뽑혀진 큰 나무들이 길을 막고 많은 지역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처음 플로리다 해안을 거쳐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사이아스는 육지에서 열대성 태풍으로 약화되긴 했지만 강풍과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혔습니다. 처음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였지만 차츰 진로를 바꿔 뉴저지와 중부 뉴욕과 코네티컷을 가로질러 동북쪽으로 빠졌습니다. 롱아일랜드는 비록 태풍 가장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섬 전체가 강풍과 정전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시속 100km의 강풍과 함께 롱아일랜드에서는 순간 풍속이 무려 170km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롱아일랜드 백만 가구가 정전이 되었고 이틀이 지난 6일에도 40만 가구가 정전상태입니다. 코로나 전염병과 함께 자연재해까지 겹친 것은 지구촌 곳곳의 공통된 현상입니다.

 

중동의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참사도 심상치 않습니다. 저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 예언서 중 이사야서를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이사야서 자체가 복수(複數)의 저자에 의한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합니다. 그러나 예언의 두 요소인 예언(豫言)과 예언(預言)을 겸비한 이사야서 핵심 메시지는 회복에 대한 희망이라고 읽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일기예보 뉴스에서 허리케인 이사이아스’(Isaias)이사야’(Isaiah)로 듣고 나름대로 하늘에서 보내는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라고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했습니다. 정말 이제는 하늘에서 오든 땅에서 오든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가 절실한 때입니다.

 

다음은 CNN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참사 현장에서 몇km 떨어진 어느 노부부 집도 가구가 부서지고 벽에 구멍이 뚫리고 유리창이 부서져 곳곳이 어지러웠습니다. 폭발 당시 남편과 외출 중이었던 부인은 사고 다음 날 집을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인은 말없이 집 안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친정아버지 결혼선물 피아노는 이번 폭발에도 무사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몇 곡의 찬송가를 더 연주했습니다. 현장에서 청소하던 자원봉사자들도 한 두 사람씩 몰려와 조용한 목소리로 합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녀가 SNS에 올린 감동적인 동영상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이것이 땅에서 울려나오는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장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은 일관되게 마스크 착용과 집단모임 자제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코로나 발병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거기에 머물도록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86일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1,900만 명을 넘어 2천만 명을 넘길 기세고 사망자도 72만을 넘어 80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5백만에 사망자 17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황당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정도로 막은 것은 자신의 큰 업적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는 기자가 한국의 통계를 인용해 반박하자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그러면 한국이 통계를 날조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트럼프는 나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의혹을 더욱 부풀렸습니다. 많은 주지사들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데 대통령은 오히려 부채질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층들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제한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고 트럼프는 이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지난주일 6개월 만에 한 시간을 운전해 롱아일랜드 동쪽에 위치한 마리안 슈라인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입장하기 전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등록하고 마스크를 쓰고 좌석의 30% 정도인 50여 명과 함께 했습니다. 성체는 전례가 모두 끝나고 사제가 퇴장한 뒤 다시 들어와 나누어주었습니다. 성체분배가 전례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라 약간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6개월 만에 성체를 영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요즘 뉴욕주도 여름휴가철에 다시 코로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일 수백 명씩 증가해 현재 424천명 확진자에 사망 32500 명에 달합니다. 제가 사는 인구 130만 낫소카운티도 누적 확진자 435백 명에 사망자는 270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도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 땅에 확실한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가 하늘로부터 전달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벗님여러분, 이번 여름에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 함께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하면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마음으로 손에 손을 잡고 이 미증유의 환난을 극복해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086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뉴스로 PC버전 로그인